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16:24]
백성들도 삼손을 보았으므로 가로되 우리 토지를 헐고 우리 많은 사람을 죽인 원수를 우리의 신이 우리 손에 붙였다 하고 자기 신을 찬송하며...."
백성들도 삼손을 보았으므로 - 레셋에게 큰 골치거리였던 삼손이 잡히므로 말미암아 이제 거국적인 감사 축제가 블레셋에서 열렸다. 이것으로 볼 때 그 동안 반블레셋적인 삼손의 행위에 따른 블레셋인들의 피해가 얼마나 지대했는가를 짐작케 된다.
[삿 16:25] "그들의 마음이 즐거울 때에 이르되 삼손을 불러다가 우리를 위하여 재주를 부리게 하자 하고 옥에서 삼손을 불러내매 삼손이 그들을 위하여 재주를 부리니라 그들이 삼손을 두 기둥 사이에 세웠더니..."
그들의 마음이 즐거울 때에 - 대개 큰 축제에는 많은 술이 제공되어 흥청거리기 마련이다. 여기서 '마음이 즐거울 때'에 해당되는 '토브 리밤'도 흔히 '술에 취해 마음이 흥분된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블레셋인들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한때 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삼손을 끌어내어 재주를 부리게하여 즐기는 등 온갖 모욕을 주었다.
재주를부리게 하자 - 문자적 뜻은 '희롱하자'다 . 그러나 삼상 18:7과 삼하 6: 5에서는 노래와 악기에 맞춰 춤을 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로 볼 때 블레셋인들은 앞을 못보는 삼손으로 하여금 음악만 듣고 춤을 추게 하고선 그것을 보고 즐긴 것 같다. 삼손을 두 기둥 사이에 세웠더니 -
삼손이 춤을 추다가 기둥 사이에 세워지게 된 것은 그에게 약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거나 아니면 블레셋인들이 거기서 삼손을 더 잘 볼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삿 16:26] "삼손이 자기 손을 붙든 소년에게 이르되 나로 이 집을 버틴 기둥을 찾아서 그것을 의지하게 하라 하니라..."
이 집을 버린 기둥을 찾아서 그것을 의지하게 하라 - 본절로 볼 때 삼손은 이전부터 이 집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그는 잠깐의 휴식 시간을 통해 옆에 있던 소년으로 하여금 그 건물전체 또는 지붕을 바치고 있는 기둥을 찾아서 그것에 의지할 수있도록 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한편 여기서 '의지하게'에 해당되는 '솨안'은 '조용히 쉬게 하다'라는 뜻이다. 즉 삼손은 피곤한 체하면서 버팀 기둥에로 자연스럽게 접근해 간 것이다.
[삿 16:27]"그 집에는 남녀가 가득하니 블레셋 모든 방백도 거기 있고 지붕에 있는 남녀도 삼천명 가량이라 다 삼손의 재주 부리는 것을 보더라...."
그 집에는...지붕에 있는 남녀도 삼천 명 가량이라 - 여기서 본서 기자는 당시 그 건물의 구조를 대충 묘사해 보임으로써 삼손이 행한 이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즉 당시 팔레스타인의 가옥의 형태는 대개 앞쪽에 넓은 마당이 있고 단층의 가옥일 때는 거실위에 평평한 지붕이 있다. 그리고 2층 이상의 가옥일 때는 거실은 2층에, 아래층은 하인들의 방과 창고로 되어 있다.
반면 그보다 더 큰 회당의 경우에는 지붕이 넓어서 3천명 이상이 올라갈 수도 있었으며 지붕은 대개 목재로 된 두 개의 버팀대로 받쳐져 있었다. 따라서 이 버팀대를 빼버릴 경우에 지붕의 가운데 부분은 파괴되어 위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죽음을 면하기가 어렵다. 삼손이 단번에 수많은 블레셋인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같은 가옥 구조 덕분이었다.
[삿 16:28]"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가로되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로 강하게 하사 블레셋 사람이 나의 두 눈을 뺀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 하고...."
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가로되 - 삼손은 '엔학고레'에서의 기억을 되살려 그때의 심정으로 다시 한번 여호와께 부르짖었다. 본절에 기록된 삼손의 기도는 그가 사용한 하나님의 명칭 세 가지와 더불어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1) 주(아도나이):이것은 삼손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을 주장하시는 분은 곧 주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자신을 사슬로 맨 블레셋이 주(主)가 될 수 없으며 자신의 영혼을 주장하시는 하나님만이 '주'이심을 보여 준다.
(2) 여호와(예호와):이것은 애굽에서 이스라엘을 이끌어내신 구원의 하나님에 대한 명칭이다. 여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실 분은 오직 여호와 뿐이심을 말하는 삼손의 고백을 발견할 수 있다. (3) 하나님(하엘로힘) : 여기서 관사 '하'가 붙어 있는 것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모든 신들 중의 신임을 나타낸다. 이로 볼 때 삼손은 이 싸움이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열방의 신들과의 싸움이며 이 싸움에서 여호와 하나님이 반드시 숭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나를생각하옵소서 - 여기서 '생각하다'에 해당하는 '자카르'는 '기억해내기 위해 표를 해두다'는 뜻이다. 즉 삼손은 일찍이 하나님께서 자기를 '종'으로 구별해 주신 것 에 의거, 다시금 자기를 권념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권능의 장중에 다시 한번 사로잡히기를 소원하는 삼손의 심경을 잘 나타내 준다. 나의 두 눈을 뺀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 -
이러한 삼손의 기도는 마치 자신을 불구로 만든 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븍수심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일 삼손이 정말로 그러한 마음으로 기도했다면 그것은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위배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여기서의 강조점은 '원수'인 블레셋에게 있다. 즉 삼손의 기도는 자신의 두 눈을 위해서 한 기도가 아니라 자신에게는 물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고통을 준 원수들인 블레셋족에 대하여 원수를 갚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위대한 삼손의 민족적 정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삿 16:29]"집을 버틴 두 가운데 기둥을 하나는 왼손으로, 하나는 오른손으로 껴 의지하고...."
삼손의 장렬한 최후 집을 버틴 두 가운데 기둥을 - 삼손은 이처럼 다시 하나님께서 주신 완력으로 그 건물의 버팀대를 두 팔로 하나씩 끌어 안고 밀기 시작했다. 기도 후에 잇따른 이러한 즉각적인 행동 개시는 확신에 찬 믿음의 발로이다.
[삿 16:30]"가로되 블레셋 사람과 함께 죽기를 원하노라 하고 힘을 다하여 몸을 굽히매 그 집이 곧 무너져 그 안에 있는 모든 방백과 온 백성에게 덮이니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자가 살았을 때에 죽인 자보다 더욱 많았더라..."
블레셋 사람과 함께 죽기를 원하노라 - 자기 한 몸을 던져 이스라엘을 구원코자 하는 이러한 삼손의 살신 성인의 정신은 '죽으면 죽으리이다' 라고 말한 에스더의 정신과 연결이 된다. 그리고 또 이러한 죽음은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의 모형이 된다. 한편 이와 관련 우리는 삼손의 죽음을 자살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자기 백성을 구원하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일종의 전사였다. 즉 삼손은 최후의 장렬한 죽음으로써 블레셋의 신 다곤을 무너뜨리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영화롭게 한 것이다.
[삿 16:31] "그의 형제와 아비의 온 집이 다 내려가서 그 시체를 취하여 가지고 올라와서 소라와 에스다올 사이 그 아비 마노아의 장지에 장사하니라 삼손이 이스라엘 사사로 이십년을 지내었더라....."
그의 형제와 아비의 온 집이 다 내려가서 - 삼손은 독자였다. 때문에 여기서 '그의 형제와 아비의 온 집'이라 함은 이스라엘 동포나 삼손의 부족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한편 고대에는 죽은 자의 시신을 처리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그리고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그들의 왕이나 지도자가 죽은 뒤 그 시신을 처치하는 태도나 방법에 따라 생전의 업적이 어떠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본절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삼손을 당대의 지도자로 예우를 다하기 위하여 가사의 무너진 블레셋 신전으로 그의 시신을 찾으러 갔음을 보게 된다. 한편 본절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아무런 방해없이 무너진 선전에서 블레셋인들의 시신들과 섞여 있는 삼손의 시신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 당시 그 주변의 블레셋인들은 어떤 미신적인 두려움 때문에 모두 도망가 버린 것 같다. 삼손이 이스라엘 사사로 이십 년을 지내었더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사사로 들어 쓰신 자이자 기간이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한편 이상으로 파란 만장한 삼손의 생애는 모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