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복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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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야."
어깨에 자신의 팔뚝의 2배정도 되는 나무를 지고 가던 퉁가리가 갑자기 돌아서며 나미에게 말했다.
"마족몬스터를 보통 몬스터로 만드는 방법이 뭐였지?"
"응? 그게 뭐야? 난 처음 듣는걸."
"......전에 레진님이 가르쳐주신거 있잖아......"
"아, 그거!"
나미는 손바닥을 탁 치며 웃음지었다.
"모르겠는데."
퉁가리는 터져나오는 한숨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째서 저렇게 머리 나쁜 녀석이 빛의 전사가 되었는지 참 한
심할 정도였다. 퉁가리는 체념하고 다시 돌아섰다. 퉁가리가 돌아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미가 다시 손바닥을
탁 치며 말했다.
"아! 그거다!"
"응? 뭐라고?"
"그건......"
콰아아앙!
갑자기 들려온 폭음에 나미의 목소리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퉁가리는 놀라 나미의 말은 무시하고 폭음
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샘의 울타리를 보수하는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퉁가리는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통나무를 던져버리고 재빨리 달려갔다. 이미 나미는 저만치 앞에서 달려가고 있었다.
'제길, 이번엔 또 뭐야?'
울타리 보수 공사를 하면서 많은 문제가 생겼었다. 동물들이 뼈대만 되어있는 울타리를 부딪혀서 무너뜨리는
가 하면 몬스터들이 그곳에서 살려는 듯 눌러앉은 적도 많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태평한 일이 아닌
듯 하였다. 상당히 강력한 기운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에서 느껴졌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전해져왔다.
"퉁가리!"
퉁가리의 뒤에서 라이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퉁가리는 발걸음을 계속 옮기며 고개만 돌린채로 다가오는 똑
같은 얼굴의 두 청년을 보았다. 라이샤와 마이샤는 이미 무기를 꺼내든채 전투준비였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
음을 그들도 직감한 것이었다.
말없이 달려가는 그들에게 곧 공사현장은 나타났다. 공사현장에 천천히 다가갈수록 바닥에 붉은 것이 흘러있
음을 알 수 있었다. 퉁가리는 뛰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피!'
아까 달려간 나미의 안위가 걱정스러웠다. 혹시나 저것이 나미의 피가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씻으려는 듯 퉁
가리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붉은 것에 다가갈 수록 그것이 피임을 알 수 있었고 퉁가리의 가슴
은 더욱 세차게 요동쳤다.
세명이 동시에 그곳을 돌아 붉은것의 원인을 보는 순간! 퉁가리는 숨이 일순간 멎었다. 자신이 우려하던 일
이 벌어지고 있었기때문이었다.
"나미!"
퉁가리는 나미의 몸을 만져보았다. 아직은 따뜻하고 숨을 쉬는 것으로 보아 죽은 것은 아니었다. 나미의 무사
함을 알자 퉁가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입니다, 라이샤님."
"너 였군."
라이샤의 온얼굴을 일그러뜨린채 자신의 앞에 있는 자를 노려보았다. 검은색의 옷으로만 치장한 그는 라이샤
와는 대조되는 표정을 짓고 라이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죽어야겠다."
"이런이런, 오래만에 만나고도 그런 말을 하시다니, 아직 교육이 덜되었군요."
라이샤는 몸을 앞으로 잽싸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 사내의 뒤에 있던 무언가가 라이샤보다 빨리 움직여 라이
샤의 붉은검을 막았다.
"헤헤, 보기보다 성격이 급하신데요?"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라이샤의 붉은검을 단검으로 막고 있는 사내....... 라이샤는 그 자의 힘이 보통이 아
님을 알고 뒤로 재빨리 물러섰다.
"번, 장난은 치지마라. 우리가 죽을 수도 있어."
"형, 나도 그 정도는 알아. 그저 실력을 한번 본 것 뿐이야. 하지만 실력도 별 것 아닌걸?"
라이샤는 발끈했으나 말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힘을 실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거대한 붉은검을 작은 단검으로
막은 자였다. 섣불리 나서서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라이샤님, 저희들은 당신들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저희는 저기 저 샘물을 조금 원할 뿐이죠."
"그게 싸우러왔다는 소리와 같지 않은가, 카이젤?"
"말이 그렇게 되나요?"
카이젤은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라이샤는 붉은검에 조금씩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장난스레 웃
고 있는 청년과 그 뒤의 약간은 침울한 표정을 짓고있는 청년도 보통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잘못하다
가는 자신이 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라이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서
자신감이 용암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라이샤는 가만히 붉은검을 들고는 나직히 말했다.
"화염."
붉은검이 불로 뒤덮혔다. 카이젤이 약간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T?짓고 말했다.
"오, 수련을 많이 하셨나보네요."
"조용히해라, 카이젤."
"이런이런, 아직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계시는 군요. 지금 숫적으로나 힘으로나 당신들이 밀
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나요?"
카이젤의 작은 몸집 뒤에서 검은색의 그림자 두개가 튀어나왔다. 갈색의 장갑을 낀 근육질의 사내하나와 자
신의 덩치의 두배정도되는 검을 들고 있는 한 여자였다.
"5대 4인가......"
젠스가 창을 꺼내들며 말했다. 아직 제대로 싸워보지는 않아서 제대로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힘이 보통이
아님을 그는 알 수 있었다. 카이젤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니, 6대 5지요."
"6대 5?"
"형, 이게 무슨......"
어느새 마이샤의 뒤에는 달려온 자이커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는 여전히 많은 생물들이 따르고 있었다.
"아, 정정이군요.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지만 쓸모없는 생명 대 6이군요."
라이샤는 카이젤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째서 너희들이 6이냐."
"뻔하지 않습니까? 당신들의 편이라 생각되는 생명 중 저희들의 편이 있는 걸요. 게다가 엄청난 힘을 속이고
삭히고 있는 존재가."
라이샤의 머릿속에 한 존재가 스치고 지나갔다. 마이샤가 자이커의 뒤에 있는 마터를 보고 외쳤다.
"자이커, 조심해!"
"예?"
자이커가 무의식적으로 숙인곳으로 광선이 뿜어져 나갔다. 자이커가 그대로 있었다면 머리가 날아갔었을 것
이다. 자이커는 놀라며 자신에게 광선을 날린 존재를 바라보았다. 작은 몸을 씩씩 거리고 금발머리를 찰랑거리
는 하르게였다. 그의 몸은 작은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온몸이 금빛으로 둘러싸인 것으로 봐서 조금만
있어도 드래곤의 모습으로 할 것 같았다.
자이커는 커진 눈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르게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네가?"
하르게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네 놈...... 네 놈 때문에 나의 자존심은 사라졌다. 이제는 비굴해 질 수도 있다, 네 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하르게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자이커는 재빨리 노란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힘을 방출하며
하르게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르게는 더 이상 그때의 하르게가 아니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으로 자이커
의 기백을 압도하고 있었다. 자이커는 믿을 수 없었다. 이 하르게가 자신이 어제까지 알던 하르게인지 정말 묻
고 싶을 정도였다.
"크아앗!"
하르게의 입에서 또 다시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공격을 예측하고 있었던 자이커는 그것을 막으려고 하
였다. 하지만 그 광선이 자신에게 점점 다가올 수록 그것을 자신이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 몸을 재빨리 피하
며 맞을것 같은 부분에는 힘을 불어넣었다.
피익
"크악!"
자이커의 허리에서 피가 뿜어져나왔다. 분명히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어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하르게
는 다시 광선을 뿜을 준비를 하였다. 자이커는 그대로 보며 있을 수만은 없었다. 노란검에서 전기가 뿜어져나
오기 시작했다.
"이얏!"
노란검이 하르게의 작은 몸을 꿰뚫었다. 하르게는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카이젤은 혀를 차며 말했다.
"아직 힘을 제대로 사용하시질 못하는 군요."
카이젤은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하르게의 작은 몸이 카이젤의 손에 잡혔다.
그리고 곧 하르게의 몸은 사라졌다.
"하르게님은 이제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배우실 것입니다. 자이커님, 그때까지 많은 수련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다, 닥쳐!"
하르게가 보여준 힘...... 그것은 자이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작고 힘없고 용기없는 드래곤에 불과했던 하르게가 갑자기 저렇게 강해졌는지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저것이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이라니...... 자이커는 현실의 모든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너, 넌?"
라이샤의 눈은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자신의 앞에 서서 강한 적개심을 보이는 이 여자가 누구인지 기억해냈
기 때문이었다. 이럴때는 잘 돌아가는 머리가 라이샤는 저주스러웠다.
"날 기억하는군."
"네, 네가 어째서......"
"민트님의 목숨을 앗아간 죄. 여기서 네 목숨으로 받겠다."
여자의 거대한 검이 라이샤를 향해 다가왔다. 자신의 덩치 2배임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는 그 검을 자유자재
로 사용하고 있었다. 라이샤는 불꽃이 피어오르는 붉은검으로 그것을 막았다.
"크윽!"
라이샤의 입에서 피가 솟아올랐다. 엄청난 힘이 붉은검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라이샤의 몸이 솟구쳐
올라 나무 몇개를 부러뜨린 후 멈춰섰다.
라이샤는 부들거리는 몸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여자는 검을 뒤로 제치고는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여기서 쓰러지지 마라. 아직 멀었다. 민트님이 고생하시고 얼마나 괴로워하셨는데...... 어T?째서 너같은, 너
같은 비천한 녀석에게 돌아가셨는지....... 크흑, 난 널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너만은, 너만은 내가 죽을 때까지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말것이다!"
"샤이......"
저 여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민트의 옆에 있던 시녀였다. 라이샤의 앞에서 왜 민트를 죽였냐며 오열하던 그녀
는 이미 사라지고 거대한 힘을 지닌채로 라이샤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라이샤는 입술을 깨물었다.
샤이가 천천히 라이샤에게로 다가왔다. 라이샤는 아까전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들거리
는 몸 때문에 일어설 수 없었던 것이다.
"크윽!"
"마지막으로 네가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마. 어째서, 왜! 그때 민트님의 목숨을 앗아가야 했던 거냐!"
샤이의 거대한 검이 라이샤의 목앞에 와 있었다. 라이샤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목에 걸린 팬던트가 햇빛
을 받아 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라이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이드라스......"
"뭐?"
"카이드라스......"
샤이는 솟구쳐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라이샤의 몸을 밟아버렸다.
라이샤의 속은 다 파괴되어버렸다.
"크악!"
"지금 넌 아주 한가한거냐? 너의 목숨은 나에게 달려있다. 나의 물음에 답하라, 어째서 넌 민트님의 목숨을
앗아간거냐! 이유가 적절하다면 너를 살려줄 수도 있다!"
"카이드라스......"
라이샤의 입에선 계속해서 그 이름이 나왔다. 샤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라이샤의 배를 더욱 강하게 짓
누르며 말했다.
"오냐, 그렇게 네가 죽고 싶다면 죽여주마!"
샤이의 검이 위로 올라섰다. 라이샤는 다시 나직히 말했다.
"카이드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