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중앙의대 내과 창립40주년 행사에서 제자들은 만나 회식 중
나의 블러그를 보고 한번 동네 산책을 데리고 가달라는 청을 들어 어제 일요일 오전 9시에
서울성모병원에서 제자 둘을 만났다.
이 정안 선생은 24회(06년 졸)로 내 밑에서 전임의 과정까지 끝내고 인공신장실을 잘 운영하고 있고,
후배인 이 성호군은 26회(08년 졸) 전공의, 공보의까지 하고 지금은 삼성의료원 순환기내과 전임의 2년차.
둘다 병원이 쉬는 날과 On-call이 없는 날.
먼저 화강암으로 조각한 성모마리아상을 보고
주변의 배롱나무는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구나.
병실 복도에는 아웅산사태로 세상을 떠난 고 민 병석교수의 흉상도 있다면서 설명.
나는 선생님의 20주기 추모식에 초대를 받아 갔었지.
나의 20년 선배이시니까 내가 선생님의 나이일때.
70년 대 중반, 명동성모병원에서 선생님과 같이 한 집담회시절이 생각난다.
원내로 걸어들어오면 잔디 밭 한구석에 젊은 나이에 환자를 위하다 세상을 떠난 후학들의 위령비들 사연을 읽어 본다.
영안실 곁에는 커피집이 새로이 문을 열었다.
육교를 오르니 지난 2월 그 추운 때에도 구걸하던 친구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엎드려 구걸 중이다.
아파트와 병원 사이의 오솔길을 오른다.
매미 울음소리도 힘이 빠져 있고 드세게 울던 말매미는 모두들 어디로 갔나?
제자들에게 누에다리 건설의 역사를 알으켜 주고
밤에는 영롱한 불빛이 아름다웠는데 절전 대책으로 말미암아 단순한 불빛만 비추이고
다리아래로는 자살 방지용 그물이 쳐있다.
저 어딘가에 이 고갯길에는 옛날 도적때가 많아 넘기 어려웠다고 적혀 있고
길 하나 건너편 고개에는 궁녀들 무덤 터이었으나 나중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이었다.
누에다리 상징물 앞에서 제자들 사진 한 장을 찍어 준다.
몽마르뜨공원은 그 아래마을이 Petit France라고 하는 서래마을이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돈 많은 서초구답게 도로 원표를 세우고
여기서부터 어디는 몇 킬로라고 써 놓았다.
벚나무는 벌써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무슨 꽃인지 가을 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금계국이 만발하였다.
몽마르뜨공원에서 서리풀공원가는 육교를 건너면서
양쪽에 심어진 개나리가 만개를 하는 초봄에는
개나리도 샛노랗게 어울려피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도 없다.
서리풀 공원으로 넘어 간다.
서리풀에서 瑞草가 나왔다.
언덕위에는 우습게도 할아버지 쉼터와 할머니 쉽터가 나누어져 있어
할머니 쉼터에서 차게 한 황도를 먹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간간히 서서 설치해둔 표지판에 있는 시를 읽고
9월의 아침을 마음껏 즐긴다.
하나 흉볼 점은 시설물들이 오래되어 약간의 보수가 필요하다.
청권사 옆으로 하산하여 택시를 타고 예술의 전당 앞에서 하차한다.
올려다 본 우면산은 산사태의 흔적이 여기 저기에 남아 있다.
예술의 전당 앞에 택시를 내려 광장으로 올라가며 보이는 프라카드는
맥주 페스티벌이 오늘로 마지막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러 모자르트에 들어가니 15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포기를 하고 좀 더 우면산을 걷기로 하였다.
.웬 잔디밭에 승용차가? 하며 지난 일요일에도 욕을 하였는데.
가만히 보니까 선전을 위하여 일부러 갔다 놓은 것.
폐허로 변한 산골약수터를 지나 서초약수터에서 물한잔 마시고
Air brush로 신발을 턴다.
약수터 앞에는 칸나가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남부순환도로를 건너 Coreana화장품 빌딩 앞 립스틱 상징물을 보며
고속도로 출입구의, 지금은 푸른 잎 밖에 보이질 않으나
철쭉밭을 가르켜 주면서 멀리 꽃구경 갈 필요없이 여기도 좋다. 면서
오늘은 분수가 뿜어져 나오질 않네.
지난번 카페에 내가 올린 글에는 무지개가 찍혀 있었는데.
점심을 먹으러 간 가마솥 손두부는 용산에서 음식남녀가 정모도 한 적이 있고
그 집은 용산재개발로 문을 닫고 그 멤버 그대로 대방동으로 옮겨 가 있어 아직도 내가 한번 씩 가는 곳.
이 집도 같은 가족들이 하는 곳이다.
등산모자룰 쓰고 들어서는 나를 주인아줌마가 못 알아보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땀 흘린 옷을 바꾸어 입고 세수를 하고
보쌈을 주문하고 맥주 두병을 시킨다.
맛깔스러운 반찬은 접시가 비기 무섭게 채워주며
주인 아줌마가 와서 "더 필요한게 있으세요"
단골은 이래서 좋다.
가지런하게 담아 놓은 보쌈, 뼈까지 오독독 오도독 씹어 먹고 가운데 양념한 야채가 모자라 더 청하였다.
전에는 이 집에 동동주가 좋았으나 이제는 만들지 않아
장수막걸리 한병을 추가하여 깨끗이 접시를 비우고.
허겁지겁 먹다보니 콩국수는 국물만 남았다.
푸짐한 식사로 운동을 한 양보다 먹었는 양이 많다.
그러나 어떠랴!
파리 바케트 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시고
우리집 옆 산책로를 따라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와서 지하철역으로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밝은 태양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걷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스승과 제자간 정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첫댓글 사제지간의 정이 많이 깊어졌을 것 같네요... 건강에도 좋았을 것 같고...
이런 재미로 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