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출발하면서부터 한결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글자를 알기 전부터 지도를 본 아이는 도로를 잘 안다.
차선 바꾸는 것도 앞길을 아니 미리 차선을 차지하라고 알려주니
큰 무리없이 시골 할머니집까지 잘 간다.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와서 일하던 벌교 동생은 여러 사정상
길가에서 무화과 파는 일을 하겠다고 한다.
조성 누님이 오시어 바보랑 점심을 준비한다.
놀기만 하는 두 아들놈은 산행 동참을 당연히 거부한다.
하긴 나도 산에서 내려와 유둔에서든 벌교에서든 조현래를 만나 물건을 받기로 했다.
능가사 앞의 주차비가 싫기도 하지만 바위 딛고 오르는 재미는 선녀봉쪽이 더 나은 듯하여
강산으로 운전한다.
강산폭포 등산로 오르는 길엔 새로 강산애라는 펜션이 생겼고,
마당에 승용차 몇 대가 서 있다.
두시가 지나간다.
배낭에 넣어 온 신발을 꺼내니 밑창이 두 개 다 너덜너덜하다.
다행이도 지난 여름 대만여행 시 산 센달이 짐칸에 있다.
바닥이 패여있어 등산화 기능도 있다하여 조금 더 주고 산 것이 이럴 때 제대로 쓰인다.
강산폭포까지 10여분을 오른다.
대나무 밭을 지나 너덜 위 목재테크를 지나 바위에 이르니 어느 새 40분이 지난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작은 카메라로 바다와 산의 바위를 찍는다.
바다 건너는 흐리지만 망주산 옆의 장도 해도 으 앞으로 백일도 진지도는 잘 모르겠다.
여호마을 아래로 여수로 건너가는 다리는 교각 위만 보인다.
우미산 오른쪽으로 나로도의 덩치가 보인다.
센달이어서 조금 불안하기도 하지만 원숭이 자세로 급한 바위를 기어오른다.
바위 틈에 손가락을 걸고 내 몸을 끌어당기는 것도 재미있다.
앞을 가로막고 선 바위를 숨가뿌게 오를 때마다 바위에 서서 사진을 찍으며 숨을 고른다.
셀카봉을 꺼내 찍는다.
6시에 현래를 만나기로 했으니 괜히 마음이 바쁘다.
설 전날에 두류봉까지 다녀왔는데 오늘은 1봉인 유영봉을 다녀올까 맘 먹다가
선냐봉 지나서는 아에 자리르 잡고 앉는다.
배낭에서 연실봉이 국외여행 때 술보인 나를 위해 샀다는
플라스틱 발렌타인을 마시니 달작지근 하다.
입에 대고 몇 모금 마시니 좋다.
작은 책을 꺼내 몇 장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오랜만에 페북에도 사진을 올리며 아부를 한다.
건너편 1봉에 두 사람이 정상석과 함께 서 있다.
몇해전에 만난 신민구 선생 형제일지도 모르겠다.
4시가 지나 서서히 팽겨 내려온다.
격언 몇 개를 찍어본다.
조상들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간수하는 글을 읽고 또 읽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독서란 나의 마음과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니 매우 수준이 낮다.
물이 없는 강산폭포에 다시 들러 바위를 쳐다본다.
차로 돌아오니 5시 반 시동을 걸어 화개쪽으로 길을 잡는다.
유둔에서 현래에게 전화하니, 7시에 형님들과 차례모신다고 상 차리는 중이란다.
소주 한잔 하며 듣고 싶은 이아기가 많은데 다음에 하자고 한다.
왕주 마을에 가서 떨어뜨리고 온 몇 가지 물건을 맏는다.
남양중 체육대회 타올과 귤 한 박스도 준다.
정준의 안부를 물으며 걱정만 하고 돌아온다.
유둔 농협 마트에 들러서 소주와 맥주를 한 박스씩 사는데
늦은 시각인데도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대부분 나처럼 술을 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