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9.10 양일간에 전주에서 열린 민족문학작가회 주최 제11회 전국문학인대회에 양재성 위원장,정선호,김대호가 다녀왔습니다. 행사는 9일에
고은시인의 문학강연회와 작가회의 정체성에 대한 토론과 새벽 늦게까지 뒤풀이가 있었으며, 10일에는 각 지회의 기관지 분석과 "전주선언"을 끝으로 행사을 마감하였습니다. 전국에 있는 200여 작가회의 회원들이 처음으로 전주에 모여서 가진 아주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참고로 "전주선언"
내용을 게재하겠습니다.
2002 전국민족문학인대회 전주 선언
-민족과 함께 한 걸음 더-
여기 유서 깊은 땅 전주에 모인 제11회 전국 민족문학인 전주대회 참가자 일동은 민족과 우리 시대, 우리의 문학과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진로에 관해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누었으며, 그렇게 뜻을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하였음을 민족과 문학 앞에 엄숙하게 선언한다.
지난 군사독재 시절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맥을 계승하고 있는 우리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는 우리가 사는 이 시대와 우리의 글쓰기가 별개의 것이 아님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으며, 그와 같은 원칙 아래 문학인들의 역할을 모색해 왔음을 늘 자랑으로 여겨왔다.
이번 전주대회는 작가회의의 역사성을 다시 확인하고, 작가회의의 정체성이 건강한 이념성의 회복에 있음을 분명히 하는 자리였다. 또한 이번 대회는 지난 10년 동안 진행되어 왔던 '영호남문학인대회'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대회로서, 전국 12개 지회 소속 문학 동지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임으로써 우리들의 고민과 관심이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는 전기가 되
었다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만남의 기쁨을 누리는 일보다 이 시대가 문학인들에게 요구하는 책무에 대해 밤샘 토론을 했다는 것이 마냥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우리 시대는 여전히 고민하는 문학인, 갈등과 결핍, 소외를 반영해야 하는 문학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우리의 마음은 대단히 아프고 안타까웠다는 것을 밝혀둔다.
우리 작가회의에서는 지난 1988년 남북작가회담을 이미 북측에 정식 제의한 바 있으며, 주지하다시피 영호남 지역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왔다. 우리의 이와 같은 노력은 여전히 유효하며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남북 문제나 지역 갈등이 그러하듯이, 우
리 시대에 제기된 문제들은 그 표피적 현상만을 문제 삼는 자들에게 악용된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일체의 정략적이고 반민족적인 의도가 다시는 준동하지 않기를 바라며, 동시에 갈등의 양상을 부풀리거나 미봉하는 일에도 반대함을 분명히 한다. 차이를 인정하자는 일과, 그 차이로 인한 소외와 차별에 반대하는 일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추후로 우리 작가회의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위해 작가적 양심을 걸고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갈등의 표출은 문제일 수 없으며, 문제는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2002년 11월 10일, 이 자리에 모인 전국 민족문학인 전주대회 참가자 일동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이를 우리 시대의 꿈과 희망의 준거로 삼으며 향후 활동의 좌표로 삼고자 한다.
- 우리는 이른바 '세계화'란 일방통행식 세계 질서의 재편을 의미하는 자본패권주의에 반대한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후로 전세계 작가들과의 각종 연대 사업을 더욱 공고히 하여, 다양성이 존중되는 진정한 세계 평화의 시대를 여는 데 일조하려 한다.
- 우리는 또한, 미국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신냉전체제에 한반도가 휩쓸려 들지 않기를 진심으로 갈구한다. 현재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일부 강경파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대북 강경 정책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중대한 저해 요소임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6.15 공동선언에 배인 민족 상생의 원리가 어서 빨리 한반도에 실현되
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의 양심과 펜의 힘으로 끝까지 노력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한다.
- 우리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가 정리정략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격변의 시대,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온 국민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여 한 표를 행사할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또한 이번 대통령 선거는 4.19 혁명, 5.18 광주항쟁, 6.10 시민대항쟁으로 이어온, 이 나라 민주화의 도도한 흐름을 계승하여 이 땅에 완전한 민주주의를 안착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역사의 물꼬를 되돌리려는 모든 기회주의적 수구 냉전 논리 세력을 단호히 배격한다. 그리고 망국적 지역 감정을 볼모로 하는 선거 운동, 근거 없는 인신 공격 등의 흑색 선거 운동이 이번 기회에 영구히 추방되길 바란다.
- 우리는 무엇보다 글쓰기를 통해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려고 하는 문학인들이다. 우리가 움켜쥐고 있는 펜의 방향과 감각이 그 동안 역사적 책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뼈아프게 반성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우리의 상상력을 극대화할 것을 다짐한다. 지금, 이 땅에서 문학은 여전히 동시대인의 영혼이 그려내는 무늬를 돋을새김하는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문학적 고민이란 당대의 고민을 탁본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당대가 요구하는, 이와 같은 문학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뜨거운 가슴이 내지르는 육성 또한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결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