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노병철
돌아버리겠단다. 자기가 수술한 여자 환자 수술 부위가 자꾸 터져서 애를 먹는 김 원장이 머리를 흔들며 연거푸 술을 들이마신다. 속이 속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당뇨가 있어도 저 정도로 터지지는 않는데 왜 저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문제는 여동생이란 여자가 나타나 돌팔이라고 병원을 다 뒤집어 놓는 바람에 속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일단 환자를 종합병원에 보냈더니 전신질환매독혈청검사, 약자로 STS(serological tests for syphilis)검사를 했고 그 결과 매독이 의심된단다. 매독이 혈관을 부풀려 터지게 만드는 경우가 왕왕 있어 종합병원에서도 애를 먹은 경우가 있었단다.
혹시라도 성병에 한 번이라도 걸린 사람은 잘 알겠지만, 성병은 잠자리를 같이한 상대자와 같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이 어느 한쪽이 어디 이상한 곳에서 병을 옮아 왔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럴 때 흔히 하는 이야기가 ‘목욕탕 이론’이다. 대중이 이용하는 목욕탕에서 옮았다는 이야기다. 의사도 남의 집 가정 깰 일이 없으니깐 대충 목욕탕 이론을 뒷받침해 준다. 심지어 소변 누다가도 병균이 오줌 줄기 타고 올라온다고까지 해주면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걸 전문 용어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한다. 내가 어디서 성관계하다 성병에 걸렸으니 같이 치료를 받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무 잘못 없는 배우자가 쪽팔리게 성병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다녀야 할 판인데 성병 걸린 배우자를 때려죽이고 싶지 않겠는가. 살인은 막아야 한다.
간염 바이러스는 대부분 혈액에 대부분 존재한다. 그런데 체액, 즉 타액이나 정액 등에도 일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간염 바이러스 가진 사람과 성관계하면 간염에 걸리나? 이론상 걸릴 확률이 당연히 있다. 목욕탕에서 성병 걸릴 확률이 영 없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뽀뽀해서 상대의 간염바이러스가 넘어오면 걸리나? 술잔 돌리면 간염 바이러스 전염되어 걸리나? 수건 같이 사용하면 수건에 묻은 바이러스가 넘어오나?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이론상 존재할 뿐이지 전염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단지 예방의학적 차원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보건위생에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다. 목욕탕에서 남이 쓴 면도기 주워 사용하는 영감을 봤다. 제발 좀 이건 아니다.
최근 들어 매독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다. 국내에서는 매독균이 눈을 침범해 실명 위기로 치닫는 사례가 늘고 있단다. 매독성 포도막염이 심한 나이가 3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란다.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젊은 나이에 장님이 될 판이다. 매독(梅毒)이라는 이름이 피부 궤양이 매화 같은 모양이라고 해서 붙었을 뿐이지 결코 단순히 생각할 병이 아니다. 베토벤, 슈만, 슈베르트, 보들레르, 플로베르, 모파상, 고흐, 니체 같은 양반들도 매독에 걸렸는데 우리 같은 범인들이야 어찌하다 보면 병이 옮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고 위안하고 싶겠지만, 눈이 빠질 정도로 아프고 머리 빠지고 생식기에 고름 나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사실 요즘 세상에 매독은 별것이 아니다. 뭔가 이상하면 빨리 비뇨기과에 가면 바로 해결된다. 페니실린 주사 세 방이면 대충 끝나는 것을 쉬쉬하다가 병을 키우게 되고 급기야 악화할 만큼 심해져서 병원에 오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그 와중에 관계한 상대가 많다면 여럿 죽이는 꼴이 된다.
김 원장이 그 여성 환자에게 이야기했더니 환자 안색이 완전히 간다. 자기 몸에 죽을 수도 있는 매독균이 있다는데 누군들 안 놀라겠는가. 때마침 남편이 들어오길래 병실이 난리가 날 것 같아 급히 병실을 나왔단다. 밖에서 싸움 구경이라도 할 양으로 지켜보았는데 뜻밖에 조용하더란다. 당연히 남편이 옮겼을 것이고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 난리가 나야 정상인데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뭐야? 이 상황은?”
따로 남편을 만나 몸속에 이상한 것이 발견되어 다른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돌려 이야길 했는데 이 아저씨 하는 말이 “혹시 매독이 아니냐?”고 묻는다. 남편이 매독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여자가 자기 남편이 옮겼다고 확신을 못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를 의심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갑자기 뭔가 복잡해진다. 이 사실을 모르는 여동생은 이제 제 남편이랑 같이 와 의료사고(?) 보상해 달라고 난리를 쳤고 정작 당사자인 환자와 그 남편은 쪽팔려 여동생 부부를 말린다고 난리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첫댓글 ㅎㅎㅎ내용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