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온 동네 아가씨들
얽히고설키게 만든 건
나야 나
ㅡ위점숙
쪽수필/오정순
비밀을 발설하고 싶은 심정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정서다. 이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고전이다. 우리 모두를 가장 잘 교란시켜 달라는 듯 환대하는 모습의 수련꽃잎 자세는 실로 압권이다.
"나 아니면 너희는 시집도 못가. 그러하니 극진히 반겨야 할 것이야"라는 듯 방자하게까지 보이는 부지런한 꿀벌 한 마리가 귀엽다.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건 왜일까. 일찍이 남정네들의 허세를 읽어버린 탓이리라. 대체로 비밀을 발설하면서 마치 여성들을 거느리는 듯한 영웅 심리가 발동 걸리는 건 진정성이 적은 사랑이다.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건 아껴주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문열의 소설에 등장하는 떠돌이 남자가 한 마을에 정착하여 사는 이야기이다. 시골 동네로 숨어든 한 남정네를 온 동네 여자들이 몰래 먹거리를 줄대며 몸 바치고 모두가 한 통속으로 비밀을 지켜나간다.
어느 날 저 벌처럼 모두가 내 몸 거치지 않은 여자 없지 하면서 그 자가 나야 나 할 것만 같으니 어찌 아니 우습겠는가. 불과 넉 줄로 무수한 이야기를 소환하는 힘이라니.
첫댓글 재미납니다~꽃가루 잔뜩 묻힌 저 꿀벌의 모습 또한 어정쩡한 듯 웃음이 나네요. 모두가 저지르고 모두가 입을 다무니 비밀은 비밀이되 비밀이 아닌 일도 어이없지만 우습고요. 디카시의 힘을 다시 느꼅보니다^^
잊고 살다가 디카시를통해소환되는 것들이 늘어서
사는게 풍요로와집니다
늘 전하고싶은 대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짧은 글을 의미있는 글로 이렇게 풀어내시다니 놀랍습니다.
글을 읽으면서도 이거 내가 쓴 글 맞나 하면서 해죽해죽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긴 글보다 짧은 글이 저는 좋습니다
상상을 부풀려주고 기억을 살아나게 합니다
저는 쪽수필 쓰는 맛도 짭짤합니다
남정네들의 허세 이야기에 속이 시원?합니다.^^
그저 재밌다고만 느낀 디카시에 세상사 스토리를 엮어주신 오정순 선생님의 쪽수필 최고입니다 !
위점숙 선생님 축하드려요 ~~^^
그래서 글이 길거나 다 말해버리면 흥미가 떨어지는가봐요
툭 건드려 주기만 해도 저는 좋아요
당나귀가 알면
어쩐대유?
시치미 떼기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