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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여행
2013년 한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신년인사 글을 올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를 마감하다니-- 며칠전 크리스마스 이브날 외출했던 집사람이 내방에 들어오더니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손에 든 자그마한 것을 내민다. "호박모양 운학청자 연적"이다. 너무 예쁘다. 왠거냐고 물으니 "박물관 쇼핑 점에서 하두 예뻐서 당신 줄려고 샀지"--한다. 이사를 오고부터 깨끗한 집이라 서예 한다고 화장실 하수구에 먹물을 쏟아 부으니 좋아할 리 없다. 집에서 서예연습 하는 걸 늘 못마땅해 하는 아내인 데 서예도구인 연적을 선물하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난생 처음 아내로 부터 선물을 받다니 감개 무량이다. 기분이 좋은 것은 받은 사람만 아니라 준 사람도 좋은 법이다. 그냥 있을 수 없어 년말에 예정했던 동해안 드라이브를 당겨서 가자고 제안했다. 마침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공휴일이고 절에 다니는 집사람이고 보니 별 일도 없을 것 같고--합의가 되었다. 하루 밤이라도 자고 오는 게 상식이지만 26일은 또 모임 약속이 있고 설준비 장도 봐야 한단다. 그래서 당일 코스 드라이브를 강행했다.
주문진항으로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지만 겨우 9시반에야 집을 나설수 있었다. 동수원 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여 곧장 달린다. 거침이 없다. 고속도로로 신나게 달린다. 평창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했다.차를 타고 가면서 점심과 오후 일정을 상의 했다. 우선 주문진으로 가서 곰치국으로 점심을 한다. 그리고 주문진 어시장에서 장을 본다. 오후는 강릉 안목시장에서 바다 파도구경을 하면서 커피타운에서 커피를 한잔 한다. 이게 전부다. 시간이 남으면 강릉의 명소 중에 하나인 축음기박물관을 구경하기로--- 금년에만도 네번째 방문이다. 그래서 강릉의 관광지인 경포대,오죽헌,선교장,허균과 허난설헌 기념관도 여러차례 관람을 했기에 더 이상 가고 싶지도 않다. 12시경 주문진항에 도착했다. 회센터 건물에 주차를 해놓고 어시장 구경을 했다. 대게,홍게가 유혹을 한다. 대구가 큰 알몸으로 주인을 찾고 있다. 어종도 많고-- 건어물 가게도 손님 을 불러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일단 밥부터 먹고 다시 구경하기로-- 금년 2월에 왔던 집을 찾는데 지금은 곰치국을 취급하지 않았다. 그만 회나 먹자 했더니 "회야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먹지만 일부러 이거 먹으러 왔는데" 한다. 곰치국 먹으려면? 하고 물으니 건너편 해장국 파는 집을 소개했다.
평창 휴게소에서
곰치국 허스럼한 집인데 자부심이 대단하다. 53년의 역사와 신문에서 난 기사를 광고하면서 -- 이집의 주 메뉴는 조개해물해장국과 황태해장국 인 모양이다. 요즘은 곰치국도 주메뉴로 취급한다고-- "아주머니 저기 북청해장국 원조라는 할머니는 누구예요?" "제 시어머니입니다" " 금년 2월에 왔을 때 곰치국 먹어보고 맛이 있어 또 먹으러 왔는데 그집은 취급을 안하더라고요?" "아,예-- 찾는 사람은 많은데 그래서 값이 뛰고 탕 한그릇에 15,000원 받아도 남는게 없어요. 그러니 취급하는 집이 별 없어요. 우리집은 꾸준히 찾는 손님 때문에 --오늘 들어온 싱싱한 놈이 있습니다" "그렇게 비싸요? " "조그만 새끼도 5-6만원이고 8kg 정도면 18만원 하니 엄두도 못내죠" 그렇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 허연 곰치국이 상에 오른다. 곰치국은 매운탕과 지리 두종류로 요리한다. 우리는 지리를 원했다. 곰치는 지방에 따라 이름이 다른 모양이다. 물곰치,물곰,물메기,물텀벙이-- 시원한 맛에 곰치국이 인기다. 특히 술먹고 아침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곰치국
수산시장 대게나 홍게를 사려 한다니 명함 을 가져 가서 소개한 집이라하며 찾아가란다. 새로 생긴 '어민수산시장' 안의 한 점포를 소개했다. 그 집을 찾아가니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닫고 없었다. 옆집에서 대게 10마리를 샀다. 박스에 넣으면서 슬쩍 큰 인심을 쓰는 시늉을 한다. 검정 봉지에 든 알이 벤 암놈을 몇마리 서비스로 주는 거였다. 원래 암놈은 빵게라고 하는데 바다에서 그물로 잡을 때 못잡게 되어 있다. 작기 때문에 금새 알 수 있다. 알을 품은 암놈은 더 많은 대게를 번식시키기 때문에 보호하는 차원이다. 아마도 그래서 검정 봉지에 넣어둔 모양이다. 집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알이 가득한 암놈이다. 마치 범법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맛은 암놈이 좋은 모양이다.
시장의 난전
주문진항의 회센타 주문진항 부두
안목항 커피타운 어시장을 한참 구경한 후 대게를 차에 싣고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항으로 달린다. 몇차례 갔기에 금새 찾아갈 수 있었다. 강릉항은 안목항이라고 부른다. 안목항구는 커피타운으로 유명하다. 수십집의 커피전문 건물이 바다쪽을 향해 늘어서 있다. 커피 원료인 원두도 팔고 거기서 내린 커피를 마신다. 맛도 맛이려니와 창을 통해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마시는 커피맛은 별다르다. 대부분 여성들이다. 가족손님도 많다. 여자들은 친구들과 떼지 어 오는 경우가 많다. 빈 자리가 없다. 특히 길가 일렬로 늘어선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으려면 몇바퀴 돌아야 한다. 겨우 자리를 잡고 집사람은 카푸치노를 나는 커피를 안좋아 하기에 고구마라떼를 시 켰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풍경 정말 멋 있다. 파도가 유별히 크게 넘실거린다. 풍랑이 센 모양이다. 밖으로 나가 바닷가를 거닐었다. 을시년스런 겨울바다 모래사장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다.
카메라를 대고 파도를 동영상으로 찍는다. 파도소리도 함께-- 새로 산 집사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찍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는데 누군가 젊은 남녀가 다가와서 "사진 찍어 드릴까요?" 한다. 집사람이 " 아뇨" 단칼에 거절한다. "찍어 드릴 수 있는데--" "다 늙은 사람, 있는 사진도 없애야 하는 데 찍어서 뭐하게요-" 친절하게 거절해도 되련만 왜이리 각박히 구는지 모르겠다. 멋쩍은지 웃으며 그들은 갔다. "사람 참 무안하게시리 왜그래?" "사실이 그렇쟎아요?" 집사람은 유난히도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유명한 곳의 인증샷을 하려 해도 어렵다. 해외관광 가서도 좀처럼 부부사진은 없다. 기분 좋을 때 선심 쓰듯 같이 찍어주는 게 까지껏이다. 나도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 좋아하지만 인물보다는 늘 풍경사진이 많다.
커피점
3층건물,1층은 카운타,2층과 3층으로 오르는 벽에 그려진 그래픽도 예쁘다. 모래사장 파도 안목항의 커피타운-수십개의 건물이 즐비하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파도 동영상이 나옵니다.플레이(삼각)를 누르면 동영상이 작동합니다. 동영상이 나오면 마우스를 화면에 대고 맨우측 하단의 화면전체로 보기를 해서 보십시오. 리플레이를 하면 광고없이 계속해서 볼수 있습니다. 돌아가려면 키보드 왼쪽 상단의 Esc를 누르시면 됩니다. http://tvpot.daum.net/v/v231duqtezuuCeewMwMFwCG
참소리박물관 시간이 있는 것 같아 아직 가보지 못한 참소리박물관을 찾았다. 강릉은 올해만도 네번째인데 늘 올 때마다 참소리박물관은 순위가 뒤로 밀렸다. 입장료가 비싸다. 7천원이다. 설마 경로는 반값으로 되겠지 생각했는데 겨우 천원 할인-- 비싼 입장료를 냈으니 알뜰히 봐야지. 그런데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들어가보니 놀랄만하다. 참소리 박물관은 손성목관장의 개인 박물관이다. 1982년 참소리방으로 시작해 10년뒤 축음기 박물 관으로 성장시킨 뒤 2007년 2월 마침내 이곳 경포대 옆으로 이전하면서 세계규모의 박물관으로 커 졌다. 축음기 4,500점,음반 15만장,서적 5천권,에디슨발명품 3,500점,자료 5천점이 전시되고 있다. 해설자가 설명을 잘 해준다. 미국의 에디슨박물관 보다 전시품이 많단다. 워낙 귀한 전시품들이라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 온다고--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많았다. 전구,축음기,영사 기,라디오,텔리비젼, 가전제품--특히 에디슨의 연속적인 발명품을 보면서 감탄의 연발이다. 그는 국민학교도 못나온 무학이지만 연구심은 대단하였다. 2천여개의 발명품이 있는데 특허품만도 1,093개나 된다. 축전기,영화촬영기,영사기,백열전등,축음기,전신기 등 우리주변의 평범한 기기들이 첫 발명품으로 나오기 까지 그의 피나는 노력의 결정체임을 생각하면 그는 분명 위대한 위인임에 틀림없다. 유명한 미국 가전업체인 제네랄일렉트릭을 세운 세계적인 기업가이기도 하다.
참소리박물관
전시품들
참소리박물관을 나와 바로 고속도로로 진입 귀가를 서둔다. 혹 휴일이라 도로정체를 염려해서다. 그러나 길은 예상과는 달리 전혀 막히지 않고 잘 달린다. 여주휴게소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8시가 되기도 전에 집에 도착했으니 예상밖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서울을 벗어나지 않은가 보다. 집에 도착하자 바로 대게 박스를 푼다. 맛을 보기 위해서다. 두마리를 쪄서 밤참으로 한마리씩 먹었 다. 때아닌 호화 밤참이다. 걱정했던 대게의 살은 꽉차 있어서 만족이다. 손자 먹일 생각에 아내는 그저 좋단다. "할머니 맛있어-"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신정을 쇠러 올 것이다. 세배돈도 준비해야겠네- 운전하느라 좀 피곤했지만 기분좋은 바다여행이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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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부 사이가 알콩달콩합니다. 몇일 있으면 손주들이 신정 쇠러 올 터이니 맛잇는 대게로 잘 먹일 것이로다.
부럽습니다.
사는 것처럼 사시는 멋진 모습 부럽습니다. 집사람이 알게 될까 걱정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