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자연스레 준비하자. 라는 마음으로 대화하다 보니 기록할 때 과업을 구분 짓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쁩니다. 프로그램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여행 이야기 한 번, 일상 이야기 한 번, 지금 벌어진 이야기 한 번. 대화 속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정겹습니다.
※김희호, 인사, 24-5, 한글교실 선생님
한글교실 다녀와서 점심 먹습니다. 김희호 씨 추천으로 햄버거를 먹을까 했는데, 어느샌가 비빔밥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열심히 걸어가니, 김밥천국집이 보입니다. 김희호 씨는 쫄면, 저는 김밥.
“같이 나눠 먹을까?”
“네, 좋아요.”
셀프바가 보입니다. 뜨거운 국물은 제가 떠낼 테니, 김희호 씨는 단무지와 김치 담아달라고 청해봅니다.
“해줘.”
“저 (국물 떠느라) 손이 없어요. 해주세요.”
김희호 씨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와 단무지를 담습니다.
“양 괜찮아?”
“네.”
김치는 집으려다 이내 실패합니다.
“해줘.”
“네, 이건 제가 마저 담을게요.”
식사하는 도중, 김희호 씨에게 묻습니다.
“어머니 옷은 무슨 색깔로 살까요?”
“연두색. 엄마한테 물어봐.”
“그러면 지금은 점심이라 어머니도 밥 먹고 계실 것 같으니까, 좀 있다 옷 살 때 여쭤봅시다!”
“그래!”
점심 먹고 어머니 옷을 사러 나섭니다.
“희호 씨, 잠옷 파는 데가 어디예요?”
“마트.”
“천사마트요? 거기도 옷을 팔아요?”
“달라.”
김희호 씨가 생각해 둔 옷 가게가 있는 듯합니다.
“희호 씨, 옷 파는 마트로 안내해 주세요.”
몇 분 걸었을까. 편의점 앞에 멈춰 섭니다.
“콜라 먹을까?”
“희호 씨, 우리 옷 사러 가는 길이었잖아요. 더우세요?”
“응.”
편의점으로 들어섭니다.
분명 콜라만 산다고 하셨는데 과자 칸에서 멈춰 서십니다.
“과자 먹을까?”
“희호 씨, 과자도 좋은데 콜라 먹기로 했잖아요. 과자까지 사 먹으면 우리 어머니 옷, ㅁㅁ 씨 선물 못 살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응?”
먹느냐 마느냐로 대화하다 결국, 오늘도 김희호 씨가 이겼습니다. 팝콘과 콜라 사드십니다.
계산대 앞으로 와 김희호 씨가 계산합니다.
“김희호예요.”
“네, 희호 씨 안녕하세요.”
'희호'라는 이름이 바로 알아듣기 어려운 이름인데, 편의점 사장님은 정확한 발음으로 부르십니다. 정확히 부르며 답하셔서 김희호 씨가 아시는 분인가 했습니다. 김희호 씨가 워낙 자기소개를 많이 하고 다녀서 그런지 그동안 어디를 가면 김희호 씨를 아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리 생각할만하지요?
“오, 희호 씨를 전에도 뵌 적 있으세요?”
“네? 아뇨, 그냥 카드 이름 보고 알았어요.”
“더워.”
“그러면 여기 앉아있다가 갈까요?”
“응.”
잠시 앉아서 노닥거립니다. 전날 늦게 잠들어 오늘 피곤함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김희호 씨와 함께할 때 지친 내색을 비출까 싶어 미리 말씀드립니다.
“희호 씨, 제가 잠들려고 하면 ‘정신차려~’ 하며 깨워주세요. 죄송해요.”
“응.”
“희호 씨, 제가 어제 숙제하고 자느라 늦게 자버렸어요. 희호 씨는 언제 자요?”
“저녁 먹고 자.”
초등학교 저학년 손님들이 들어섭니다. 김희호 씨, 활짝 웃으며 인사합니다.
“안녕~ 난 김희호야. 아이들, 귀여워.”
1+1행사로 제가 마실 콜라도 생겼습니다. 김희호 씨는 빨리 먹는 사람, 나는 천천히 먹는 사람.
“얼른 콜라 먹어, 동생.”
안 먹는 것처럼 보였는지 챙겨주십니다.
“이게 뭐야?”
“팝콘이요.”
“나 팝콘 좋아해.”
“그러면 영화 좋아하세요?”
“응.”
“영화관에 콜라랑 팝콘 있잖아요.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
“호랑이! 어흥!”
.
.
양어머니와의 여행 첫째날, 어머님네 교회에서 예배드리기로 하였습니다. 목사님께 자신을 소개할 생각에 벌써 설레시는 듯합니다.
“어머니네 목사님이 나를 알까?”
“잘 모르실 수도 있으니까 소개하는 것 어때요?”
“김희호라 소개할까? 언니라고 소개해?”
“네, 좋아요.”
“너도 소개해줘? 이다정 학생이라 소개해줘?”
“네! 감사해요.”
역시 소개하고 관계 이어주기는 김희호 씨의 큰 강점입니다.
활짝 웃으며 아이들에게 한 번 더 인사합니다.
“김희호야.”
“여기 이모 이름이 김희호 씨래.” - 편의점 사장님
편의점 사장님이 전해줍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 아이 손님
“희호 씨는 애기들 좋아해요?”
“응 애기들 좋아해.”
“왜 좋아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나보다 작아서, 귀여워서.”
자연스레 여행 계획 짜봅니다.
“정읍 가서 뭐하고 싶으세요?”, “고모님 뵙고, 밥만 먹고 돌아오고 싶어요?”, “제가 맛집 검색해 볼까요?”
“아빠 산소 가서 고모랑 사진 찍어야지~”
정읍 여행을 나누다, 양어머니 잠옷 이야기도 나눕니다.
“희호 씨, 어머님 잠옷 어떤 걸로 살 거예요?”
“엄마한테 전화해봐. 잠옷 사줄게요. 말해봐(전해봐).”
“그럼 제가 전화할테니까 희호 씨가 말해줄 수 있어요?”, “뭐라고 질문하실 거예요?”
“잠옷 바지랑 윗도리 같이 살 거야.”
양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봅니다. 옷 사러 갈 때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십니다.
“고모님 드릴 선물, 특별히 김인 이유가 뭐예요?”
“맛있어서.”
“아하.”
※김희호, 준비, 24-14, 엄마 취향을 아는 딸
ㅁㅁ 언니 생일 선물 살 곳은 김희호 씨가 정확히 압니다. 주저 없이 갑니다. 저도 별 걱정없이 따라갑니다.
ㅁㅁ 씨의 취향을 미리 알아두었습니다. 김희호 씨가 고심하며 ㅁㅁ 씨가 좋아할 색깔의 삔과 머리띠를 고릅니다.
오늘 길을 걷다 김희호 씨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퍼즐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문구점에 오니 입구에 김희호 씨가 좋아하는 퍼즐이 보입니다. 이를 놓칠 김희호 씨가 아닙니다.
오늘 사려고 했던 물건이 아니지 않느냐, 짐이 많은데 퍼즐이 너무 커서 들고 가기 어려울 거다, 헌금 아직 안 뽑았다 등등 여러 이유를 대며 설득해봅니다.
오늘, 계획에 없는 물건 사다가 양어머니 잠옷, ㅁㅁ씨 생일선물 못 살 수 있다고 온종일 당부했습니다.
지금은 살 것 다 샀으니, 말릴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이번에도 제가 졌습니다. 괜찮습니다.
현금 인출 외에는 모두 마쳤습니다. 여유로이 카페 들리기로 합니다. 이전에 김희호 씨와 한 번 들렸던 곳이니 저도 이제 이곳이 익숙합니다. 이미 한 번 인사 드린 사이이고, 김희호 씨를 아는 분들이니 처음 들어섰을 때보다 편안합니다. 처음 들렀을 때 이해해 주시고, 크게 신경쓰지 않으셨습니다. 만약 신경쓰였더라도, 불편하였더라도 드러내지 않고 잠잠히 있어주심이 감사했습니다.
.
.
“우리 다른 이야기를 해 볼까요?”
“양어머니 보고 싶다.”
“퍼즐 집에서 누구랑 해요?”
“혼자, 혼자서 맞춰!”
“희호 씨, 희호 씨는 나중에 뭐하고 싶어요?”
“찰흙 만들기.”
“여행 가서 말고요. 한 10년 뒤에, 아니면 희호 씨가 양어머니처럼 나이를 먹었을 때.”
“....”
김희호 씨가 빙수 먹으라고 가운데로 접시 밀어넣어주십니다. 폰 보지 말고 먹으라고. 따신 사람입니다.
“희호 씨, 어머니가 희호 씨랑 산책하고 싶으시대요, 걷고 싶으시대요. 그런데 가방이 너무 무거우면 오래 걷기 힘드니까, 짐 조금만 싸요?”
“응.”, “엄마가 딸이랑 걷고 싶으시대?”
“네.”
“이이잉 드라이기 가져가야 해.”
“드라이기 안 가져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드라이기 엄마 빌려줘야 해.”
“아하.”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깨닫습니다.
김희호 씨 빙수가 차가운지 후후 붑니다. 괜시리 웃음이 나옵니다.
“희호 씨, 차가워서 후후 분거죠? 원래 따뜻할 때 후후 부는데, 한국인들은 뭐든 후후 불더라고요.”
다 먹기 힘드신가 봅니다.
“같이 나눠먹자.”
“네, 너무 차갑죠.”
카페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립니다. 김희호 씨도 웃습니다.
“희호 씨, 다음에는 우리 폰 배터리 아껴요. 한글교실에서 폰 하지 말자요. 배터리 다 돼서 폰으로 음악 못 듣잖아요.”
“희호 씨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뭐예요?”
“빨간색, 노란색.”
“가방은 갈색으로 사셨네요? 갈색도 좋아요?”
“응.”
“맥추감사절 얼마 헌금할 거예요?”
“5만 원.”
테이블에 거미가 나타났습니다.
“희호 씨는 곤충 좋아해요?”
“아니.”
“전 곤충 좋아해요.”
거미. 살리려 그랬는데 잘못하여 죽여버렸습니다.
“희호 씨는 벌레 잘 죽여요? 방에서 벌레 나오면 누가 죽여줘요?”
“ㅇㅇ 언니가.”
시시콜콜 대화 나누다 카페에서 나옵니다.
2024년 7월 5일 금요일, 이다정
* ※이다정, 성찰, 24-9, 여느 일상의 대화, 2024. 7. 4.
첫댓글 드라이기를 가져가기 바랐던 희호씨의 마음을 알았네요.
입주인이 직접 선택하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옷을 고를 때, 별 필요가 없어 보이는 물건을 살 때 ..
나름의 이유가 다 있습니다.
아기들을 좋아하고 파랑색을 좋아 해요.
이런 시시콜콜하게 대화 나누었던 일들이 참 좋아 보이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틀에 박힌 대화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더 정이 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