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토), 영승서원에서 <문학자 매천 황현의 역사가로서의 지성>을 주제로
연구공간 파랗게날의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는 우리 곁의 명승고택을 찾아 문학, 역사, 철학, 언어, 예술 등 다양한 인문학적 교감을 통해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 : 글에서 나오는 향기, 책에서 나오는 기운)를 나누고자 한다. 지난 11월 북상의 임종호 가옥에서 도요의 1300도 불꽃을 만난 데 이어, 2012년 마지막 토요일(29일) 오후 2시 영승서원(경남 거창군 마리면 영승리 1213-2)에서 한문학자 김승룡 부산대 교수의 ‘문학자 매천 황현의 역사가로서의 지성’이란 주제로 열두 번째 인문학 강좌가 펼쳐진다.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은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절명시 4수를 써 놓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음력 8월 6일(양력 9월 10일) 새벽이었다. 그는 유서에서 “조선에서 벼슬하지 않았으므로 사직을 위해 죽어야 할 명분은 없다. 다만 5백 년 동안 선비를 양성했던 나라에 목숨을 바친 선비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나는 위로 하늘이 부여한 떳떳한 양심과 아래로 평소에 책을 읽은 의미를 저버릴 수 없다. 눈을 감고 영영 잠들면 참으로 쾌하리라.” 했다.
김승룡 교수는 “역사는 사람의 형상으로 체현된다. 그런 점에서 민비, 고종, 대원군 등을 비롯한 당시 인물의 됨됨이를 되새겨보는 것은 역사읽기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하며, ≪매천야록≫ 속의 일화를 중심으로, 지금껏 상식화된 인물상을 재검해 나간다. 김 교수는 1967년 서울에서 나서, 고려대 국문과에서 학부와 석사․박사과정을 마쳤고, 중국 북경대에서 초빙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옛글에서 다시 찾은 사람의 향기≫, ≪고전의 반역≫(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송도인물지≫, ≪악기집석≫, ≪우붕잡억≫(공역) 등이 있다.
이달의 강좌가 펼쳐지는 영승마을에는 정선
(旌善) 전씨(全氏)의 정자인 사락정(四樂亭)과 더불어 영승서원(迎勝書院)이 있다. 사락정은 퇴계가 지은 전철(全轍)의 호에서 땄는데 사락, 즉 네 가지 즐거움은 농사짓는 즐거움, 누에치는 즐거움. 땔나무 하는 즐거움, 낚시하는 즐거움이다. 1543년 퇴계는 이곳에 <영승촌조춘(迎勝村早春)>이란 시를 남겨 “영승마을에서 초봄을 맞이하니 … 야인의 아취 흔쾌하여 본디의 참모습에 흡족하네.”라고 읊었다. 영승서원은 퇴계 이황,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 사락정 전철을 모시는 서원으로, 숭례사(崇禮祠)가 있으며, 1939년에 뜰에 '영승서원 사적비'를 세웠다.
영승마을로 찾아가는 길은, 거창읍에서 서흥여객(055-944-3720)이 하루 31회 운행되며, 자가용으로는 20분(9km) 걸리는데 88올림픽고속도로 거창나들목으로 나가 거함대로 함양방면으로 달리다 말흘교차로에서 위천(무주) 방면으로 750m 이동하다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닿는다.
(강좌문의 : 파랗게날, 011-9257-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