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신의 허니드림(농장주: 이강신, 유명옥)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가 밀랍으로 천연랩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우강으로 향했습니다. 부부는 양봉업을 하며 꿀을 체취하고 버려지던 밀랍을 활용해 취미로 밀랍초(꿀초)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평소에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유명옥 농장주는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이 너무나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다 밀랍을 활용해 랩을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에 천연랩을 만들어 사용하며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밀랍랩을 취미삼아 만들었는데 의외로 편리하고 효과가 좋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밀랍랩을 사용해 본 사람들 사이에 반응이 좋아 본격적인 주문 생산도 하며 당진에 있는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도 한다고 합니다.
유명옥 농장주와 함께 밀랍랩 만들기 체험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먼저 후라이팬에 밀랍을 녹여야 하는데요. 밀랍이 요묘한 황금빛을 띄고 있어 인공색소를 넣은게 아닌지 물었더니 밀랍고유의 천연색이라고 합니다. 열을 가하고 밀랍이 녹기 시작하니 벌꿀향과 발삼향이 은은하게 풍기며 시나브로 심신이 편안해집니다. 황금꿀초라는 말을 들었을때는 제품명이 멋지다라는 생각만 했는데 직접 체험을 하다 보니 황금꿀초라는 말이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밀랍은 벌들이 꿀을 먹고 복부 아랫쪽에서 작고 얇은 조각으로 분비하여 집(소초)을 만들거나 벌통의 바람 막이 또는 살균용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밀랍은 꿀을 완전히 수거하고 난 후 벌집을 녹이고 여과시켜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해 만듭니다. 밀랍 450그램을 만드는데 벌꿀이 4~6키로 정도 사용된다고 하는데요. 꿀벌의 나이와 먹이 등의 환경요소에 따라 색깔은 노란색에서 검정에 가까운 색까지 다양한 색깔이 난다고 합니다.
밀랍랩은 후라이팬에 밀랍을 녹여준 후 순면천에 코팅해 만듭니다. 밀랍에는 프로폴리스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식품의 부패방지에 도움을 준다고 하네요.
미리 만들어 놓은 밀랍랩으로 사과와 양배추를 포장해 보았습니다. 화학랩처럼 잘 포장될까 살짝 걱정이었는데 기우였나 봅니다. 멋지게 포장이 되었네요. 밀랍랩은 6개월 정도 재사용이 가능하며 불순물이 묻었을땐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준 후 그늘에 말려서 사용하면 됩니다.
밀랍랩 사용시 주의할 점은 열에 취약하므로 열기가 있는 식품은 식혀서 감싸줘야 합니다.
밀랍은 꿀에서 나왔지만 꿀과는 전혀 다른 물질이며 인간 문화의 한 부분을 이루었는데요. 기원전부터 양초의 원료로 사용했고, 종교의식에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방부제, 방수제, 절연제, 방향제, 안료 등으로 두루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도 화장품, 전기제품 등 공업용으로 수많은 쓰임새가 있다고 합니다. 필자도 어렸을 적 연 줄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밀랍 덩어리에 끼워 문질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우리나라의 밀랍초는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다 제작과정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19세기 초에 값싼 파라핀으로 양초의 원료가 대체되며 명맥이 끊겼는데요. 숱한 시행착오 끝에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진 밀랍초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향초나 양초는 대부분 식용파라핀을 사용하기 때문에 초를 끌때 연기와 그을음이 발생하며 필자처럼 후각이 예민한 사람은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는데요. 천연밀랍으로 만든 황금꿀초는 그을음도 없고 공기정화기능이 있어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황금꿀초 만드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도구가 필요합니다.
먼저 밀랍을 녹여 주고 용기에 심지를 고정시켜 줍니다. 밀랍을 용기에 부을때는 꿀초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용기도 밀랍과 비슷한 온도로 만들어 굳혀줘야 합니다.
이때 밀랍을 너무 높은 온도에서 용해하지 말고 천천히 중탕으로 녹이고, 녹는점에서 용기에 부어 줘야합니다.
완성한 황금꿀초는 굳힌 후 심지를 알맞게 잘라줍니다. 밀랍 용기와 심지가 타는 비율이 맞아 잘 타들어 가는지 확인합니다.
밀랍초 효능은 세균 번식도 방지 및 공기 정화 기능에 좋은데요. 천연 밀랍에는 항생제 프로폴리스가 함유되어 있어서 미세먼지 제거, 비염 알레르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가정에서 요리하고 난 후 음식냄새를 없앨때나 담배냄새나 습기 제거에도 효과가 있는데요. 밀랍초를 태우면 심신의 안정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만들어 보다보니 약간 어설프지만 유명옥 대표의 손길을 한번 거치니 제법 근사한 황금 꿀초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밀랍은 물과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밀봉용에 쓰이기도 하는데요. '헤리포터'나 '왕좌의 게임'에서 밀랍(실링왁스)을 이용하여 편지 등을 봉하는(봉인도장)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근사하고 멋져 보이더라고요. 중세의 귀족들이 자신의 가문을 과시하면서 편지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밀랍을 녹여 봉하고 독특한 문양의 도장을 찍었던 것인데, 요즈음 고급스러운 포장 방법으로 일부 마니아층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가구와 마루를 닦는 왁스, 가죽옷, 밀랍으로 칠해 만든 종이, 석판(인쇄)용 잉크, 화장품, 연고 등의 제조에 사용하기도 하며 밀랍의 효능은 다양합니다.
이강신의 허니드림에서는 천연꿀 구매는 물론 황금꿀초, 인조 과일과 꽃, 밀랍 모형을 만들기, 황금꿀비누 등 밀랍을 활용한 다양한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유명옥 농장주는 양봉체험 교실을 하며 식량조달과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의 공익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이상기후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꿀벌의 위기를 대중에 알림으로써 환경보호 실천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꿀벌은 환경에 민감한 종이라고 합니다. 꿀벌의 역할과 생태학적 가치를 비롯해 벌꿀과 화분, 프로폴리스 생성과정 등에 대한 이론 교육과을 진행하며, 더불어 밀랍 양초공예 체험활동과 사육현장을 관찰하고 채밀과정을 체험하는 현장실습을 진행하다 보면 환경의 중요성을 더 실감하게 될때가 많다고 하네요.
유명옥 농장주에게 양봉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편리를 추구하며 살다보니 일회용품 사용이 익숙해져 있어요. 심지어는 음료를 마실때도 아무 생각없이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비닐랩은 인체에 유해할 뿐만 아니라 분해되는데 100년이상 걸린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또한 비닐을 소각하면 탄소같은 환경 호르몬도 배출되어 자연과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후손에게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일회용 사용을 절제하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아인슈타인이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는 멸망한다'고 했잖아요. 이처럼 꿀벌은 식량조달과 생태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농원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꿀벌의 공익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려왔습니다. 나아가 이상기후로 인한 꿀벌의 위기를 대중에 알림으로써 환경보호 실천도 장려해 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이강신의 허니드림에서는 다양한 친환경제품을 개발중이며 현재는 밀랍초, 밀랍꿀비누, 허니랩, 꿀벌교육체험, 현장체험을 진행하며 환경교육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충남은 전국에서 세번째 규모로 양봉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양봉관련 교육과 체험이 가능한 체험장이 없어 도내 소비자들이 양봉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양봉 체험교실은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양봉체험이 더욱 확대되어 소비자들에게 양봉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