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3. 물날. 날씨: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꽃샘추위라지만 뛰어 놀기 좋다. 아침에 잠깐 눈이 찔금 내리다 멈췄다.
아침열기-뿌리샘 몸놀이-글쓰기-점심-청소-맑은샘회의(낮은샘/높은샘)-마침회
[미세먼지 없는 날]
얼마나 기다린 하늘이던가. 파란 하늘, 햇살이 좋으니 어린이들이 이런 날은 밖에 나가야 한다고 할 것 같다. 학교 가는 길에 가지치기 한 매화나무 잔가지랑 집에 있던 싹이 난 양파를 들고 가서 물병에 꽂아 1층 강당과 뿌리샘 교실에 놓았다. 아침열기 앞서 5분 수학으로 풀 셈 다섯 문제를 칠판에 적어 놓았더니 어린이들이 수학 공책에 잘 풀어놓았다. 아침열기 하자마자 역시나 이런 좋은 날은 밖에 나가야 한다는 어린이들이다. 칠판에 적힌 하루 흐름 가운데 아침 공부인 글쓰기 대신 놀러 가자는 게다. 피리를 불고, 시를 읽고, 노래를 부르고,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하루 흐름을 나눈 뒤 밖에 나간다. 동규랑 선생은 용마골에 가서 개구리 깨어난 걸 보고 싶은데, 어린이들은 관문체육공원에 가서 뛰어 놀자고 해서, 용마골은 다음에 가기로 하고 관문체육공원에 가기로 하자 와 하는 함성이 교실을 울린다.
가는 길에 수빈지빈 아버지가 보내준 마지막 바나나 한 상자를 마을경로당에 갖다 주기 위해 학교차를 타고 갔다. 마을경로당에 들려 전해주니 고맙다 하신다. 마을 속 작은학교 어린이들과 마을 어른들은 자주 만나야 한다. 관문체육공원에 닿으니 벌써 5학년이 축구를 하고 있다. 뿌리샘이 가니 자연스레 뿌리샘과 누리샘이 축구 한 판을 했다. 동생들이 아무래도 불리하지만 지난번에 이긴 적이 있다며 의욕이 높다. 3학년 몸놀림이 대단하다. 지안, 승원, 도훈, 시우 모두 공을 차는 힘이 세다. 모두가 한 번씩 공을 차고 뛰고 달릴 때쯤 선생이 할 일은 아이들 이름을 크게 부르며 잘했다는 말을 줄곧 건네는 거다. “그렇지. 동규야 잘 찼어. 와 현우가 슛 멋지다. 병찬아 그거야. 와 이준이가 또 막았네. 오 도훈이 슛 멋지다. 승원아 그쪽으로 잘 찼어. 시우야 그렇지. 지안아 뻥 그렇지!” 인준이랑 인채, 나윤이는 처음에 뛰다가 재미없는지 지켜보고 있다 선생이 부르는 소리에 또 한 번 뛰고 멈추고를 반복했다. 골을 넣고 싶은 윤태는 “선생님들이 골기퍼 하지 말고 어린이들이 해요.” 그런다. 잇따른 슛이 막혀서다. 파란 하늘 아래 뛰고 달리는 어린이들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고 힘이 난다. 선생도 있는 힘껏 뛰고 달리니 땀이 난다. 끝내 서연이를 시작으로 5학년들이 세 골을 넣고 만다. 승부욕이 강한 어린이들은 더 아쉬워 하지만 재미나게 놀아서 그냥 좋다. 5학년이 간 뒤 뿌리샘은 줄넘기와 자유 놀이, 축구를 또 한참 하면서 맑은 봄날을 즐겼다.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서둘러 학교에 닿으니 2학년 민주가 넘어져서 마당에 턱을 찧어 다쳤다. 다행히 괜찮아 보이는데 많이 놀라고 아파해서 서둘러 병원에 가서 진찰하고 약을 받으니 민주 표정이 살아났다. 바깥 놀이를 하는 즐거움에 자잘한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는 때라 안전 규칙을 다시 확인하고 서로 조심해야겠다.
점심때도 날이 좋으니 숲 속 놀이터에서 재미나게 논다. 어린이들 옆에서 숲 속 놀이터를 좀 치우며 호박 구덩이도 만들어 놓는데 관심 많은 동규가 곁에 와서 선생을 돕는다. 하루에 몇 번씩 칭찬을 할 수 있어 좋다. 이준이는 톱질을 하고 싶어해서 같이 자치기 놀이감을 만들었다. 나무 위 평상에서는 재미난 놀이가 한창이다. 그런데 역시 조심해야 할 게 보여 줄곧 눈길을 떼지 못하겠다. 사고는 순간이다를 외치지만 자꾸 확인해야겠다. 학교에서 자잘한 안전사고가 나면 일반학교에서는 보험처리가 되는데 비인가대안학교 학생들에게는 먼 일이다. 경기도 차원에서 그 문제를 처리하려고 줄곧 애쓰고 있는데 아직이다. 그때까지는 집마다 상해보험을 들어놓는 수밖에. 그래서 입학할 때마다 상해보험을 들어놓으라 부탁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낮에도 한 바탕 일이 있고, 어린이들이 뛰고 놀고 함께 사는 학교는 떠들썩하다. 놀리지 않고 서로가 부탁하는 말을 잘 들어주면 좋으련만 싫어하는 몸짓과 말이 서로를 슬프게 한다. 정말 날마다 함께 살기 위해 온 몸으로 배우는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의 선한 마음을 굳게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격려하고 풀어내고 안아주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줄곧 알려주고 실천하는 것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맑은샘회의는 낮은샘과 높은샘 따로 하는 날이다. 낮은샘은 3학년이 이끄는데 도훈이가 사회, 지안이가 칠판, 시우가 기록을 맡았다. 그런데 도훈이가 정말 사회를 잘 본다. 집중하지 않는 동생들에게 “누구 어린이 집중해주세요.”를 자주 말하고, 회의 이끄는 노릇을 아주 잘해낸다. 그런데 집중 안 하는 어린이들에게 조금 무섭게 해서 선생도 무서웠다. 3학년들이 낮은샘회의를 정말 잘 이끌어서 칭찬할 게 많다. <설거지를 한 뒤 둘레에 있는 어린이나 선생님에게 검사를 맡자, 거친 몸짓으로 폭력이 되지 않도록 하자>를 결론으로 새 학기 낮은샘회의를 잘 마쳤다.
새 학기 적응하는 3월에는 감기도 많이 걸리고 자잘한 안전사고도 생기기 마련이다. 더 정신 차리고 집중해서 어린이들 속에 빠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