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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이 세상 마지막 말은 평화' / 임마누엘 멜라르 수녀
65-73p
제8장 감옥 안에서 외치는 소리
“오늘은 특별히 나의 자비를 공경하고, 찬양하는 영혼들을 나에게로 데려와 그들이 내 자비 속으로 잠겨 들게 하여라. 이 영혼들은 나의 수난을 가장 슬퍼했고 나의 영 안으로 가장 깊이 들어왔다. 그들은 나의 자애로운 성심을 꼭 닮은 살아있는 표상이다. 이 영혼들은 내세에서 특별한 광채로 빛날 것이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지옥의 불로 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임종할 때 그들 하나하나를 각별히 보호할 것이다.”
(예수께서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일기 1224)
수년 전에 메주고리예에서 나를 도와 함께 일했던 프랑스 출신의 훌륭한 봉사자가 있었는데 나중에 수녀가 되었다. 프랑스에 있는 그녀의 수도회에서는 그녀를 미국 동부에 가서 일하도록 했다. 그녀는 죄수들을 방문하는 교정 사목의 특수한 은사가 자기에게 있음을 발견했다. 경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을 단순히 방문하는 사목이 아니었다. 죄명만 들어도 감옥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몇 년씩이나 되는 죄수들이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합산해서 형량을 계산하면 감옥에서 수 백 년을 보내야 되는 가장 힘든 곳만 방문했다. 그녀가 감옥에서 경험한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2008년 11월에 처음 미국 감옥을 방문했어요. 보호 감호소를 갔는데 독방에 있는 죄수들이었고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8개의 감방이 있었어요. 제가 복도를 들어서자 흑인 죄수 한 명이 "얘들아, 수녀가 왔네!"라고 소리쳤어요.
기분이 몹시 언짢았죠. 그 외침을 듣고 모든 죄수들이 보호 유리로 만든 감방 문 앞에 나와 섰어요.
저는 발걸음을 돌려 그 흑인 죄수에게 갔죠. 그의 감방 문 앞에 다가갔을 때 그의 얼굴에 6개의 눈물 방울이 문신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눈물은 갱단의 표시임을 저는 알고 있었어요. 사람을 총 쏘아 죽였거나 가까운 사람이 총맞아 죽었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6개의 눈물 문신을 보았을 때 그 흑인 죄수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저는 온 몸이 얼어붙었어요.
그는 저를 빤히 쳐다보면서 심한 말을 했습니다. "수녀가 이런 지옥에서 뭘 하겠다는 거지?"
성령의 감화로 제가 대답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모든 눈물을 씻어 주러 오셨기 때문이죠."
제가 한 이 말은 나중에 알고 보니 우연하게도 그날 매일 미사 독서 말씀이었어요. 그 말에 그가 잠깐 얼어 붙는 듯하더니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어요. "그 따위 농담이랑 집어치워!"
"당신도 알다시피, 천국으로 들어간 첫 사람이 죄수였기 때문에 제가 여기에 왔어요."
"뭐라구?"
"아시잖아요! 천국에 제일 처음 들어간 사람은 바로 죄수였어요."
저는 그에게 성경에 나오는 ‘선한 도둑’이라는 말이 그리스어 판본에서는 ‘죄수’라는 단어였다고 설명해 줬어요.
제가 계속 말했죠. "그 죄수는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십자가에 못박혀서 곧 사형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도 들어서 알잖아요. 그는 사과를 훔치는 정도의 단순한 절도가 아니고 진짜 죄인이었어요. 우도도 처음에는 좌도처럼 예수님을 반대했지만 어느 순간 중요한 깨달음을 통해 예수님께 의지하면서, ‘주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고백했지요. 그리고 예수님은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천국으로 들어간 첫 사람이 바로 우도였고 제가 여기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당신은 정말 나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거요?"
"무엇을 위한 기회 말인가요?"
"내가 지옥에 가지 않아도 될 기회 말이요. 내가 천국에 갈 기회가 있다는 말이요?"
"물론이지요. 그래서 제가 여기 있는 겁니다. 예수님은 우리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주시기 위해서 오셨고 당신 얼굴에 있는 문신한 눈물까지도 닦아주실 거예요."
그는 매우 고무되어 말했어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이 확실한가요?"
"제가 보장합니다! 만약 당신이 지은 죄에 대해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용서하시고 당신을 천국으로 데려가실 겁니다."
"내 이름은 HB입니다.(우리는 결코 그의 실명을 알지 못할 것이다.)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나도 그 죄수처럼 천국에 들어갈 수 있게요."
저는 그를 위해 기도해 주겠다고 말해 주고 다음 감방으로 갔어요.
HB감방 반대편에 그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HB를 불렀어요.
"수녀가 뭐라고 그런 것 같은데, 뭐라고 말했는데?"
그들 사이에 복도가 있어 서로의 말을 알아 들으려면 소리를 질러야 했어요.
HB가 소리쳤어요. "Mo!" HB의 친구인 죄수의 별명이지요.
"Mo, 수녀님이 나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어! 수녀님이 내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어. 넌 믿을 수 있니? 내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니까! 내가 지옥에 안 가도 된대. 내가 천국에 갈 수 있대!"
HB의 말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죠. 그래서 제가 HB의 감방으로 다시 가서 말했어요.
"좋아요, 계속 소리쳐서 복음을 전파하세요!"
그것이 제가 그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거예요. 저는 매주 그 감옥을 방문했지만 그곳은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수감되는 곳이어서 그가 연방 교도소로 가 버려 더이상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죄수들이 종종 사라지곤 했어요. 어떤 경우에는 2-3년 동안 만나기도 했지만 한 번밖에 못 보는 경우도 있었어요.
대체로 저는 감방 문 앞에 가면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해요. 한번은 나숀이라고 불리는 죄수가 있었는데 그는 기도하기를 절대 원치 않았어요. 그를 6개월간 만났고 방문할 때마다 그의 감방 문 앞에 가서 "기도하실래요?"라고 물으면 "아뇨, 저는 기도 안 해요."라고 했어요. 그래서 어느 날 제가 말했죠. "제가 벌써 당신을 몇 달째 만나고 있는데 당신은 기도를 절대로 안 하시네요."
"네, 저는 기도를 안 해요. 여기서 나가자마자 똑같은 짓을 할 것을 뻔히 아는데…… 위선적인 기도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정직하시군요. 그러나 기도를 하면, 똑같은 짓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거예요."
그는 저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고 저는 그에게 "무릎을 꿇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무릎을 꿇었고 우리는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이후 우리는 매주 함께 기도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감옥의 대부분의 죄수들이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보호 감호소의 많은 죄수들은 처음에는 "아뇨"라고 해도, 한두 번 권유하면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과 함께 있다'라고 하신 것을 알고 있지요. 한 감방에 두 명이 있을 때 서로가 서로를 선택했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제 여러분은 예수님 안에서 서로를 형제로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러면 여러분 가운데 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 후, 저는 같은 감방을 쓰는 죄수가 함께 기도하는 것을 본 증인이 되었어요. 그들 중 두 명은 교도소 바깥에서 다시 만났어요. 그들은 "기도가 우리를 한 형제로 맺어 줘서 우리는 같은 아파트에서 서로 도우며 살고 있어요." 라고 말했어요.
“그가 저지른 일은 세계적으로 너무 잘 알려져 있어 그의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그와 비슷한 사람이 또 한 사람 있었는데 그의 감방은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그림은 온통 악마적인 그림이었어요. 저는 그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죄수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대부분 몰랐지만 그의 범행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죠. 저는 매번 그의 감방 앞에 갔는데, 어느 날 주님께서 제게 영감을 주셔서 이런 성경 구절을 종이 위에 적으라고 하셨어요.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2코린 5, 20)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2코린 6, 1-2)
그래서 종이에다 이 성경 구절을 써서 일반 면회자에게 그 종이를 그의 감방 문 밑에 넣어 달라고 부탁해서 그가 그 종이를 가져갈 수 있게 했어요.
일주일 후 그가 함께 기도하자고 우리를 불렀고 그와 오랫동안 기도했는데 어느 날, 그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가 연방 교도소로 보내져 모든 사람과 접촉이 끊어졌고 그의 엄마조차도 그의 행방을 몰랐습니다. 그는 엄마의 면회를 거부했습니다. 3개의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이가 서른 살 아니면 서른한 살 정도였습니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어린아이일지라도 종신형을 선고합니다. 열둘, 열넷, 열다섯 살 청소년이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를 당시 열다섯 살인 경우에 유죄나 종신형을 선고받으면 대부분의 죄수들은 가족들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감옥으로 보내집니다. 가족들이 처음에는 면회를 오지만 조금 지나면 그들은 잊혀지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마음에서도 멀어지죠. 보호 감호소에 120명 가량의 수감자가 있는데 15-20명에게만 가족들이 면회를 옵니다.
열다섯 살 혹은 열여섯 살에 범죄를 저질렀고 열여덟 살이 되어 성인 감옥으로 보내질 몇 명의 죄수를 만났습니다. 다른 죄수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기 감방에서 혼자서 하루 23.5시간을 지내야 합니다. 하루에 30분만 감방 밖으로 나가는 것이 허락되는데 그 시간 동안에 전화(15분에 5달러)도 할 수 있고 복도를 걸어 다닐 수 있으나 밖으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법정에 나갈 때가 신선한 공기를 쐬는 유일한 시간이죠. 법정에 갈 때는 동물을 다루듯 이 죄수들끼리 묶어서 커다란 밴에 실어 날랐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이 "몸이 식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예요."라고 하더군요.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범죄자를 수용하는 감방에 갔더니 동반한 교도관이 제게 말했습니다. "저 사람은 안돼요.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는 감방 문 바로 뒤에서 꼼짝도 않고 서 있었어요.
저는 그와 이야기를 시도했죠. 이름을 물어봤으나 눈도 깜짝 않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십자 성호를 긋자, 바로 그때 그도 십자 성호를 그었습니다.
교도관이 말했습니다. "보세요…… 그를 보세요."
제가 두 번째 십자 성호를 그었더니, 그도 두 번째 십자 성호를 그었습니다.
저는 큰소리로 주기도문과 성모송을 외우고 1-2분 정도 자유 기도를 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다음 주에 오겠어요. 그때 당신을 보러 다시 오겠습니다." 그 다음 주에 그는 여전히 감옥에 있었지만 감방을 옮겨 다른 감방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가 먼저 저를 소리쳐 불렀습니다.
"오! 감사해요, 감사해요!"
"뭐라고요?"
"지난 주에 나에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사람들이 나에게 약을 먹여서 내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당신은 기억해요. 당신이 나와 시간을 보낸 것을 알아요. 내게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해요.”
거기 수감자들은 제게 ‘영판 깡패(OG, Original Gangster) 수녀’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영판 깡패’라는 것은 갱단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뜻이죠. 그들이 저를 얼마나 친밀하게 받아들였는지 저를 ‘깡패 수녀’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부르는 것은 그들이 저를 아주 귀하고 특별하게 여긴다는 표시입니다! 진짜예요! 농담이 아니예요!
봉헌된 사람들이 자신과 같이 봉헌된 동료들을 수녀님 혹은 신부님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죄수들은 동료를 ‘영판 깡패’라고 부릅니다. 감옥에서 저를 소개할 때 ‘안녕하세요! 저는 ‘영판 깡패’ 수녀입니다!’라고 소개합니다. 그들에게는 충격적이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죄수들과 금방 가까워지는 요령이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즉각적으로 깨졌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감옥에서 복음을 전하는 놀라운 방법이었지요.
제가 교도소를 방문한 경험으로부터 얻은 것은 하느님의 자비가 선포되면 놀랍게도 죄수들에게 그 자비가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