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의 시민으로 살아가기
내 마음에도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뿌리가 있을까
초록달팽이 동시집 스물한 번째 권입니다. 작고 여린 존재들을 향해 늘 마음을 열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시를 쓰고 있는 신재섭 시인의 새 동시집입니다. 어린이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시편과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잘 담아낸 김순영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큰 감동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목차
1부 아삭한 오이는 없지만
우당탕 유전자 12 | 4학년의 자세 13 | 구름영화관 14 | 하루가 하나씩 16 | 하루아침에 18 | 숨 테이프 20 | 변신 22 | 심심하거든 23 | 왕집중 왕 24 | 오이 장터 26 | 내가 꽃 28 | 별명으로 말하기 29 | 초대장 30 | 용띠 해 인사법 31 | 누구야? 32
2부 마음을 길이로 잴 수 있을까
오늘도 씨근씨근 36 | 축구 좋아하는 나에게 37 | 몸살 39 | 나무와 나 40 | 마음의 자리 42 |열한 살 43 | 달팽이와 줄자 44 | 민들레꽃 46 | 화장실 똑똑 48 | 호박씨가 땅 위로 내놓은 떡잎 두 장 49 | 떡잎 두 장에서 시작되었다 50 |여름 판다 51 | 여름비 52 | 바닷속 나비 53
3부 살구는 졸지 않고
우리 집 자판기 56 | 비누와 비누 57 | 새우잠 가방 58 | 엄마의 응원 60 | 지팡이와 할머니 61 | 동구 삼촌 62 | 홍어튀김 64 | 제주살이 간 할머니께 65 | 이만하면 이불 66 | 전봇대를 껴안는 밤 69 | 울면 자두 빙수 70 | 건빵과 할아버지 72 | 이야기 듣는 살구 73 | CCTV의 기록 74
4부 같이 놀자고 저녁이 오잖아
히아신스 78 | 새봄 꽃봄 80 | 봄날엔 개를 부르네 82 | 목련꽃 아이스크림 84 | 사귀는 첫날 86 | 비가 내리면 87 |모내기 88 | 비 그친 틈에 90 | 풍선 풍선 풍선초 92 | 저녁놀 94 | 사려니숲 96 | 도돌이표 솔방울 98 | 와요=눈 99 | 눈이 내리면 100
저자 소개
글: 신재섭
2013년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1년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2022년 첫 동시집 『시옷 생각』을 냈습니다. 더 다정다감하게 어린이 곁에 동시 곁에 머물고 싶습니다.
그림: 김순영
일러스트를 전공하고, 현재 그림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그림으로 많이 들려주고 싶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장독대의 비밀』이 있으며, 그린책으로 동시집 『여덟 살입니다』 『고민에 빠진 개』, 동화 『넌 혼자가 아니야』 『대신 울어줄래?』, 그림책 『어디로 갔을까?』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신재섭의 동시는 새롭습니다. 상상력의 폭과 깊이가 남다릅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그러면서도 동시가 마땅히 지녀야 할 요소인 동심과 시심을 두루 충족하고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동심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번 동시집의 경우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의 감성에 맞춰 창작된 까닭에 발랄함, 진지함, 쓸쓸함 등 그 또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심리적 변화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우린 4층 창문에서
구름을 봐
구름 점을 치며
어금니에 낀
속상한 마음을
야금야금 나눠 먹거든
구름 한 점 없는 날엔
슈퍼맨 자세를 잡아
주먹 쥔 팔이
그럴싸하게
표정도
그럴싸하게
- 「4학년의 자세」 전문
이 동시는 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작품은 ‘구름’을 끌어와 4학년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구름은 유동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의 속성이 그 또래 아이들의 감정 변화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와 더불어 이 작품은 “어금니에 낀/속상한 마음”에서처럼, 보통 수준을 넘어서는 시적 표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상과 표현뿐만 아니라, 시적 대상에 대한 탐색과 애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바람이 세다
나무는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꿋꿋한 건
나무의 키와 뿌리의 길이가 같아서다
나무는 어둠 속에서도
바람이 불면 흔들리며 자란다
내 마음에도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뿌리가 있을까
마음을 길이로 잴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이 나를 자라게 하는 걸까
- 「나무와 나」 전문
앞과 마찬가지로 이 동시도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의 심리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나무’와 ‘나’의 비교를 통해 자기 내면을 응시합니다. 구체적인 상황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내 마음에도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뿌리가 있을까”에서처럼 현재 화자의 마음 상태는 온전하지 않습니다. 이는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이런 마음이 나를 자라게 하는 걸까”에서처럼 아이들은 그와 같은 심리적 갈등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아갑니다. 이 동시는 그러한 아이들의 내면 심리와 성장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린 독자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도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 시인의 말
까치가 드나들며 감나무에 주홍빛 등불을 켜 놓았다. 잎 떨군 감나무가 홍시로 환해졌다. 이럴 땐 감나무에게 참으로 근사하다, 말해 주기. 가을이 저물고 내 발등도 어둑해지는 겨울이 왔으니, 봄날에 툭 떨어지던 도톰한 감꽃을 떠올려야지. 몹시 추운 날엔 홍시 등불을 데려와 마음부터 녹여야지.
더딘 걸음이지만 오늘도 시의 시민으로 살아간다. 잘 보이지 않는 것, 낮고 여린 것에게 향한 내 마음이, 녹슬지 않도록, 더 다정다감하게 어린이 곁에 동시 곁에 머물고 싶다.
2025년 2월
신재섭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1828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