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를 보고 따라가는 사람들
한 아들이 70대 어머니에게 유럽 관광여행을 시켜드렸다. 어머니가 돌아오는 날 아들은 공항에 나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좋은 것 많이 보셨지요?”
그런데 어머니의 대답이 엉뚱했다.
“난 본 것이 없다. 깃대밖에는...”
아들이 의아해서 물었다.
“깃대밖에 못 보셨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머니의 설명은 이러했다. 여행사 가이드가 노인들을 모시고 떠나면서 걱정이 되었던지 여행사 깃대를 흔들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이 깃대만 보고 따라와야 해요. 이 깃대를 놓치면 한국에 못 돌아가요. 아셨지요?”
한국에 못 돌아간다는 말에 할머니는 잔뜩 겁을 먹었다고 한다. 이역만리에서 홀로 고아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쳤기 때문이었단다.
그래서 할머니는 여행 중 깃대를 놓칠까 봐 깃대만 보고 따라다녔다고 한다. 에펠탑 앞에서도 깃대만 보았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수시로 깃대를 보며 밥을 먹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깃대에서 해방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깃대만 보고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 깃대를 놓치면 나라를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들의 눈에는 다른 것이 거의 보지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