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견불선(屢見不鮮) - 자주보아 새롭지 않다]
무엇이든 잦으면 결과가 좋지 않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어 多言數窮(다언삭궁)이라 했고, 새가 자주 앉았다 날면 필히 깃이 떨어져 禽之止 羽必墜(금지지 우필추)란 말이 남았다.
듣기 좋은 육자배기도 한 두 번이라고 했는데 점잖은 옛 어른들은 艶歌雖美 聽久亦厭(염가수미 청구역염)이라고 한역했다.
사람이 예외일 수는 더욱 없다.
보고 싶은 님이라도 싫증나게 보게 되면 남보다 못한 것이 상정이다.
너무 자주 보아(屢見) 전혀 새롭지 않다(不鮮)는 이 성어도 마찬가지로 흔해서 신선미가 없다는 의미다.
중국 前漢(전한)의 학자 陸賈(육가) 이야기에서 왔다.
육가는 高祖(고조) 劉邦(유방)을 섬기면서 仁義(인의)의 정치를 주장했고 능란한 변설로 제후들을 설득하여 천하평정에 공을 세웠다.
특히 廣東(광동) 지역과 베트남 북부에 있었던 南越(남월)의 왕 尉佗(위타)를 복속시켜 대부가 되고 보물을 선물로 받았다.
고조의 사후에 呂后(여후)가 呂氏天下(여씨천하)로 만들고 좌지우지하는 것을 승상 陳平(진평)과 함께 바로잡으려 했지만 미치지 못하자 깨끗이 낙향했다.
이때 따르는 성어가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가무를 즐기며 유유자적한 歌瑟析子(가슬석자)다. ‘史記(사기)’ 酈生陸賈(역생육가) 열전에 함께 실려 있다.
육가는 슬하에 아들 다섯이 있었다.
남월 평정의 대가로 받은 보물을 팔아 천금을 만든 뒤 다섯 아들에게 생업자금으로 똑 같이 나눠줬다.
육가는 말 네 마리가 끄는 駟馬(사마)를 타고 가무에 능한 시종과 함께 유람하며 보냈다.
어느 때 아들들에게 너희 집을 지날 때 열흘 간 일행의 숙식을 책임지되 죽으면 모든 하인과 재산을 차지하라고 했다.
그래도 한해에 두세 번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말한다.
‘자주 보게 되면 반갑지 않고, 오래 묵으면 번거로울 것이니 그렇게 하지 않겠다(數見不鮮 無久慁公爲也/ 삭견불선 무구흔공위야).’
따로 사는 부모 자식이라 서로 보고 싶겠지만 자주 보면 귀찮을 것이라고 육가는 일찌감치 내다봤다.
대가족이 무너지고 핵가족이 보편화되고선 노부모 부양이 재산을 두고 조건부 거래로 이루어지는 일이 잦다니 씁쓸하다.
보고 싶은 가족이 이런 반면, 오래 안 봐도 좋을 사람들은 걸핏하면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 얼굴을 내밀어 속을 뒤집는다.
나라를 위한다는 높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전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뻗댄다.
하기야 이런 일들이 하도 많으니 이젠 새롭지도 않지만 말이다.
2024년 01월 16일,
"숭어와 손님은 사흘만 지나면 냄새난다"는 속담에서 일 수 있듯이 들 때와 날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한 화요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