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이라는 뉴스에 옥상으로 가본다 붉은 달이 초콜릿 듬뿍 묻힌 초코파이 같다 한 입 베어 문 그때
평화동에 산 적 있다 절취선 같은 골목 따라가면 노인이 돋보기안경으로 거스름돈 꺼내주던 구멍가게가 나왔다 초코파이 한 상자 어김없이 한 봉지씩 우물거리는 밤 별들도 그 부스러기였다 네가 갈래? 내가 갈까? 자매끼리 서로 떠넘기다 마지못해 사러갔던 그 가게, 초코파이만큼은 늘 채워져 있었다 날마다 야금야금 갉아먹는 열다섯, 빈 봉지 털어보듯 용돈도 털려갔다 속을 채우고 담아도 늘 고팠던 그때의 정은 오직 초코파이
오리온자리를 찾아본다 그 자리 뜯어보면 열두 개의 촉촉한 정이 있다 ---------------------------------------------------------------------------------------------------------------------------------------------------------------- 개기월식은 달의 일부가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달이 어둡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시인은 개기월식에서 초코파이를 연상했습니다. 옥상에 올라 달을 볼때 어린시절을 떠 올렸습니다. 누구나 배고팠던 시절이 있지요.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던 시절, 초코파이는 달콤하면서 배도 부르게 하는 마법과 같은 간식이었습니다. 저는 초코파이만 보면 군시절이 떠 오릅니다. 이맘때, '국군의 날'이면 '초전박살'이라는 선물세트를 받았습니다. 안에는 과자가 한 가득이었는데 초코파이가 꼭 들어 있었습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한 해 20억개가 수출이 된다고 하고, 파이로드도 생겨서 세계 60여개국에 수출이 된다고 합니다. 한 동안 북한의 개성공단에서 간식으로 나누어주었던 초코파이가 장마당에서 공공연하게 거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핏줄이 같으니 입맛도 비슷한가봐요. 초코파이로 정(情)이 넘치는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