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五福)에 대하여
홍 성 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또래끼리 만나면 으레 복에 대하여 이야기 하다가 오복이란 말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복이란 무엇인가? 찾아보니, 생활에서 누리게 되는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 또는 어떤 대상으로 하여 만족과 기쁨이 많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친정아버지께서는 전에 오복(五福)에 대한 말씀을 가끔 하셨다.
1.수(壽) 2.부(富) 3.강녕(康寧) 4.유호덕(攸好德) 5.고종명(考終命)이라고 하시며, 수는 오래 살고, 부는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돈이나 재산이 넉넉하고, 강녕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유호덕은 덕을 좋아하여 남에게 베풀고, 고종명은 천명을 다하고 고통 없이 편안한 죽음을 살던 집에서 맞이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어서 아버지는 거기에 늘 의문점이 있다고 하시며, 오복 중에는 왜 배우자 와 자식이 안 들어갔나?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내나 남편, 자녀가 없는 것이 복인가? 스님들이나 신부님들, 수녀님들 혹은 혼자 사는 분들은 복된 사람들인가? 배우자와 자녀들이 인생에 있어서 제일 소중하며 행복의 근원인데, 중국의 유교에서 나온 오복을 생각하실 때면 늘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보니, 요즘 현대인의 오복을 보통으로 말한다면, 1.건강 2.배우자 3.재물 4.취미 5.참된 친구라고 한다. 조금 발전된 버전인지 여기에 배우자는 들어갔지만 자녀가 안 들어갔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세상이지만, 역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또한 근래의 신체오복을 말한다면 1.이가 튼튼하고 2. 소화가 잘되며 3.눈이 잘 보이고 4.귀가 잘 들리며 5.대소변 잘 보는 것이란다. 암이나 치매, 중풍 등 중병에 안 걸렸다면 맞는 말이라고 본다.
내 주변에 90세 된 어느 어머님은 자립심이 투철하고 정신 또한 얼마나 또렷하신지, 캐나다 땅에 오셔서 5남매를 훌륭하게 키워 놓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있는 자식들한테 경제적인 면은 추호도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하시며, 캐나다 정부에서 주는 연금으로 시니어 아파트에서 사시는데, 돈이야 쓰기 나름이지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다고 하셨다. 다른 면에 있어서도 자식들한테 조금이라도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시는걸 알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분들 중의 한 분이시다.
하시는 말씀이 호랑이가 무서워요? 자식이 무섭디다. 참말로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말이 되기도 함이 나이 들면서 조금씩은 이해가 되어간다.
나이 들수록 홀로서기를 하라는데, 즉 자립이란 말은 청년들한테만 쓰는 말이 아니라, 70넘어 늙어가는 우리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을 각성해야 되겠다.
복은 타고난 복도 있을 것이고, 내가 선택하고 만드는 복도 있을 것이다. 타고난 복이 적다면 복을 많이 지어야하겠다.
인생이란 복잡하게 생각하면 복잡한 게 인생이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단순한 게 또한 인생 아니겠나.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작은 일에서 시작하여 신뢰와 믿음 속에서 인정해주고 배려와 존중을 주고받아야 함도 소소한 복임을 덧붙이고 싶다.
오래 살고 건강해야 하며, 돈도 있어야 하고, 어려운 남들한테 베풀고 살며, 세상 떠날 때는 고종명하기를 바라지만, 백년해로, 자녀들과의 좋은 관계, 또한 즐기는 취미도 있고, 좋은 친구들까지 등등 있으면 오복을 넘어 십복인들 많다 할까.
( 2023. 8.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