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모 유동삼 선생님을 추모하며
- 박 종 국
윷모 유동삼 선생님은 대전광역시를 에워싸고 있는 명산 중의 하나인 장태산 인근의 평촌동에서 1925년에 태어나셨으며, 2021년 7월 31일 백수 가까이 누리시다 소천하시었으며 2주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윷모 선생님과는 전공이나 살아온 토양이 전혀 다르면서 수필예술을 통해 20년 가까이 뵐 기회가 있었다. 윷모 선생님은 시조 작품집 6권을 출간하였으며 특히 제6차 교육과정 초등 국어 5학년 2학기 말하기 듣기 쓰기에 시조 ‘할머니 말씀’이 5년간 실렸다. 남이초, 보운초, 논산여상 등 여러 학교의 교가 가사를 지었다. 외모는 엄격하시면서 내면의 마음은 따스하다. 저돌적일 만큼 열성적이면서 유머스러운 면도 많이 지니셨다. 어린이를 사랑하고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온몸에 가득 차 넘쳐남을 시조작품서 엿보기에 부족하지 않다.
윷모 선생님은 하찮아 보여도 토속적이며 순박하고 순수한 것에 많은 관심을 내보이셨지 싶다. 요즘으로 말하면 가장 지방적인 것이 곧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 세계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마음가짐이었지 싶다. 인적 드문 시골에 다리가 놓이고 터널이 뚫리면 새로운 이름을 지어야 한다. 이름은 겉만 반지르르하게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연고를 찾아 순우리말로 지어야 할 만큼 가볍게 지나치지 않으셨다.
윷모 선생님은 곳곳에서 우리 한글을 그 누구보다도 아끼고 열렬히 사랑하셨다. 한글에 대한 열성은 대전의 세종대왕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부를 만큼 한글을 사랑하고 아끼셨다. 비록 시골 한적한 귀퉁이에 허름한 다리라도 이름 하나만은 대충대충 허투루 보지 않으셨다. 때로는 너무 토속적이어서 이름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도 은근히 구수함이 묻어나면서 시골의 인심이 고스란히 배어 묻어나지 싶어 한결 편안하면서 친밀감 있게 다가왔다.
고향인 서구 평촌 마을의 쉬남독다리를 비롯해 산직동 밤갈미다리, 기성동에 용태울다리도 있다. 우리 조상들의 이름 짓는 슬기가 매우 수준이 높다. 지방 특색이 나타나고 되도록 쉽고 정다운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다. 계룡 신도시의 금암 구역에는 팥죽다리 독쟁이다리 멍구지다리 두루봉다리 진틀다리 금바위다리 여섯 개의 이색적인 다리가 있다. 이름 짓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다리 이름을 00교에서 00다리로 부르고, 터널은 굴길로 쓰며 국가하천 유등천도 버드내라고 하였다. 대전 중구 안영동에서 금산 복수면으로 이어진 고갯길이 뚫렸다. 샛고개터널이라 할 것을 ‘샛고개굴길’로 이름 짓는데 직접 나서 관계 기관을 찾고 전화 서신을 수차례 띄우며 자문도 마다하지 않았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동기간 한 몸 같이 아끼며 보살피며
준 것은 잊더라도 받은 은혜 잊지 말고
서로 도와가면서 한결같이 지내라
하루 종일 놀더라도 논 표는 아니 나고
도막 시간 책 읽으면 공부한 표 금방 난다
하물며 매일 힘쓰면 뛰어나게 되는 법
남의 것은 짚 검불도 어려운 것이란다
폐 안 되게 살아가기 쉬운 일 아니란다
신세를 지는 것보다 보태주며 살아라.
나 하고 싶은 일은 암만해도 표 안 나고
남 위해 하는 일은 작은 것도 표가 난다
남들을 이롭게 하면 나도 빛이 나는 법
- 할머니 말씀
윷모 선생님은 어린이 사랑, 한글 사랑, 지역 사랑이 남달라 보일 만큼 아주 열성적이시었다. 행사장에서 사회자가 지금부터 기념식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시작합니다’라고 했어야 한다며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같은 말이지 싶어도 ‘시작하겠습니다’는 사회자의 의지를 말하는 것이고 ‘시작합니다’는 현재형이면서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는 말로 뚜렷이 다른 의미가 담겼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일침을 놓으셨다. 마찬가지로 이상으로 모든 행사를 ‘마치겠습니다’가 아니라 ‘마칩니다’가 옳은 말이라 하였다. 윷모 선생님은 이와 유사한 말이 상당히 많아 고쳐나가기를 바랐다. 때로는 야속하리만치 지나친 잔소리로 들리기도 하였는데 더는 옳고 그름을 바로 잡아줄 사람이 없어 윷모 선생님이 못내 아쉬움에 더 그리움이 여울지게 한다.
윷모 선생님은 1991년에 45년 동안 봉직한 교직 생활을 마감하는 정년을 맞고도 30년을 더 사시며 꽃에 많은 관심을 두셨다. 구절초는 향기가 은은한 것이 특이하다. 꽃송이가 국화와 같으면서 꽃은 보통 하얗다. 잎이 쑥잎을 닮았으나 조금 다르며 잎 앞뒤가 똑같은 녹색이고 잎에서 윤이 난다. 쑥은 잎 뒤에 털이 있어 하얗다. 들국화 중에 으뜸인 구절초를 좋아하시고 아꼈다. 꽃씨를 한 말씩이나 모아서 이웃, 학교,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구절초, 산국화, 쑥부쟁이를 같은 들국화로 알고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으나 틀렸다. 들국화는 이들을 총칭하는 낱말일 뿐 구체적인 꽃이 아니다. 구절초는 들국화가 아닌 구절초다. 꽃 이름을 바르게 아는 일은 우리말을 아끼는 일이면서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일이다. 문화가 발달한 나라를 만들려면 꽃을 잘 가꾸고 그 이름도 바르게 알아야 한다고 한다. 구절초를 가리키며 들국화라고 하는 것은 잣나무를 가리키며 상록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윷모 선생님은 이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쓰기에 주저하지 않고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신 분이다. 그런데 일일이 언급을 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말 우리글 사랑 운동에 앞장서 활동하셨다. 대전 인근의 다리, 굴, 꽃, 학교, 구절초 등과 마주치면 윷모 선생님이 떠오를 만큼 손때가 짙게 묻어 있는 것처럼 그리움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소천 2주기를 맞아 두서없이 적어보았으며 새삼 다시 한번 명복을 빈다.
끝으로 윷모 선생님의 윷모는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 중 하나인 윷놀이에서 따왔지 싶다. 네 개의 윷가락을 던지면 도(돼지), 개(개), 걸(양), 윷(소), 모(말) 5가지 중 하나가 나온다. 그중에 윷과 모는 소와 말로 가장 듬직하면서 잘 달릴 수 있는 가축으로 집안에서 값나가는 재산이었고 친근감을 준다. 그 윷과 모 둘이 합쳐 윷모라 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그만큼 우리 말뿐만 아니라 우리 것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음을 엿보이게 한다.
- 2023.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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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7월 31일 17시30분 ~ 19시 30분에 오류동 창의문학관에서 '윷모 유동삼' 선생님의 소천 2주년을 맞아 추모의 밤이 열렸다.
우리 수필문학회에서 많은 회원이 참석하였다.
● 참석 회원 : 강표성, 권예자, 김용복, 문희봉, 박미련, 박종국, 박종천, 배인환, 안태승, 육상구, 최중호 (11명)
●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