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마음정원 75
미워하면서 닮는다
딸들은 흔히 말합니다.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저 역시 젊었을 때,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자식과 남편, 시집 식구가 모든 일의 우선이고, 그들에게 나의 삶을 복속하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또 그 아이들이 결혼해 품을 떠난 지금, 젊을 때 맹세처럼 똑부러진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습니다.
시어머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격했을 때, “내가 시어머니가 되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막상 시어머니가 되니, 과연 친정엄마처럼 며느리를 대했는가에 대해선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생겨났나 봅니다. 어느덧 미워하던 이의 사고와 행동패턴이 제 안에 고스란히 스며들게 됨을 목격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발견한 사실은, 서로 입장이 바뀌어 상대의 처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요즈음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의 대결 양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너무 살벌해서 가족끼리도 웬만해선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결 양상만 두드러지다 보니, 막상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고, 양측의 험한 말과 주장, 그리고 폭력만이 난무하는 실정입니다.
그런 거친 말이나 폭력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요청 드립니다. 상대처럼 욕하고 폭력을 행사하면 똑같이 닮는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워하는 상대도 같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입니다. 그들이 하는 말에도 한 번쯤 귀 기울이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공감해줄 수도 있습니다. 거리에서 얼어붙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가 어떤 주장을 하건 따듯한 차 한 잔, 핫팩 하나 건네줄 수도 있습니다.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는 건, 말이 아니라 따듯한 말 한마디, 따듯한 물 한 잔입니다.
*극우에 가담한 노인들=주변부로 밀려난 소외층이고, 청년들은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밀려난 2,30대 남성들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모두 소외감과 인정욕구에 목말라 한다고 합니다. 손가락질하고 혐오하기에 앞서 대화와 인정으로 그들의 목마름을 풀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더 큰차원에서 품지않으면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이 언제 닥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극우 대해부] “반지성주의 병리적 증상에 응답한 젊은 폭도들에 주목해야” - https://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2503030600061&code=115&code=115&artid=202503030600061&kakao_from=mai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