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도라란? : 모든(pan) 선물(dora)을 다 받은 자.그리스 신
많은 재난의 근원이라는 의미로 쓰이며, 알면 위험해질 수 있는 비밀 등을 이르는 말.
제우스가 판도라와 함께 인간 세계에 내려보낸 상자. 만물이 창조될 때 생명들에게 줄 선물들을 모두 동물들에게 줘버려서 신들에게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를 증오하고 심판한 제우스이지만, 반대로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는 자비를 베풀어 아내로 삼으라며 판도라를 선물했다. 이를 눈치챈 프로메테우스는 동생에게 자신에게 심판을 내린 제우스에게 아무 선물도 받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판도라가 너무 아름다워서 받아버린 것.
나중에 제우스는 항아리를 하나 주며 "절대 열지 말라"고 했는데 판도라는 너무 궁금해서 몸이 쇠약해질 정도가 되어서 결국 상자를 열었더니 그 안에는 인간세계를 이간질시키고 재앙을 불러오는 만악의 근원들이 가득했고 이 고난들이 세상에 퍼져나가 이때부터 인간은 고난에 시달리게 된다. 놀란 판도라가 상자를 닫았을 때는 희망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온갖 고난을 겪게 되었어도 희망을 통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로 끝난다. 전래에 따라서는 희망의 신 엘피스가 나오려다가 도로 갇혀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2] 따지고 보면 어느 쪽도 그다지 속 편한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과 세상은 본디 무결했으며 모든 세상의 악은 판도라의 상자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창세기의 선악과와 비슷한 역할이지만, 상자를 열게 만든 것이 신의 대적자인 뱀이 아닌 신 그 자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사실 이 모든게 제우스가 의도한 것이다. 판도라는 창조된 직후 신들에게서 하나씩 선물을 받았는데 마지막에 제우스가 판도라에게 상자를 주면서 준 선물이자 저주는 바로 호기심이다. 그래서 그 호기심으로 인해 상자가 열렸고 사람들은 죄악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고, 그로인해 제우스의 심판이 내려지게 된것이다. 즉, 모든것은 프로메테우스가 훔친 불을 나눠받은 인간들을 괘씸하게 여겨 그들을 싹 쓸어버릴 구실을 만들기 위해 제우스가 자비롭게 그린 빅픽쳐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는 처음부터 이를 알고있었기에 에피메테우스에게 제우스의 선물을 받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에피메테우스가 덥석 받아버리고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서 고난이 퍼져버려 인간은 고통받게 되었다. 이로인해 최종적으로 올림푸스는 인간을 심판할 엄청난 명분을 만들어내 종국에는 대홍수로 멸망시켰다. 이후에는 판도라의 행적은 없지만 대홍수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 반면 프로메테우스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아들인 인간 데우칼리온에게 방주를 만들어 참극을 피하도록 지시했다.
전승 중에는 이 상자 혹은 항아리를 제우스가 준 게 아니라 프로메테우스가 세상의 악한 것들을 봉인해서 집에다 둔 것이고, 그것을 알고 있던 제우스가 열고 싶게끔 판도라에게 호기심을 넣어준 것이라고 하는 버전도 있다. 어쨌든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판도라가 뚜껑을 열어보았고 인간 세상에 고통과 죄악이 퍼졌다는 전개는 동일하다.
고올림포스 12신으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아 완벽한 여자로 탄생했으며,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주는 선물을 절대 받지 말라"는 형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녀에게 이미 반해 판도라를 아내로 받아들인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지만, 제우스(혹은 헤르메스)가 부여한 선물이자 저주인 호기심 때문에 프로메테우스의 집에 있던 (또는 제우스가 결혼 선물로 준) 피토스[2]를 열어버려 인간세계에 질병, 재앙, 분노, 질투 등의 만악의 근원들이 퍼지게 되었다.[3] 이 피토스는 보통 관용적으로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이 쓰인다.[4] 이렇게 만악의 근원들이 다 퍼지게 되었지만 판도라가 얼른 뚜껑을 닫았기 때문에 상자 안에는 희망이 남아있었다. 희망은 후회하는 판도라한테, 비록 시련이 있더라도 자신인 희망이 있기에 이를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하며 위로해 준다. 이에 대한 자세한 담론은 해당 판도라의 상자 문서로. 남편 에피메테우스와의 사이에서 딸 퓌라를 낳았는데, 퓌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데우칼리온과 결혼한다. 이후 에피메테우스와 함께 신화 속 이야기에서 퇴장한다.
최초의 여성인 점과 호기심 때문에 인간들에게 죄라는 것이 심어진 원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성경의 이브와 비슷한 면을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 신화 고대 판본에 따라서 판도라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와 같은 풍요의 여신으로 인간들에게 식용이 가능한 과일과 열매를 알려준 신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 여자로 격하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판도라 신앙을 숭배하던 세력이 소멸하면서 판도라의 신격이 박탈된 것으로 보인다.
2. 왜 희망이 마지막일까?
우선 왜 희망이 마지막에 남은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대체로 쉽게 해석할 수 있다. 대부분 "그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인간은 수많은 재앙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믿으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라는 식으로 해석한다.
문제는 '왜 제우스가 재앙이 가득 담긴 상자에 희망같은 안 어울리는 걸 넣었는가'인데 여기에 대해선 여러가지 해석이나 추측이 많이 있지만 정설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 큰 틀은 희망을 앞서 해방된 재앙들과 이질적인 선한 힘으로 보느냐, 아니면 희망 역시 재앙 중에 하나로 보느냐에 따라 갈린다.
"일들과 날들"에선 남아 있는 희망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이 가지는 쓸데없는 희망', 즉 헛된 희망이라는 마지막 재앙이라고 한다. 근데 그러면 '왜 다른 재앙들은 상자에서 빠져나가니 영향을 끼치는데 희망은 상자에 갇힌 채로 영향을 끼치느냐'고 할 수 있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어딘가에서는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즉 "미래가 보이지 않음으로써 인간은 절망적인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다. 즉, 미래에 대한 완전한 예지 = 절망이라는 것. 그러므로 이것이 상자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은 희망이라는 뜻이 된다는 것이다.
주홍 글자 및 큰 바위 얼굴 등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너새니얼 호손의 "아이들의 나라"[4]에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제우스로 추측되는)누군가가 인간들이 어떠한 재앙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도록 재앙들 사이에 희망을 넣어둔 것이라는 희망찬 버전도 있다. 뭐 그 재앙을 내리는 주체가 제우스 자신이니 정확히는 일말의 자비라고 해야...
이 버전의 경우는 판도라가 상자를 다시 닫지 않거나, 서둘러 상자를 닫았지만 상자 속에 자신이 남아있다는 희망의 말에 판도라가 다시 상자를 열어 희망이 세상에 나갈 수 있게 한다. 여기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때 나온 재앙 중엔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노화도 있었다고 나온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는 희망에 관한 괴테의 해석이 나오는데 괴테는 희망에 대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으로서 희망은 악인 것이다"라는 해석을 했다. 즉, 희망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현재를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현재를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힘든 삶을 통해서 미래를 대비하나 미래에도 더 먼 미래를 위해 고통스런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다는 의미다.[5] 프리드리히 니체 또한 비슷하게 해석했다.
사실 헤시오토스 이전의 판본[6]에서는 훨씬 단순하게 설명이 되었다. 재앙이 담긴 상자가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축복이 담긴 항아리였다는 것. 즉 그것을 어리석은 자(판도라가 아니다)가 여는 바람에 그 축복들이 다 달아나고 그나마 남은 것이 희망이었다고 한다.
또한 희망이란 것은 주로 고통스러운 상황이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나타내며 본질적으로 세상에 재앙이 없으면 희망 또한 존재할 수 없기에 재앙들과 함께 갇혀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3. 비유 상황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크리스틴 다에가 팬텀의 가면을 벗겨내자 팬텀이 크리스틴에게 "이 망할 것, 이 몰래 훔쳐보는 판도라!(Damn you, you little prying Pandora!)"라고 소리쳤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자신의 가면을 벗긴 크리스틴을 판도라에 비유한 것. 참고로 이 장면에서는 "거짓말하는 데릴라"라고도 빗댔다.
던전 앤 파이터에선 이 이름으로 특정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상자 형태의 소모품을 특정한 이벤트에 배포했으며 물론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극악하다. 그 뒤 어느 순간부터는 나오지 않았고 지금은 잊힌 아이템이 되었다.
공중화장실에서 내려가지 않은 똥의 유무를 확인할 수 없는 변기 뚜껑이 열려 있지 않은 변기를 슈뢰딩거의 변기와 더불어 판도라의 상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골방환상곡에서는 판도라의 상자 안에 들어 있던 재앙 중 영어가 있었다고 한다. 사실 그리스 신화는 아니지만 영어, 즉 외국어가 생겨난 것은 신이 내린 저주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신화가 있긴 한데, 그 유명한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이다.
BBC와 더 가디언이 주도한 다국적 부정부패 및 비리 폭로 프로젝트 중 판도라 프로젝트에서 117개국 600명의 기자들이 전 세계 지도자, 재벌들의 조세회피, 돈세탁, 부패를 밝혀냈다. 폭로건이 폭로건인 만큼 판도라의 상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세한 것은 BBC와 더 가디언 참조.
인간과 세상은 본디 무결했으며 세상의 모든 악은 판도라의 상자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창세기의 선악과와 비슷한 역할이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상자를 열게 만든 것이 신의 대적자인 뱀이 아닌 신 자신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판도라의 상자와 반대되는 의미일 수도 있는 단어인 Mamihlapinatapai(마밀라피나타파이)가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의미한다면 이 단어는 서로에게 꼭 필요하지만 자신 포함 그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의미하기 때문. 다만 이 단어는 하기 싫은 일을 남이 해 주길 바라는 눈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의미가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적은 일기나 SNS. 특히 싸이월드에 낯부끄러운 글을 많이 적어 놓았을 경우 그것들을 판도라의 상자라고 하기도 한다. 신생 싸이월드의 12월 DB 완전 복구가 예고되어서 진짜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엠엔캐스트나 이글루스같은 사이트는 완전 수몰되었다.
애인이나 배우자의 핸드폰을 몰래 열어 보는 행위를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기사에서도 이렇게 쓰이는 식이다. 임신부 A씨는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 남편, 몇 명의 여자와 성관계한 걸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른바 남편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고 고백했다
4. 만화
홍은영 작가가 그린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초기에 덜 가다듬어졌던 작화의 한계로 인해 그냥저냥 적당한 미인 급 정도로 나오지만,[5] 새로 그린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아프로디테나 헬레네급의 금발벽안 미녀로 외모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애초에 신들이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작정하고 온갖 버프를 때려박아 만든 여인이 아름답지 않을 리 없으니 이 쪽이 더 고증에 맞기도 하다.
5. 판도라 상자의 의미
많은 재난의 근원이라는 의미로 쓰이며, 알면 위험해질 수 있는 비밀 등을 이르는 말.
고사성어 ‘판도라의 상자’의 유래
신들의 우두머리였던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신들만이 가질 수 있는 불을 준 것을 무척 못마땅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를 이용해서 인간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로 했지요.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에게 진흙으로 여자를 빚으라고 명령했어요. 그 여자에게 제우스는 생명을,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헤르메스는 말솜씨를, 아폴론은 음악의 재능을 주었지요. 이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은 ‘판도라’였어요. 판도라를 본 에피메테우스는 첫눈에 반했어요.
“신들이 주는 선물을 좋아하지 마라. 반드시 뭔가 꿍꿍이속이 있을 거야.”
형 프로메테우스가 주의를 주었지만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했어요. 제우스는 판도라를 보내면서 작은 상자 하나를 주었어요.
“이것은 신들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다. 하지만 절대로 열어 보면 안 된다.”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판도라는 문득 그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절대 열어 보지 말라는 말 때문에 더더욱 궁금했지요.
판도라가 상자의 뚜껑을 연 순간, 욕심, 시기, 원한, 질투, 복수, 슬픔, 미움 등의 재앙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왔어요. 깜짝 놀란 판도라가 상자 뚜껑을 닫았을 때 그 안에 남은 것은 딱 하나, 희망이었어요. 그것을 안 판도라는 희망을 꺼내 주었어요. 사람들은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희망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