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세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이 새달 10일 국회 재의결을 앞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여권을 향해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건희 특검은 최고 통치권자인 김건희 여사가 결심해야 결정된다”며 “권력 서열 2위인 대통령은 1위인 영부인 최고통치권자의 말씀만 듣는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며 특검 수용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당원 게시판 사건, 쇄신 실종, 리더십 추락으로 집권여당을 난장판, 콩가루 집안 만든 ‘간동훈’은 ‘윤건희’(윤 대통령 부부)로부터 버림받았다. 대통령 귀국 때 나오지 말라 해도 공항 영접을 나갔어야 마땅하다”며 “심지어 정진석 비서실장의 (특검) 표 단속 모임에도 끼지도 못하고, 자신의 모임에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외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昌’(창)이 되어야 한동훈이 된다”며 “그래야 미래가 있지만 그럴 배짱도 정치력도 족탈불급(능력이 부족해 상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창’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삼 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는 1997년 집권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의 대선후보와 총재(당대표)를 맡으며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대쪽’ 이미지를 굳혔다. 한 대표가 이 전 대표처럼 윤 대통령과 명확히 대립각을 세우고 김건희 특검을 수용해야 정치적 활로를 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김건희 특검이 정국 돌파구이고 난국 해결의 길이다. 최고 통치권자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간동훈이 昌(창)이 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았던 폭군이었던 연산군조차도 만약에 지금 시대에 대통령이 됐으면 장녹수 특검법에 대해 이렇게까지 연속적으로 세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면서 국정을 운영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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