좀 전에 남편이 공유해 준 기사를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이 기사는 2030 남성 30명을 인터뷰했다. 30명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들의 이야기를 2030 남성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주장을 보면서 여전히 남녀 차별 인식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이 주장한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지금 우리가 연대할 의제와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사회 참여가 활발한 남성을 보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것에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도 그들처럼 동일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스스로를 발전시켰다. 사회가 여성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졌고 사회에 목소리를 내며 남녀 평등을 추구하고자 노력했다.
현재 2030 남성들이 연대할 의제와 공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을 잘 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만을 토로하면서 사회가 알아서 남성을 위해 연대할 의제와 공간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여자 친구가 집회에 참여하면 같이 가면 된다. 다녀온 경험을 남성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다음엔 남성들끼리고 다녀오자고 말하자.
#2 "정치사회문제 진지하게 논의할 공간이 없다"
남녀는 서로 대치하거나 적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다. 집회에 나온 사람을 2030 여성이 아닌 2030 세대로 불러주길 원한다면 여사친이나 여친이 참여하는 것만 지켜보지말고 함께 동참하자. 여성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면 남성도 함께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면 된다. 이런 2030 남성을 싫어할 여성은 아무도 없다.
요즘 2030 세대에서 가장 큰 문제가 페미니즘 논쟁이다. 일부 과격한 남성들이 '꼴페미' 혹은 '정신병'이라고 부르며 여성을 공격하고 있는데 다수의 남성들은 침묵이나 무관심을 보이고 있다. 불의에 대한 침묵은 동조와 다르지 않다.
다수의 남성이 여성의 인권도 남성과 동일하다는 페미니즘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낸다면 정치사회문제를 남녀가 함께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2030 남성이 페미니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2030 여성이 남성의 의무군복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좋은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취업 준비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먹고 살기 힘든데 그 시간에 집회 나가서 노래부른다고 형편이 나아지느냐?"
내가 가장 놀란 부분이다. 이들의 주장을 읽고 있으면 마치 여성은 삶을 진지하게 살지 않기 때문에 집회에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성은 취업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취업 시장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유리한가?
내가 수업에서 만난 많은 20대들은 남녀 불문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생활비와 학비를 버느라 일상이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여성이라고 해서 부모로부터 용돈 받으며 편안히 살고 있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이어서 기업체 면접에 불리할까봐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남성들의 이런 시각은 군대 영향력이 크다고 했다. 상명하복에 익숙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상명하복이 군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도 상사의 명령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분위기이다. 군대는 1년 반이지만 직장 생활은 그보다 더 길다. 직장 생활을 하며 상명하복에 익숙한 2030 여성들은 왜 집회에 나왔을까?
부당한 상명하복이 좋지 않다는 것은 사회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깨닫게 된다. 군대 경험을 이유로 상명하복을 옹호하거나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 자체가 잘못이고 위험한 생각이다. 12.3 내란에서 일부 계엄군마저 부당한 명령은 따르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애를 썼음을 언론을 통해 보지 않았는가?
사회에서 남성이 언제나 주인공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여성이 언제나 주인공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2030 여성이 집회에 훨씬 더 많이 보이는 것은 그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약자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남성보다 뛰어난 여성이 있고 남성이 오히려 차별받는 상황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는 남성이 기득권인 상황이다.
누가 더 약자인가 혹은 더 기득권인가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2030 여성의 높은 집회 참여가 관심을 받아서 2030 남성의 마음이 불편하다면 남성 중심의 사고를 버리고 같은 시민으로서 사고하면 좋겠다. 대부분의 기득권은 자신이 은연중에 갖고 있는 기득권 중심 사고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모르는 것은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다. 배웠는데 실천하지 않는 것이 창피한 일이다. 아는데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나는 늘 20대가 희망이라고 말한다. 이번 12.3 내란을 기점으로 2030 남성들의 사고가 많이 달라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