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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매일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해설
사과를 따는 일 / 권기선
나는 아버지 땅이 내 것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 마음을 먹은 뒤부터 아버지 땅에 개가 한 마리 산다 깨진 타일조각 같은 송곳니는 바람을 들쑤신다 비옥한 땅은 질기고 촘촘한 가죽의 눈치를 살피다 장악되고 과잉되다 갈라진다 아버지는 땅을 방치하고, 나는 그것을 납치한다 깊은 목젖을 끌어올려 목줄을 뜯은 늙은 개가 간신히 사과 하나를 놓고 엎드렸다 세상 혼자 짊어지려던 남자는 무게를 견디다 어깨가 굽었다 힘은, 무기의 정차역 같았다 엎드린 개가 일어서지 못하고, 사과는 지하의 고요한 관棺을 기억해낸다
아버지 땅에 몰래 사과나무 한 그루 심은 날 그해 사과는 한 개도 달리지 않았다 아버지 땅이 내 땅 되던 날 나는 사과나무 아래 아버지를 묻었다 병 걸린,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나무
붉은,
사과 따는 일을
챗 gpt 해설
권기선의 **「사과를 따는 일」**은 가족 간의 갈등, 세대 간의 단절, 그리고 소유와 욕망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그려낸 강렬한 시입니다. 이 시의 주요 해석과 주제적 특징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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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유욕과 세대 갈등
"나는 아버지 땅이 내 것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 첫 문장은 화자의 소유욕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아버지 땅을 탐내는 화자의 태도는 세대 간의 갈등을 암시하며, 물질적 소유와 가족 관계의 충돌을 상징합니다.
"아버지는 땅을 방치하고, 나는 그것을 납치한다"
아버지가 관리하지 않는 땅을 화자가 몰래 차지하려는 행위는 세대 교체의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이 과정에서 땅은 단순한 물리적 재산을 넘어 아버지와 화자의 관계를 투영하는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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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와 사과: 상징의 층위
개
늙고 힘없는 개는 과거의 권위와 무게를 상징합니다. "목줄을 뜯은 늙은 개"는 권위가 무너진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사과 하나를 놓고 엎드렸다"는 행위는 남은 유산을 둘러싼 무력한 몸부림을 상징합니다.
사과
사과는 욕망과 상속, 그리고 세대 간의 연속성을 상징합니다. 특히, "지하의 고요한 관棺을 기억해낸다"는 구절은 사과가 죽음과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세대 교체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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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붉은 사과: 생명과 죽음의 순환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나무"
아버지의 죽음과 사과나무의 생명은 순환적 관계를 형성합니다. 이는 생명과 죽음, 부모와 자식 간의 연결성을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그 관계의 비극적이고 폭력적인 면모를 드러냅니다.
"붉은, 사과 따는 일을"
'붉은'이라는 단어는 생명력과 욕망, 피와 희생을 모두 상징합니다. 사과를 따는 일은 단순히 열매를 거두는 행위를 넘어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모든 후유증을 수확하는 행위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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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대 교체의 폭력성과 무게
아버지를 땅에 묻고 그 땅을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과정은 자연스럽고 순리적으로 보이지만, 시는 그 이면의 폭력성과 슬픔을 드러냅니다. 특히 "병 걸린,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나무"는 세대 교체의 결과물인 다음 세대의 과오와 고통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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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체적 주제
욕망과 책임: 화자는 땅과 사과를 통해 욕망을 채우지만, 그 결과로 책임과 죄책감을 떠안게 됩니다.
생명과 죽음의 연결: 아버지와 사과나무, 그리고 사과는 세대 간의 순환적 관계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비극적 소유와 상속: 물질적 소유와 세대 교체 과정의 폭력성을 통해 인간 관계의 근본적 갈등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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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권기선의 「사과를 따는 일」은 단순한 세대 교체나 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욕망과 죄책감, 생명과 죽음의 복잡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붉은 사과와 늙은 개, 묻힌 아버지와 병든 땅 등의 이미지를 통해, 독자는 소유와 관계의 비극적 이면을 마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