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용
한 아프리카 여자가 진흙을 반죽해 진흙 쿠키를 굽고 있다
아프리카 초원의 영양이나 가젤의 고기로 햄버거를 만들 듯이, 진흙 쿠키를 굽고 있다
마치 자신의 아이에게 최상의 음식을 차려줄 것처럼, 다디 단 과육을 절여놓는 것처럼
온통 진흙 빛깔인 여자는, 익숙한 손길로 둥글고 말랑말랑한 진흙 쿠키를 굽고 있다
그렇게 진흙을 반죽해 진흙 쿠키를 굽고 있는 아낙의 모습은, 어찌보면 백로의 긴 목 같다
물의 얕은 파문도 감지하는 먹이를 잡기 위해, 고요히, 길게 늘어나는 목을 가진 백로
그 긴 목 같은 팔로 진흙 쿠키를 굽고 있는 얼굴은, 달처럼 둥싯 떠오를 것 같다
이뭣고? 하는 의문도 없이, 인간 본래 면목의 양식 같은, 진흙 쿠키를 굽고 있는 아낙의 얼굴은
진흙소를 타고 진흙강을 건너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고요히, 한없이 비추고 있을 것 같다
그 진흙 쿠키를 달콤한 초콜릿이라도 되는 듯이 먹고 있는 아이의 배는 불룩하지만, 몸통은 야위어 있어서
야윈 몸통 위에 두개골만 커다랗게 얹혀 있어서, 畸形의 물음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아이의 검고 둥그런 눈망울은 곧 굴러 떨어질듯 그렁거리지만
그 눈가에는 새까맣게 파리들이 달라붙어 짓무른 눈곱을 빨고 있지만
인간의 몸속에도 닭처럼 모래주머니가 있다는 듯이
진흙 쿠키가 돌의 쿠키보다는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듯이
긴 백로의 목이 울컥, 뱉어주는 진흙 쿠키를 받아먹으며
아이는, 마치 나무에 올라 고기를 구한 것처럼 환한 표정이다. 그렇다. 달 떠올랐다
매일 매일 자궁에서 태어나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아이의 歸路를, 훤히 비추고 있다
진흙으로 빚은 몸속에 진흙의 빵이 들어간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인간도 지렁이처럼 흙을 먹고 배설할 수 있는 소화기관을 가졌다는 듯이
이글거리는 태양이 사람을 진흙 쿠키처럼 굽고 있는 아프리카
그 진흙 쿠키가 다 구워지면 赤道의 태양이 아이를 진흙 쿠키처럼 먹어치울 것이지만
계간 『애지』 2008년 가을호 발표
 
 
* 예전에 "누구는 흙 파먹고 사나?"
라는 말을 건성으로 들었는데
흙을 파먹고 산 적이 있긴 있었나 보다.
신문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이
진흙 쿠키를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흙에서 태어나 흙을 먹고 흙으로 돌아간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버려지는 음식이 얼마며
쌀도 사료로 쓴다고 하는 마당에 진흙쿠키?
1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기아와 내전으로 오히려 난민 문제가 심각하다.
- 부동산아재, 현소장의 시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