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회 지음 _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베트남, 달랏의 로컬 카페
달랏은 베트남 중남부 내륙 고원(해발 1,500m)에 위치해 있어 사시사철 서늘하고 쾌적하다. 프랑스 식민지배하에서는 베트남 특유의 고온다습한 무더위를 피하려는 프랑스 장교들의 인기 있는 휴양지였다. 지금도 여전히 베트남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커피를 생육하기 좋은 천혜의 지역으로 베트남 커피의 상당량이 이곳에서 수확되고 있다.
달랏에선 커피 산지답게 간이의자와 세월의 때가 묻은 찻잔이 있는 시골 다방부터 도회스러운 인테리어와 현대식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춘 곳까지 다양한 느낌의 카페를 마주칠 수 있다.
그 가운데 이 로컬 카페에는 동네 명소인지 카페 안과 밖은 지역 청년들로 가득 차 있었고, 저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장기를 두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나 역시 자리를 차지하고 아이스 핀드립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추출이 끝난 커피 원액은 마치 참기름을 한 방울 넣은 진한 간장처럼 기름지고 검디검었다. 여기에 연유를 듬뿍 넣고 스푼으로 휘휘 저으니 비로소 우리나라 인스턴트커피와 비슷한 색상이 되었다. 이것을 얼음 컵에 붓고 단숨에 마시자 무더위로 지치고 처진 몸이 커피 카페인과 연유의 단맛 때문에 정신이 바짝 들고 순간 힘이 났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커피 생산지이지만, 그 생산량의 90퍼센트 이상이 로부스타 종인 관계로 우리나라의 일반 카페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인스턴트커피와 RTD Ready To Drink커피를 통해 알게 모르게 매일 베트남 커피를 접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는 품종 자체 탓도 있지만, 특유의 강배전한 원두 때문에 커피 본연의 맛을 음미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럼에도 독하게 쓴 커피에 달달한 연유를 듬뿍 넣어 마시는 베트남 특유의 커피 문화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