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주 시드니에 다녀왔다. 개척 후 8개월 가까이 된 라이트하우스시드니 공동체를 만나보고 싶어서였다. 고군분투하며 아름답게 공동체를 세워가는 신제승 목사를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나눈 이야기 속에 그동안의 헌신이 느껴진다. 그는 아직 어린 3남매, 사모와 함께 교회를 시작했다. 좋은 성도들이 모였다. 각자 간증들이 있었다. 자신을 위해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셨다고 회고하는 성도, 저마다의 크고 작은 신앙 역경을 나누는 가운데 잔잔한 감동과 울컥하는 고백이 있었다.
모든 집회를 마치고 주일 저녁 한 성도 가정에서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세 가정이 힘을 모아 준비한 식탁은 풍성했다. 여러 종류의 음식이 마련된 식탁에 맛깔나는 디저트까지 덧대어져 뒷마당에서는 긴 시간 이야기꽃이 피었다. 남반구에 속하는 호주는 한국과 달리 쌀쌀한 가을날이었다. 호주의 가을밤은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 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풍경도 펼쳐졌다. 교회가 세워져 살았다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등대가 되어줬다는 이야기는 매번 들어도 기쁘고 또 기뻤다.
작은 천국이었다. 그렇다. 교회는 작은 천국이다. 개척은 작은 천국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천국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성도들에게 말했다. 라이트하우스시드니 공동체에도 분명 어려움과 아픔은 올 거라고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악한 사탄의 공격을 받아내는 훈련이기도 하다. 지금 누리는 행복과 작은 천국의 기쁨을 지속적으로 누리길 기도하는 마음에서 꺼낸 이야기였다.
척박한 개척의 발걸음 속에 작은 천국의 퍼즐들이 많아지고 어느 날 개척 교회들이 모두 그 퍼즐을 완성하길 기도한다. 모일 때마다 천국을 연습하며 작은 천국을 경험하는 교회가 이 땅에 세워지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 당장 없고 안되는 것에 너무 마음을 뺏기지 말자. 작은 감사들이 더해져 천국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 떠나간 성도들 아쉬워하지 말고 지금 함께하는 성도들의 삶 속에 천국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자. 이번 주일 예배는 성도들이 천국을 맛볼 수 있는 영적 예배가 되도록 기도하자.
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헌신하지 못한 채 오고 가는 성도에게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성도들 마음에 천국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목회자부터 먼저 애쓰자. 성도들이 목회자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느낄 때 오는 절망감은 깊은 상처로 이어진다. 사람을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애쓰는 목사 자신의 삶을 통째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때 목회자 마음에 있던 천국은 무너진다. 그리고 성도들은 예민하게 목사의 표정을 읽는다.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가 공동체에 스며든다.
그럴 때는 당신의 목회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도를 만나라. 마음에 어려움은 나누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으라. 매번 어렵고 힘들게 하는 성도들만 만나고 심방하지 말라. 개척 교회 목사는 대개 충성하는 성도들에 대한 믿음이 두텁다. 사역의 중추적 도우미가 돼주는 이들이다. 하지만 사실상 목양적 돌봄에 있어선 사각지대가 될 때가 많다. 오히려 빙빙 도는 성도들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면서 목회자의 심령이 어두워지고 헌신한 성도들은 지쳐간다.
헌신하고 애쓰는 성도부터 우선 섬기고 양육하자. 그 성도들이 작은 천국을 경험하고 누릴 수 있도록 아름다운 교제 시간도 충분히 가져보자. 천국이 경험되는 예배와 교제는 공동체를 더 소망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어두움이나 부정적인 언어를 퇴치하고 마음을 열고 깊은 나눔이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면, 교회는 서서히 강건하게 세워져 가게 될 것이다. 오늘도 작은 천국을 이뤄가는 모든 개척 교회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