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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 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선출
한 국가 원수 및 대표에 의하여 국
정이 운영되는 나라입니다.
헌데, 대한민국은 국민이 선출한 국
가원수가 아니라 대통령이 아닌 사
람들에 의해서 국정이 운영되었던 바, 현재의 사태가 일어났고 일어나
고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의 위기가 온 것인 바,
갑론을박이 난무하고 여러 가지 헌
법적 해석이 주장을 펴면서 백가가 쟁명을 하는 시절을 당혹스럽게 견
뎌 내고 있습니다.
아~ 시절은 하!
수상하여 소주맛만 오름치를 기록
하면서 속내는 거무티티하게 타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나 아렌트
가 쓴 <공화국의 위기>를 따라가면
서 지금의 현실을 스케치 해보았습
니다.
<공화국의 위기>는 3편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1편은 정치에서의 거짓말이고, 2편은 시민불복종이며,
3편은 폭력론 입니다.
아렌트는 <정치에서의 거짓말>을 통해 미국 정치에서 거짓이 누적되
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된 메커니즘을 살피고 있습니다.
<시민불복종>에서는 미국법의 특성
과 국가에서 법의 준수와 불복종 행
위를 통한 법의 개선이라는 변증법
적 과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폭력론>에서는 국가 혹은 집단,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힘의 행사가 폭력과 권력으로 나뉘는 분
기점이 무엇인가를 드러내고 있습
니다.
여기서는 <정치에서의 거짓말>을 중심으로 진행을 해봅니다. 그것이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의 거짓말과 중첩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상황은 그렇습니다.
거짓은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이성을 활용하여 판단하려는 우리는 혼란을 겪으며,
거짓은 진실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와 우리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아렌트는
<진리는 비록 공적으로 명백히 드러
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모든 거짓
에 대해 확고한 우선성을 갖고 있
다>고 합니다.
더불어 저자는 <중요한 사실은 탐색
하지 못하게 하는 '정신습관'을 이겨
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
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변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정치에서 거짓과 기
만이 대체로 당연한 도구로 생각되
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거짓말이 반복되면서 그 거
짓을 생산해낸 자들조차 그것을 진
실로 믿어버리게 되는 사태가 생겨
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상황
이 펼쳐지게 된다고 하는 것을 지적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는 경고 합니다.
정치에서의 기만과 거짓은 시민들과
의 소통 역량을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움직이고 있는 현실을 놓치고 만다
는 것입니다.
권력은 정보가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자신이 뭐든지 다 알고 있다는 오만에 빠지기 쉬운데,
결국은 자기가 파놓은 함정이 되고 그로써 저지르는 실수는 막대하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 이러한 권력은 <공화
국의 위기>를 불러오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에 대해 시민들이 저항에 나서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것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는 우리가 위기
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가지
게 되는 것은 <권력이 위협하려 하
지만 그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
신의 자유가 야금야금 갉아 먹히기 보다는 차라리 저항하다가 감옥에 갇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
니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시민 불복종에 대해 넘어가게 되는데, 한나 아렌트
는 이 문제가 데이비드 소로처럼 개인의 양심에 따른 사안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공통의 견해(common opinion)를 가진 이들의 자발적 조직화(voluntary association)
라는 각도로 파악해 들어가고 있습
니다.
기존의 법질서에 대한 시민들의 대
대적인 불복종과 저항은 기존 정치
의 해체를 예고하는 것으로서, 여기
서 중요하게 주목해야 할 바는 <다
수의 참여>라는 것입니다.
<다수의 참여>가 중요해지는 까닭
은 이들의 견해가 기존의 법질서 자체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게 되
고, 기존의 법질서로 볼 때 불법이었
던 일들이 합법이 되는 변화가 일어
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저자는 <집단행동과 협상 그리고 파업을 할 수 있는 노동자
들의 권리를 보장한 노동법도 그 법
이 만들어지기 전 수십 년에 걸친 불복종 운동의 결과>라는 점을 상기
해야만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시민 불복종 운동은 민주 공화국의 기초인 다수의 자발적 조직화로서, 새로운 정당성을 획득하여 법의
창출이 가능해질 수 있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존의 질서가 위기에 처
하고 비상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
기에 헌법까지 바꿀 수 있는 동력
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이러한 견해는 사회
적 변혁의 시기에 일어나는 저항 운동에 대한 정치철학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론이 되는 동시에 공화
국의 발전에 필요한 변화가 갖는 의미를 조명하게 하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현실에서 한나 아렌트
를 읽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와 공화국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
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
존의 법질서와 사회적 틀 안에서 사고하는 한, 정치의 변화와 발전은 없다는 메세지를 던져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선상에서 한나 아렌트의 <공
화국의 위기>를 스크린 하다보니 언뜻 떠오르는 시가 있습니다.
1960년 4월에 발표한 김수영 시인
의 시 입니다.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
로 하자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民主主義(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學生(학생)들의 雄壯(웅장)한
紀念塔(기념탑)을 세우자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이제야말로 아무 두려움 없이
그놈의 사진을 태워도 좋다
협잡과 아부와 무수한 악독의 상징인
지긋지긋한 그놈의 미소하는 사진을 -----
大韓民國의 방방곡곡에 안 붙은 곳이 없는
그놈의 점잖은 얼굴의 사진을
洞會(동회)란 洞會에서 市廳(시청)이란 市廳에서
社會(사회)란 社會에서
xx團體(단체)에서 00協會(협회)에서
하물며는 술집에서 음식점에서 洋靴店(양화점)에서
무역상에서 개솔린 스탠드에서
책방에서 학교에서 全國의 國民學校(국민학교)란 國民學校에서 幼稚園(유치원)에서
선량한 백성들이 하늘같이 모시고
아침저녁으로 우러러보던 그 사진은
사실은 억압과 폭정의 방패이었느니
썩은놈의 사진이었느니
아아 殺人者(살인자)의 사진이었느니
너도 나도 누나도 언니도 어머니도
철수도 용식이도 미스터 강도 柳(류)중사도
강중령도 그놈의 속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무서워서 편리해서 살기 위해서
빨갱이라고 할까보아 무서워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편리해서
가련한 목숨을 이어가지 위해서
신주처럼 모셔놓던 의젓한 얼굴의
그놈의 속을 창자밑까지도 다 알고는 있었으나
타성같이 습관같이
그저그저 쉬쉬하면서
할말도 다 못하고
기진맥진해서
그저그저 걸어만 두었던
흉악한 그놈의 사진을
오늘은 서슴지않고 떼어놓아야 할 날이다
밑씻개로 하자
이번에는 우리가 의젓하게 그놈의 사진을 밑씻개로 하자허허 웃으면서 밑씻개로 하자
껄껄 웃으면서 구공탄을 피우는 불쏘시개라도하자 강아지장에 깐 짚이 젖었거든
그놈의 사진을 깔아주기로 하자 .......
民主主義는 인제 常識(상식)으로 되었다
自由는 이제 常識으로 되었다
아무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아무도 붙들어갈 사람은 없다
軍隊(군대)란 軍隊에서 獎學士(장학사)의 집에서
官公吏(관공리)의 집에서 警察(경찰)의 집에서
民主主義를 찾은 나라의 軍隊(군대)의 衛兵室(위병실)에서 師團長室(사단장실)에서 政訓監室(정훈감실) 에서
民主主義를 찾은 나라의 敎育家(교육가)들의 事務室(사무실)에서
四 一九후의 警察署(경찰서)에서 파출소에서
民衆(민중)의 벗인 파출소에서
협잡을 하지 않고 뇌물을 받지 않는
官公吏(관공리)의 집에서
驛(역)이란 驛에서
아아 그놈의 사진을 떼어 없애야 한다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차례로
다소곳이
조용하게
미소를 띄우면서
영숙아 기환아 천석아 준이야 만용아
프레지덴트 김 미스 리
장순이 박군 정식이
그놈의 사진일랑 소리없이 떼어 치우고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차례로
다솟곳이
조용하게
미소를 띄우면서
극악무도한 소름이 더덕더덕 끼치는
그놈의 사진일랑 소리없이
떼어 치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