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목발을 집고 있었습니다.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은 상당히 쎄련되고, 목발의 원초인듯한 한쪽 발은 초록색 발싸개로 감싼 채였는데~
검정 니트 상의에 베이지 색 바지 그리고 그녀의 단발펄과
어울려 되려 고급져보였습니다만
목발 사용술은 엉성, 미숙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초록색 발싸개와 목발 끝이 땅을 짚을 때마다 껑충 삐끄덕
껑충 삐끄덕! 균형없이 덜컹대더군요..
중단하려던 걷기 조금 더 연장했지요.
그만큼 여자의 출현은 땅거미 지고 있는 스산한 길 위에 도드라진 것이었거든요.
길 옆 모델하우스의 문이 열리더니 중년남자가 나왔습니다.
남자는 여자와 나를 힐끔 보더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쯤 나도~
이제 그만 돌아갈까?
발걸음을 돌리는데 담배남자가 어, 어? 어
하더니 후다닥 뛰는 것입니다.
여자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목발과 함께~ 들고 있던 검은 봉지에서 쏟아져 나온 귤 몇개가 길 위에 나뒹굴고~
어디를 가던, 무슨 일에 부닥치든 얼치기인 나와는 달리 남자는 대단하더군요.
여자를 살피더니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고 모델하우스에 대고 누군가를 불러 담요든 뭐든 덮을 걸 가져다 달랬습니다.
거짓말처럼 앰브란스가 달려 왔고,
올 때와는 달리 싸이렌 소리도 없이 가고난 다음,
남자가 혼잣말처럼 말하더군요.
심장마비 같애.
한 사람의 생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더군요
죽음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습니다.
얼만큼의 의식과 요식 절차가
남았겠지만~
놀랍고 허탈하더군요.
땅바닥 위에 버려진
귤 두개를 주어
차로 돌아가며 고시레를 했습니다. 정확한 의미도 모른체~
응급구조원이 여자를 옮길 때
초록색 발싸게 사이로 힐끔 보이던 그녀의 발끝은 분홍색이었는데
주황색 귤과 초록색 발싸개
분홍색 페티큐어가 어우러져
한동안 혼란스럽던 색의 팔랑개비가 회전을 멈추자
기억도 지워졌었는데.~
ㆍ그리고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불현듯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란 단어가 떠 올랐고
생각은 꼬리를 물고 마침내 다다른
여자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
어린 시절?
첫사랑에 빠졌을 때?
결혼?
출산?
이전 같으면 그중 하나일 거라고 속단 하고 말았겠지요.
그러나 위대한 교육자이시고
철학자이신 파킨슨 선생의
지도를 받고 있는 저 아닙니까.
여자의 화양연화는~
미장원에 갈 때도, 단발펄로
결정 했을 때도,
페티큐어 색을 분홍으로 정했을 때도
검은 색 니트 웃옷을 구매 했을 때도,
귤을 사고 그 봉지를 들고 껑충 삐꺽 걸을 때도~자신이 쓰러져 죽게 될 그길을
선택하고 죽음을 마주하기 직전까지
다 화양연화일거라고 단언합니다..
살아 숨쉬고 있는게 대단하지요.
행복이지요. 은총입니다.
죽으면 아닙니다. 더 이상 없지요.
오죽하면 개똥밭까지 호출되었겠습니까
빛나는 순간은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인생 최고의 순간 , 시절들이요.
확진을 받고 , 모르는 사이 썬글라스처럼 써 버린 우울 비관 슬픔 절망을 벗어내면
온통 화양연화의 순간, 시절들입니다.
결혼 이후 단 한 번도빠지지 않고 생일 기념일을 챙겨주었다고 자랑스레 노래 선생에게 외치던 순간도,
배 고픈건 참아도 배 아픈건 못 참는 사람들 앞에 떡 손주 사진 내미는 순간도
발치拔齒의 흔적을 흰색 얼굴토시 가득 묻힌채로
동전 몇닢 따겠다고 덤비는 그 순간도
홀인원 노리고휘둘렀더니 성공하면 좋아 죽더니만 ,맨날 오비만 저지른다고 꿍실대는 남편을 보는 순간도~
모두모두 화양연화의 순간들이 아닐까요?
살아 숨쉬는 지금이~
조금 아쉬어도 현재가 최고 아닐까요?
다 생각나름이지요.
그런데도 늘 지금 순간은 바보같이 보내고
이렇게 말하곤합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
약 먹으라고 하네요, 핸폰 집사님이^^
첫댓글 글이 조금 미완이어서
제목을 화양연ㅎ 로
붙였습니다.
밥 먹으러 가자는데
맛난 점심도 꾸며 주거든요.
화양연화로~
난 지금이 화양연화입니다
파님덕에~~
저도 지금이 花樣年華 입니다
멋진 글 또 부탁드립니다
댓글을 써놓고 보니 마음에 와닿지가 않네요
화양연화란 영화를 감상할때 대리만족을 했었는데 그때.그기분이 화양연화 ㅡ
감사합니다
화양연화
살아 있는게 숨쉴수있어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