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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4.19 묘지 전망대에 선다. 국립 4.19 묘지는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자행한 권력에 맞서다 1960년 4.19 혁명 때 희생된 224분이 안장되어 있으며 그 동안 공원묘지로 서울시에서 관리해 오던 4·19 묘지도 성역화 사업을 거쳐, 1995년 4월 19일(4·19 35주년) 국립묘지로 승격되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10여 일 만에 닥친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1960년 4월 19일 경무대(청와대) 앞에서 발포로 정신없이 뒤돌아 서서 달리다 민가로 들어가 숨었지만 끝내 연행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3일 밤을 고통에 시달였던 학창시절이 있었다.
때마침 우리와 같은 세대의 참배객들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지나온 순간들을 뒤돌아 보다보니 시간이 흘러간다. 북한산둘레길 순례길을 뒤로 도로를 따라 내려서면서 북한산둘레길 소나무숲길로 들어선다.
소나무숲길은 맑은 산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즐기듯 걷는 길이다. 솔밭공원에는 천여 그루의 소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우이동에 위치한 솔밭공원은 소나무 숲은 꾸미거나 가꾸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숲이란 말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의 동쪽에 자리한 3만 4,955㎡의 숲. 특이하게도 이곳은 사유지였다. 따라서 서울의 개발 붐이 이곳까지 이어져 1990년에는 아파트 개발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칫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숲을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보존운동을 벌였고, 1997년 서울시와 강북구가 땅을 매입하여 2004년에 솔밭근린공원으로 개장했다고 한다. 소나무가 훼손된 빈자리에 운동기구와 작은마당과 광장, 소산책로 등 시설물을 설치하여 공원화되었다.
우이동의 지명은 삼각산에 있는 소의 귀처럼 생긴 봉우리, 소귀봉 또는 우이봉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오늘날 우이천, 우이령(소귀고개) 등에서 관련 지명을 엿볼 수 있다.
솔밭공원을 나와 연수원 담장 옆으로 올라간다. 박을복 자수박물관을 지난다. 숲길로 들어서면서 소나무 숲길은 이어진다. 소나무 쉼터를 지나 망고강산 약수터를 만나지만 음용불가다.
서울 국제 울트라 트레일 러링대회 100K 참가자들이 달려가고 있다. 젊음이 부럽다. 인왕산과 북악산, 한강과 청계천 등 서울의 자연 명소를 누비는 ‘2024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서울 100K)가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우이제일교회를 뒤로 고개를 넘어 아치 파고라를 빠져 나온다. 주택가 사이로 의암 손병희 선생의 묘소 입구를 지난다. 의암 손병희 선생 (1861.4.8 ~ 1922.5.19.)은 호 의암(義菴). 초명 응구(應九). 후명 규동(奎東). 충북 청주 출생으로 1906년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하고 제3세 교주에 취임, 교세 확장운동을 벌이는 한편, 출판사 보성사를 창립하고 보성, 동덕 등의 학교를 인수하여 교육, 문화사업에 힘썼다.
1908년 교주 자리를 박인호에게 인계하고 우이동에 은거, 수도에 힘쓰다가 1919년 민족대표 33인의 대표로 3·1운동을 주도하고 경찰에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 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이듬해 10월 병보석으로 출감 치료 중 별장 상춘원에서 사망했다. 1962년 건국공로훈장 중장(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되었다.
도선사로 오르는 삼거리 만남의 광장 입구에는 서울 국제 울트라 트레일 러링대회 100K U4 40.3K로 지점이다. 도선사로 오르는 길목에 좌측으로 봉황각이 있고 우측으로 북한산우이분소가 자리하고 있다. 둘레길은 우측으로 우이구곡으로 내려선다.
북한산의 관문인 산뫼마을 안내판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산뫼마을은 통일신라 때 창건한 유서깊은 도선사 입구 마을로 주요 3.1운동 유적인 봉황각 같은 역사유적과 함께 산악인 관련시설과 커뮤니티가 잘 조성된 산악애호인의 마을이다.
우이 제8곡 명옥탄을 지난다. 홍양호의 '우이동구곡기'에 따르면 8곡은 양 이리저리 돌무더기가 늘어져 있는 것이 여러양이 들판에 흩어져 있는 듯하고 진중에 말이 물을 마시는 것 같다고 한다. 물살이 말아 오르기도 하고 소용돌이치기도 하고 솟구치기도 하고 머뭇거리기도 하여 옥소리처럼 맑은 소리가 넘쳐나니, 이름하여 명옥탄이라 한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을씨년스럽던 곳이 콘도형 호텔 파라스파라 들어서면서 한결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고 있다. 우이령 분기점이다. 오랜만에 점심으로 양고기 전골을 먹을까 했는데 재건축하면서 찾을 수가 없어 갈비탕을 선택한다.
잊을 수 없는 순간들(좌측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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