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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기반 쇼핑 경험, 공격적 마케팅 전략, 저렴한 가격, 적절한 진출시기가 성공 요인
내수시장 한계 극복을 위한 국경 간 전자상거래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 기반의 전자상거래 앱 ‘티무(Temu)’가 화제다. 티무는 2022년 9월 출시 이후 1600만 건 이상의 설치를 기록했고 2022년 11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미국의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등장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눈부신 성장을 기록한 티무, 이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티무에서는 매일이 블랙프라이데이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티무는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핀둬둬(Pinduoduo)의 모회사인 PDD Holdings의 자회사로, PDD Holdings의 첫 번째 미국 대상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티무의 모회사인 PDD Holdings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서 대폭 할인된 제품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으며, 2023년 2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259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최근 티무의 성공으로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티무의 주가는 3개월 만에 32% 이상 상승했다.
미국의 시장 분석 기업 Earnest의 최신 데이터 기반 연구에 따르면 티무는 3개월 만에 미국 최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쉬인(Shein)의 주간 활성 사용자 수의 절반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미국의 언론들은 티무가 미국에서 제2의 틱톡, 쉬인처럼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티무의 미국 내 매출 성장 동향>
[자료: Earnest]
티무는 대부분 중국의 공장이나 창고에서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 매우 다양한 제품을 ▲ 믿을 수 없을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말 그대로 티무에서는 매일 매일이 블랙프라이데이다. 엄청난 할인 폭과 저렴한 가격 전략 덕분이다. 티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중 하나인 레노버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은 9.48달러에 살 수 있다. 배송비는 무료, 배송기간은 10일 미만, 90일 내 무료 반품할 수 있는 조건이다. 아마존에서 동일한 제품은 16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동일한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티무(좌)와 상대적으로 비싼 아마존(우)>
[자료: Temu, Amazon]
티무가 미국에 등장한 직후 맞이한 첫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 기간 티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아마존 가격의 10~20%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The Wall Street Journal은 리서치 회사 YipitData의 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2022년 11월 티무의 매출이 10월 매출의 약 4배였으며,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기간 일매출이 7일 만에 7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티무는 어떻게 미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됐을까
선도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개발, 인지도 확립, 고객 신뢰 확보, 성공에 필요한 효율성 및 물류를 해결하는데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린다. 하지만 티무는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티무는 어떻게 이토록 짧은 기간에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게 된 것일까?
첫 번째로 티무는 ‘발견 기반 쇼핑’ 경험을 지향한다. 실리콘밸리에 기반, 세계적으로 저명한 벤처캐피털 기업인 Andreessen Horowitz는 티무의 ‘발견 기반 쇼핑’은 그동안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제공해 온 ‘검색 기반 쇼핑’과는 다르므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신선하게 와닿고 있다고 분석했다. 틱톡이 앱 접속자들을 즐겁게 해 줄 끝없는 동영상 스크롤을 제공하는 것처럼 티무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이디어를 주기 위해,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앱을 접속한 사람들이 사고 싶은 것들을 끝없는 스크롤로 제공한다.
<’발견기반 쇼핑’을 지향하는 티무의 앱 접속화면(좌)과 ‘검색기반 쇼핑’을 지향하는 아마존의 앱 접속화면(우)>
[자료: Temu, Amazon]
Andreessen Horowitz는 티무의 발견 기반 쇼핑이 매우 중국적인 쇼핑 방식이라고 하면서 발견 기반 쇼핑은 오프라인 매장 내 쇼핑 경험과 거의 유사하며 솔직히 매우 재밌다고 평했다. 소비자들에겐 특별한 목적 없이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습관적으로 열게 되는 앱이 있고 그 앱을 즐기는 동안에 소비자들은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 Andreessen Horowitz는 티무가 발견 기반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특별히 살 물건이 없더라도 심심풀이로 티무 앱을 열고 스크롤 하다 보면 흥미가 생기는 물건들을 담게 돼 그것이 매출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아마존과 같은 검색 기반 쇼핑 앱의 경우는 사고 싶은 물건이 없는 한 특별한 이유 없이 앱을 열어보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티무는 미국 출시 시점부터 높은 마케팅 예산을 배치했다. Tech-nod에 따르면 2022년 9월 티무의 미국 출시 당시 광고 예산은 10억 위안(약 1억4800만 달러)이었으며, 올해 티무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약 70억 위안 이상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보통 사업 초기에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기에 티무를 비롯한 중국 대기업의 전략은 미국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요즘 출시되는 전자상거래 앱은 대부분 AI에 기반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소비자들은 추천된 상품 중에서 관심이 있는 상품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추천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빅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부터 대규모의 사용자 그룹이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티무는 많은 양의 소비자 데이터를 초기에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광고에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마치 틱톡이 2018년 미국 진출 당시 출시와 함께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틱톡은 당시 광고에 약 10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통해 단시간에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급증했다. 이와 관련해 Andreessen Horowitz는 티무가 틱톡의 미국 출시 전략을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으며, 틱톡과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 밖에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막대한 금액을 투자할 용의가 있는 자금력이 풍부한 모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전략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로 인플레이션 속에서 티무의 저가 상품이 돋보였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고 다소 완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물가는 높고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티무가 제공하는 초저가 상품들은 미국인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티무 앱을 홍보하는 사용자에게는 무료 상품과 쿠폰을 제공하는 전략도 주효했다.
그렇다면 티무는 어떻게 초저가 상품을 팔 수 있는 것일까? 티무는 중국의 공급업체가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중국에서 직접 배송한다. 즉, 공급망에서 중개인을 제거했고 미국 창고 네트워크를 뺐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망설일 때 티무의 저가 상품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티무 앱을 홍보하는 사용자에게 무료 상품을 제공한다고 광고하는 티무의 틱톡>
[자료: TikTok]
네 번째로 티무의 미국 진출이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 발음조차 할 수 없는 중국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전혀 일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 5~7년간 아마존을 통해 중국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했고 이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을 신뢰한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했고 그 이후엔 제품에 대한 신뢰도 생겨난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 기반 판매자(벤더)는 아마존 신규 판매자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의 38%가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쉬인(Shein)이 미국에서 지배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된 것도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티무는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에 진출해서 중국 브랜드의 제품에 익숙해진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아마존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하고 있다.
시사점
그동안 미국 쇼핑업계는 중국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것을 상당히 꺼려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티무의 인기를 상당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으며, 앞으로 티무가 미국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J씨는 인터뷰에서 “티무는 ‘인앱 제품 발견’ 기능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전자상거래 앱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티무가 새롭다고 느낀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아니다. 티무는 고객에게 강력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티무가 미국에서 성공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고 풀어야 할 문제도 다소 있는 것 같지만 관심 있게 보고 있다”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티무가 미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인 Schmidt는 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제조 기반이 정교해지면서 미국의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업체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더욱 점점 더 많은 미국 소비자가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티무로 몰려들면 아마존을 비롯한 다른 경쟁사들도 가격을 인하해야하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압력은 결국 미국의 상품 제조업체들에도 비용 기반과 수익 구조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미국의 국내 제조업을 더욱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온라인상에서 서로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접거래를 의미하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최근 내수시장의 한계 극복을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요하는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 창출의 장이 되고 있다. 티무가 제2의 틱톡, 쉬인이 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나 현재까지 미국에서 보인 성공 방정식은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준비하는 우리 기업에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자료: MIT Technology Review, TechCrunch, The Wall Street Journal, TIME, Andreessen Horowitz, Earnest, Temu, Amazon, Tech-nod,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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