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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한 산호동 상권이 살아났다'고 예단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야구장 효과는 골목 상권까지 미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 주차다. 야구 경기는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해 3∼4시간 진행된다. 한창 손님이 들락날락해야 할 시간에 가게 앞을 막은 차량 주인은 경기가 끝나고서야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다. 지난해 NC 야구 경기 평균 관중은 7297명. 마산종합운동장 1100대, 홈플러스 711대 주차 공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방문객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야구장에서 통닭, 김밥, 피자, 맥주로 배를 채운 이들이 저녁을 먹을 리 만무하고 단골들도 이 기간에는 혼잡함을 이유로 산호동 뒷골목을 찾지 않는다. 매출은 이전보다 평균 20% 감소했다. 경기가 있는 날은 평소보다 일찍 가게 문을 닫는다는 음식점도 많다.
상인들끼리도 그나마 치킨집은 'NC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2개월 남짓 특수를 누리는 치킨집은 과당 경쟁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야구장에 주류 반입이 허용되면서 '치맥(치킨+맥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산호동 상권 당구장과 슈퍼, 노래방이 있던 자리는 치킨집으로 바뀌었다. 경기가 있는 날은 치킨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그런 날은 3월부터 9월까지 고작 72일이다.
2012년 산호동에 치킨점을 오픈한 한 점주는 "1년 중 경기가 없는 293일은 한정된 손님으로 인근 점포와 나눠 먹기 장사를 한다. 지난해 매출은 2012년과 비교해 40% 줄었다"고 말했다.
권리금과 임대료 상승도 상인들의 목을 죄고 있다. 외부에서 산호동 상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찌 됐든 유동인구가 많아졌으니 활성화됐을 것이라는 게 우세하다. 건물주도 같은 생각이다. 2∼3년 사이 권리금과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부동산업계 자료에 따르면 건물 매매 가격은 평균 1억 원, 월세는 25% 상승했다.
한 점포는 올해 초 5년 만에 임대 재계약서를 썼다. 건물주가 2배가량 오른 임대료를 요구했지만 점포 측은 받아들였다. 그는 "앞으로 창원 메트로시티 아파트 2단지 2000여 가구가 들어서면 추가 수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며 희망을 품었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나가는 이들 자리에 상권 활성화를 꿈꾸는 이들로 또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산호동 상권 일대 명의 변경은 30건을 넘었다.
이제는 상인들과 창원시가 산호동 뒷골목을 찾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도로 정비가 없는 옛 상권 이미지는 늘 번잡하다는 느낌이에요. 치킨·호프집 일색에 문화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권은 야구장을 찾는 사람으로서 더 아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