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여러분, 하느님은 불의한 분이 아니시므로 여러분이 지금까지 성도들에게 봉사해 왔고 아직도 봉사하면서 당신의 이름을 위해서 보여 준 선행과 사랑을 결코 잊지 앉으십니다. 우리는 여러분 각 사람이 희망을 성취하기가지 끝내 같은 열성을 보여 주기를 바랍니다. 게으른 자가 되지 말고 믿음과 인내로써 하느님께서 약속해 주신 것을 상속받는 사람들을 본받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약속을 하실 때에 당신보다 더 위대한 분이 없었으므로 당신 자신을 두고 맹세하시며 "반드시 내가 너에게 복을 주고 너의 후손을 번성하게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아브라함은 끈기 있게 기다려서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맹세할 때에는 자기보다 더 위대한 분의 이름을 끌어댑니다. 그 맹세는 모든 논쟁을 그치게 하는 보증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약속하신 것을 이어받을 사람들에게 당신의 계획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시려고 맹세로써 보증하셨습니다. 하느님은 거짓말을 하실 수 없는 분이시므로 그분의 약속과 맹세는 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하느님을 피난처로 삼은 우리는 큰 용기를 얻어 우리 앞에 놓인 희망을 굳게 붙잡을 수 있습니다. 이 희망은 닻과 같아서 우리의 영혼을 안전하고 든든하게 보호해 주며 하늘 성전의 지성소에까지 들어가게 해 줍니다. 예수께서는 멜기세덱의 사제직분을 따라 영원한 대사제가 되셔서 우리보다 앞서 그곳에 들어가겼습니다.
복음 마르코 2,23-28
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때 함께 가던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자르기 시작하자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께 "보십시오, 왜 저 사람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반문하셨다. "너희는 다윗의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렸을 때에 다윗이 한 일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에비아달 대사제 때에 다윗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서 제단에 차려 놓은 빵을 먹고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도 주었다. 그 빵은 사제들밖에는 아무도 먹을 수 없는 빵이 아니었더냐?"
예수께서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로마 시대에 있었던 일입니다. 로마 총독이 죄수들을 실어 나르는 배에 올라탔습니다. 총독이 지나가자 죄수들이 그의 발아래 엎드려 하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총독이라면 자신들의 죄를 탕감해줄만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총독 각하, 저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억울하게 모함을 받아 이곳에 잡혀 왔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앞을 다투어 말합니다.
“저도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오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털끝만큼도 죄가 없습니다. 오해를 받아 도둑으로 몰렸습니다. 부디 누명을 풀어주십시오.”
그런데 총독이 보니, 어떤 죄수가 저 구석에 물러서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총독은 다른 죄수와 다른 모습에 의아해서 물었지요.
“그대는 왜 아무 말도 없는가?”
그러자 그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며 말했습니다.
“저는 남의 집 빵을 훔친 죄인입니다. 그러므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총독은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이 배에는 죄수가 오직 한 사람뿐이구나. 그러니 이 자를 죄 없는 사람들과 함께 두어서는 안 되겠다. 가거라! 네 정직이 합당한 대가를 받았다. 석방이다.”
우리들의 모습이 총독 앞에서 죄가 없다고 울부짖는 죄인의 모습은 아닐까요? 또한 자기는 언제나 깨끗한 사람인척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은 겉으로만 그리고 말로만 깨끗하다고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진심으로 뉘우치고 주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청하는 사람을 원하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을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들 역시 어느 누구를 죄인이라면서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사랑으로써 받아주길 원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바로 이 점을 더욱 더 분명하게 합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안식일에 밀 이삭을 베어 먹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서는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고 예수님께 고발합니다. 즉, 안식일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죄인을 제자로 둔 당신도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더 중요한 것은 법 자체가 아니라, 인간을 사랑하는 수단으로 법을 사용해야 함을 밝히십니다. 그래서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내 모습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단죄를 해버리는 바리사이파 사람의 모습을 꼭 빼닮은 것은 아닌지요?
우리가 정말로 닮아야 할 대상은 주님뿐입니다. 법보다 사람을 우선시하셨던 주님을 떠올리면서, 우리 역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했으면 합니다.
이웃 사랑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찾으면 너무나도 간단한 곳에 이웃 사랑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찾아서 실천하여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