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가장자리<br><br> 김소연<br><br><br> 바로 오늘이야<br><br> 라고 읊조리며 가느다란 눈매로 먼 데를 한참 보았을<br> 사무라이의 표정을 떠올려 본다<br><br> 수평선이 눈앞에 있고<br> 여기까지 왔고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br><br> 햇살에도 파도가 있다<br> 소리는 없지만 철썩대고 있다<br> 삭아갈 것들이 조용하게 삭아가고 있었다<br><br> 이제 막 사람들과 헤어져 혼자가 되었다<br><br> 준비해 간 말들은 입술로부터 발생되지 않았다<br> 식은땀이 되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br> 머리통을 덮고 있던 머리카락의 가장자리가 젖어갔을 때<br><br> 눈앞에 있는<br> 냅킨을 접었다<br> 접고 다시 접었다<br><br> 모서리에 모서리를 대고 또 접었다<br><br> 내가 어쩌다 여기 서 있는 걸까<br> 오늘은 무슨 요일일까<br>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다<br><br> 기도하는 소리가 저 멀리서<br> 스프링쿨러의 물방울처럼 번지고 있다<br> 빛이 퍼지는 각도로 비둘기가 날고 있다<br> 검은 연인이 그늘 속에서 어깨를 기대고 낮잠을 잔다<br><br> 여긴 어디에요? 공손하게 질문을 던진다<br><br> 바디랭귀지를 하니<br> 춤을 추는 기분이 든다<br> 다 왔구나 싶어진다 여기가 어디든 간에<br><br><br><br>- 제21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작<br><br><br>■ 김소연 시인<br> - 1967년 경주 출생<br> - 카톨릭대 국문학 석사<br> - 1993년 <현대시사상> 등단<br> - 시집 <극에 달하다> 외</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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