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기념일이 빼곡한 달력, 숨 쉴 날이 없어요 나 대신 종이에 누워 숨 쉬는 사람들 밤이 되면 광대는 잠을 자고 나는 일어납니다 나는 허들을 치우고 부서진 광대들을 주워 종이 상자에 집어넣습니다 그늘을 뿌리는 거대한 인공 나무, 물을 줘요 잘 자라서 더 크고 뾰족한 허들을 만들어내렴
그렇지만 모든 게 나보다 커져서는 안 돼, 광대들은 일도 하지 않고 아침마다 이불을 걷어냅니다 나는 토스트처럼 튀어 올라 침실을 접어 내던져요 나를 어지럽히는 벽시계와 발목에 생긴 작은 구멍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커집니다
방이 비좁아서 나는 밖에 있습니다 밖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 상자를 만들어야 해요 재사용 종이는 거칠고 단단해서 반성에 알맞습니다 천장에 붙어 기웃거리는 가녀리고 얇은 나의 광대들 반성이 시작된 집은 무덤 냄새가 나는 요람 같아요
나는 탄생부터 기워온 주머니를 뒤집습니다 바닥은 먼지로 가득찹니다 도무지 채워지질 않는 상자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실패와 실종
내가 죽으면 광대들은 허들을 넘을까요 궁금해서 죽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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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해석
류휘석의 **「랜덤박스」**는 **사화적 자아(광대)**와 진정한 자아(나) 사이의 긴장감을 중심으로 구성된 시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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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대: 사화적 자아
“매일 허들을 넘다 실패하는 광대” 광대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이는 화자가 사회 속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며 겪는 좌절과 한계를 반영합니다.
“나는 부서진 광대들을 종이 상자에 집어넣습니다” 화자는 자신의 사회적 자아를 수습하고 감추려 합니다. 상자는 사회적 규범 속에 갇힌 자아를 상징하며, 화자의 억압된 감정을 대변합니다.
“천장에 붙어 기웃거리는 가녀리고 얇은 나의 광대들” 광대는 얇고 가녀리며 위태롭게 존재합니다. 이는 사회적 자아가 얼마나 취약하고 위태로운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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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 진정한 자아
“나는 허들을 치우고 부서진 광대들을 주워” 화자는 광대와 다른 주체로, 사회적 실패의 잔해를 뒤처리합니다. 이는 화자가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재사용 종이는 거칠고 단단해서 반성에 알맞습니다” 거칠고 단단한 종이는 화자의 내적 반성을 통해 형성된 자아를 상징합니다. 화자는 자신과 대면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합니다.
“나는 탄생부터 기워온 주머니를 뒤집습니다” 여기서 주머니는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상징합니다. 화자는 자신의 본질을 뒤집어 드러내며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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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광대와 나 사이의 긴장감
긴장의 원인: 사회적 실패와 내적 욕망 광대는 실패의 반복을 통해 화자가 겪는 사회적 압박과 한계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화자는 이 실패를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내적 갈등을 경험합니다.
긴장의 상징: 허들과 상자 허들은 화자와 사회적 자아 사이의 경계로 작용하며, 상자는 그 경계를 관리하려는 화자의 시도입니다. 이는 화자가 사회적 자아를 수용하고 내적 자아와 통합하려는 갈등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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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지막 질문: 자아의 통합 가능성
“내가 죽으면 광대들은 허들을 넘을까요” 화자는 자신의 사회적 자아와 진정한 자아의 통합 가능성을 묻습니다. 이는 자아의 갈등이 죽음 이후에야 해결될 수 있다는 비극적 전망을 암시합니다.
“궁금해서 죽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화자는 그 질문의 답을 알 수 없기에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이는 화자가 끊임없이 자아를 탐구하고, 긴장을 견디며 살아가야 함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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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이 시는 사화적 자아(광대)와 진정한 자아(나) 사이의 긴장감과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자아 통합을 향한 탐구와 좌절의 과정을 형상화합니다. 이는 현대인의 내적 고뇌와 사회적 역할 수행에서 오는 딜레마를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