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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가는길 · 서울불교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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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 story(불경) 스크랩 이미령의 백유경이야기 (51) 생때같은 목숨 왜 죽이나
관문/이재희 추천 0 조회 20 12.06.07 09:1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생때같은 목숨 왜 죽이나 

아들의 목을 자른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길은 한적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행색이 사나운 사람 몇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틀림없는 노상강도였습니다. 두 사람은 겁이 더럭 났습니다.
 
“큰일 났다! 저 놈들은 분명 우리에게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고 할 텐데….”
 
아버지는 보따리와 주머니 속에 든 것을 재빨리 머리에 떠올려 보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돈이 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내려다본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아들 귀에 순금 귀걸이가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강도들이 다가오기 전에 아버지는 얼른 손을 써야했습니다. 그는 재빨리 귀걸이를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잠금장치가 쉽게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급한 마음에 귀걸이를 잡아당겼습니다.
 
“아아, 아파요, 아버지!”
 
아들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버지는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이 귀한 귀걸이를 빼앗길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좋지?’
 
아버지는 다급한 마음에 그만 칼을 들어 아들의 목을 베었습니다. 그리고 도둑에게 아들의 귀에 달려 있는 귀걸이가 들킬까봐 서둘러 아들의 목을 숨겼습니다. 이윽고 다가온 도둑들은 그의 보잘 것 없는 행색은 둘째 치고 끔찍한 현장에 몸서리를 치며 저 멀리 달아났습니다.
 
“이제 됐다! 녀석들이 이제 다시는 우릴 붙잡지 않을 게야.”
 
아버지는 귀걸이를 들키지 않은 것에 크게 기뻐하며 아들의 머리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몸통에 붙이려 했습니다. 잘려나간 아들의 머리가 몸통에 붙을 리 만무입니다. 귀걸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다 아들을 죽인 아버지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 건 당연한 일입니다.
(<백유경> 86번째 이야기)
 
 
구제역 판정 가축 살처분 모습 보며
 
도 넘은 ‘생명무례’ 현실 탄식 나와
 
 
지금 축산농가에서는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가축들을 예외 없이 살처분 매몰하는 어마어마한 살생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축산농가 사람들의 글이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목격담을 읽어보면 지옥이 꼭 죽어서 가는 저 먼 세상을 말하는 건 아닌 게 분명합니다. 그 무서운 병에 걸리지 않았다 해도 전염을 우려해서 자식처럼 기른 동물들을 죽여야 하는 축산농가 사람들은 그야말로 패닉상태라고 하지요. 죽이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료를 주는 그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까요. 그 뿐이겠습니까.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은 또 어떻겠습니까.
 
물론 구제역은 무서운 전염병이라서 수 천 마리 중에 한두 마리에게만 증세가 나타나도 이런 최악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하지요. 게다가 백신접종을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어서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구제역청정국가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축산물 수출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됩니다. 백신접종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은 청정국가이거나 마지막 백신접종 이후 몇 개월이 지나서야 축산물과 관련가공식품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구제역은 더욱 빨리 확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축산농가의 한숨이 깊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가축에 대한 연민 같은 건 사치스런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저렇게 모조리 다 죽여야만 하는지, 저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무리 동물이라고 해도 생명에 대한 무례가 도를 넘고 있는 현실이 너무 무섭기 때문입니다.
 
불현듯 부처님이 왜 “서로 죽이지 않고 죽이게 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슬퍼하게 하지 않고 진리로 세상을 다스릴 수는 없을까?”하며 깊이 탄식하셨는지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습니다. 귀걸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다 아들을 죽이고 만 아버지의 어리석음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놓치지 않으려고 저리도 생때같은 목숨들을 죽이는지 자꾸만 한숨만 터져 나옵니다.
 
이미령 /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불교신문 2686호/ 1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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