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사佛敎歌辭
승려들이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지은 것이라기보다는 대중이 불교에 귀의하게 하기 위해 지은 노래이다.
4·4조 연속의 간단한 율격에 맞추어 어려운 불교진리를 쉽게 풀이해 암송하게 했다.
최초의 불교가사는 고려말 나옹화상(懶翁和尙:1320~76)의 <서왕가>이다.
이 작품은 가사문학의 효시이기도 해서 가사의 발생과 연원이 불교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구전되어오다가 1704년(숙종 30)에 판각된 〈보권염불문 普勸念佛文〉이라는 문헌에 처음 정착되었다.
후대의 작품인데 작자를 옛 고승으로 하여 권위를 얻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초의 가사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의심받기도 한다. 불교가사의 발생을 장편한시·시조체·민요 등에서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그중 민요에서의 발생설이 설득력을 지닌다.
<보렴>은 불교적 내용을 담은 가운데 서민층의 애환과 발원을 표현한 민요인데,
한시의 7언에다 토를 달아 3·4 또는 4·4 음률이 반복되어 가사의 형식과 같다.
불교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불려졌던 민요가 불교계의 포교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가사는 조선 전기에 들어 주요 담당층이 사대부로 넘어가면서 불교가사의 한 장르로 발전하게 되었다.
나옹화상은 〈서왕가〉 외에도 〈낙도가 樂道歌〉·〈승원가 僧元歌〉를 지었다. 세상만사가 몽환(夢幻)이니
세상의 즐거움을 탐하지 말고 자연을 벗삼아 염불하여 극락에 가자고 하여 불교적 은둔사상을 짙게 보여준다.
이후 조선 전기의 불교가사 가운데 전해오는 것은 없다.
임진왜란 후에 서산대사(西山大師:1520~1604)는<회심곡>을 지었다. 유교적 사상이 불교사상과
융합된 모습을 보여주며 임진왜란의 참상이 생각나는 대목이 서술되었다.
전란으로 해이해진 신도들의 신앙심을 정화시키는 구실을 하여 그이후 널리 애송되었다.
침굉화상(枕肱和尙:1616~84)은 〈귀산곡 歸山曲〉·〈태평곡 太平曲〉·〈청학동가 靑鶴洞歌〉를 남겼다.
그는 윤선도와 친분이 있었던 승려로서 가사창작에 익숙했던 듯한데, 단순한 찬불가(讚佛歌)가 아닌
작자의 자서전과 같은 주관적 심정을 표현했다. 18세기에 들어서면 유학자도 불교가사를 지었는데,
김창흡(金昌翕:1653~1722)은 〈염불가 念佛歌〉 22구를 지었다.
짧기는 하지만 매2구마다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여음을 붙였다. 생애를 자세히 알 수 없는
용암대사(龍岩大師)는 〈초암가 草庵歌〉를 남겼는데 불교의 수행을 초당 짓는 것에 비유하여
유교적 비유가 불교와 습합(習合)하는 것을 보여준다. 1795년(정조 19)에는
지형(智瑩)이 지은 〈전설인과곡 奠說因果曲〉·〈수선곡 修善曲〉·〈권선곡 勸善曲〉·〈참선곡 參禪曲〉이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다.
주로 여러 수의 가사를 모은 연작가사로 구성되었는데,
예를 들어 〈권선곡〉은 〈서곡〉·〈선중권곡 禪衆勸曲〉·〈명리권곡 名利勸曲〉·〈재가권곡 在家勸曲〉·〈빈인권곡 貧人勸曲〉으로 나누어 승려, 일반신도 그리고 빈민이 해야 할 일 등을 열거했다. 당시 불교 교단에서 일반신도를 교화하는 가사를 계속 필요로 하여
불교가사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크게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19세기에 들어와 동화화상(東化和尙)은 〈권왕가 勸往歌〉를 지었는데 1,200여 구나 되는 장편가사이다.
작자 미상의 〈장안걸식가 長安乞食歌〉도 18~19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 장안 곳곳을 걸식하며 다니는
승려가 다니는 곳과 만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이들 모두가 본래의 모습을 잊고 있다고 했다.
〈악부 樂府〉에 실려 전하는 〈몽환가 夢幻歌〉·〈일소가 一笑歌〉 등의 불교가사,
필사본으로 전하는 〈진여자성가 眞如自性歌〉·〈몽중회심곡 夢中回心曲〉·〈광제가 廣濟歌〉 등의
가사도 이 시기에 제작되었으리라고 본다.
불교가사는 20세기 들어 일제강점기 초엽까지도 활발히 창작되었다.
성우선사(惺牛禪師)의 〈참선곡 參禪曲〉·〈가가가음 可歌可吟〉·〈법문곡 法門曲〉, 학명선사(鶴鳴禪師)의 〈원적가 圓寂歌〉 등 6편,
이응섭의 1,324구에 달하는 〈석존일대가 釋尊一代歌〉,
권상로의 〈열반가 涅槃歌〉 외 4편 등으로 불교가사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지금도 고승들의 육성을 담은 〈독경소리〉·〈염불소리〉와 같은 불교 테이프의 가사들을 풀어서 써보면
가사체 형식을 띠고 있어 가사형식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불교가사는 문학적 형상화의 측면에서보다는
천주교가사·벽위가사·개화가사 등과 더불어 전형적인 교술장르를 형성한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