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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공감 1318 ⑭
수화, 소리, 사랑해! 베로니크의 코다(CODA) 다이어리
베로니크 풀랭 글┃권선영 옮김 | 한울림스페셜 | 원제 Les mots qu’on ne me dit pas
■ 발행일 : 2015년 8월 27일
■ 판형 : 130×188 | 160쪽 | 단도 | 무선
■ ISBN : 978-89-93143-45-4 43860
■ 값 : 10,000원
★영화 <미라클 벨리에> 감동 실화의 주인공
베로니크 풀랭의 자전적 스토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 엄마 아빠의 세계 vs. 소리가 들리는 딸의 세계!
두 세계를 오가는 코다CODA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가족 이야기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줄임말로,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를 뜻합니다.
배가 고프다고 울어도, 목마르니 물을 달라고 해도, “엄마! 아빠!” 불러도 엄마 아빠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코다들의 이야기다. 작가인 베로니크 풀랭도 코다이다.
수화와 과장된 표정으로 대화하고, 시도 때도 없이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고, 버스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큰 소리로 방귀를 뀌고, 문을 쾅쾅 닫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쩝쩝대고 후루룩거리며 밥을 먹고, 큰 소리로 오줌을 누고,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무슨 내용인지 묻고, 심지어 사랑을 나누는 소리까지 감추지 못하는 엄마와 아빠. 어렸을 때는 자신이 두 가지 언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지만, 사춘기가 되자 듣지 못하고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엄마 아빠의 일거수일투족이 거슬리고, 성가시고, 창피하고, 침묵 속에 사는 것이 지루하고, 엄마 아빠와 수화로 대화하는 동안에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는 사실이 화가 나는 딸. 그리고 이러한 가족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
베로니크는 엄마 아빠에게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 크고 작은 고민들을 마음껏 털어놓고 그들과 대화하고 싶었다. 수화나 제스처가 아닌 목소리로. 장애가 없는 평범한 부모를 둔 친구들, 부모와 소리 내어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자신의 부모를 따라다니는 기분 나쁜 눈빛들은 정말 싫었다.
하지만 이제 베로니크는 안다. 자신의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해 주었는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해 주었는지를…… 그리고 자신이 엄마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수화, 소리, 사랑해!》는 ‘장애공감 1318 시리즈’의 열네 번째 책으로, 작가이자 주인공인 베로니크 풀랭이 태어나 자신의 아이들을 낳기까지 농인 부모와 함께한 삶의 순간순간을 돌아보며 쓴 자전적 소설이다. 베로니크는 농인 부모에 대한 미움, 창피함, 짜증, 죄책감, 후회 그리고 존경과 사랑…… 오랜 시간 마음속에 뒤엉켜 들러붙어 있던 그 모든 감정들의 민낯을 솔직하고 간결하게, 담담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조금은 낯선 코다(CODA)와 농인 가족의 삶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다.
>> 저자 소개
글쓴이┃베로니크 풀랭
공연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베로니크 풀랭은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 즉 ‘코다 CODA’이다. 2014년 8월, 코다로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자전적 소설 《수화, 소리, 사랑해!》를 펴내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수화, 소리, 사랑해!》는 작가의 처녀작임에도 프랑스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등에서도 출간되었다.
작가는 15년 동안 프랑스의 배우이자 무대 연출가인 기 베도스의 개인 비서로도 일했는데, 그의 딸인 빅토리아 베도스가 《수화, 소리, 사랑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쓴 영화 ‘벨리에 패밀리 La famille Bélier’가 개봉되어 프랑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8월, ‘미라클 벨리에’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으며, 베로니크 풀랭이 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옮긴이┃권선영
어린 시절 파리에서 살았다. 한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공간에 흥미를 느껴, 다시 파리에 있는 에콜 카몽도Ecole Camondo에서 실내 건축과 오브제 디자인을 공부했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건축의 매력에 푹 빠져 건축 기행을 시작했으며 프랑스 건축 입문서인 《썬과 함께한 열한 번의 건축 수업》을 집필했다. 옮긴 책으로는 《딴생각 중》이 있다. 지금은 미국 UC 버클리 건축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
>> 책 속으로
나는 두 개의 언어로 말한다. 내 안에는 두 개의 문화가 살고 있다.
말소리와 대화 소리, 음악 소리가 있는 ‘소리’의 낮.
수화와 소리 없는 대화, 시선만이 오가는 ‘침묵’의 밤.
두 세계로의 항해.
말과 수화.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문화.
그리고 두 개의 나라.
p.8
농인 부모와 살기 위해서는 그들을 부르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난 주로 세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첫째, 게으른 버전: 엄마 아빠가 돌아볼 때까지 기다린다. 단, 이 방법은 내가 급할 땐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
둘째, 적극적인 버전: 일어나서 어깨를 툭툭 친다. 급하게 말해야 할 것이 있을 때 주로 쓰는 방법이다.
셋째, 무기력하지만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한 버전: 불을 껐다 켠다. 엄마 아빠가 돌아보면 그때 말을 꺼낸다.
책을 바닥에 던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속이 좀 쓰렸다. 나는 내 책들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물건을 던졌다. 바닥이 아닌 엄마 아빠에게.
p.49
소음은 아침부터 시작됐다. 아빠는 일어나면 발을 질질 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빠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새 가죽 슬리퍼의 뒤창이 코팅된 바닥재에 부딪치면서 딱딱 소리를 냈다. 아빠는 화장실 문을 힘껏 열어젖혔고, 문은 이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오줌 누는 소리는 또 어찌나 엄청난지 마치 80미터 높이에서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포가 따로 없었다. 거기에다가 태평하게 방광을 비우고 난 뒤 분출의 기쁨으로 헐떡이는 소리까지……. 아빠가 변기 물을 내리는 것을 깜빡하면 그야말로 땡잡은 거였다! 그 소리만큼은 듣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러고 나면 엄마 차례였다. 침대에서 일어난 엄마는 부엌으로 가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그때부터 소음이 시작됐다. 그릇장 문이 닫히는 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곤 했다. 뒤이어 컵을 넣어 둔 찬장 문, 식기를 넣어 둔 서랍, 냉장고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다음은 오븐을 열고 닫는 소리가 날 차례였다. 안 봐도 비디오였다. 깨지는 소리, 터지는 소리, 서로 부딪치고 삐걱거리는 소리……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p.69
“안녕, 병신들!”
하루는 집에 돌아와 엄마 아빠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나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였다. 그 애들은 우리 부모님이 농인이라는 사실을 아무리 말해 줘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그런 거였다.
“안녕, 병신들!”
그리고 곧 엄마가 나와서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p.111
나는 말이 엄청 많다.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실 내가 얼마나 말이 없는지 안다면 다들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 집안에서 진정한 벙어리는 나였다. 특히 애정이나 감정에 관해서는 무겁게 입을 다물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내 아이들뿐이었다.
“우리는 그런 소리를 못 듣고 자라서 그래.”
에브가 끊임없이 내게 해 준 말이다. 들어 본 적이 없어서 표현할 수가 없다는 말.
p.154
>> 출판사 서평
★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과 함께하는 한울림스페셜 ≪장애공감 1318≫ 시리즈의 14번째 책
농인 부모와 산다는 것, 슬프고 불편하고 낯선 세계라고? 코다에겐 자연스러운 일상일 뿐!
베로니크의 엄마와 아빠, 외삼촌과 외숙모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농인이다. 베로니크와 그녀의 외사촌들은 소리가 들리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청인이다. 하지만 부모가 들을 수 없기에 코다들은 침묵의 세계에 살면서 동시에 소리의 세계에서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부모님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창피함, 분노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했다’고. 멋모르는 어릴 때에야 수화를 할 줄 아는 자신이, 자신의 가족이 특별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며 상황이 달라졌다. 농인 부모와 수화로 대화하는 것의 고단함,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는 갖가지 소음들, 집 안에서 결코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지루함에 질려 버렸고, 때로는 엄마 아빠가 창피하고, 그들에게 짜증이 나고, 그들을 이상한 눈빛으로 구경하거나 동정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베로니크는 결국 엄마 아빠가 살아가는 들리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고, 들리지 않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들을 지지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농인 부모와 사는 코다의 삶을 다루었지만 《수화, 소리, 사랑해!》는 결코 무겁고 어둡거나, 슬픔으로 눈물을 쥐어짜며 독자의 감정을 북받치게 만드는 신파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베로니크의 마음속에 뒤엉켜 들러붙어 있던, 부모를 향한 감정들의 민낯을 사실적이면서 솔직하게, 너저분하지 않으면서 간결하게, 담담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코다인 베로니크의 성장담이자 모든 코다들의 성장담이다. 동시에 자신들과 서로 다른 세계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농인 부모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기까지 겪어야 했을 코다들의 남모를 상처와 수많은 흔들림을 꾹꾹 눌러쓴 코다들의 일기장이다.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농인’이라고 부른다!
《수화, 소리, 사랑해!》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각 장애인’ 대신 ‘농인(聾人)’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농인이라고 하면 듣지는 못해도 ‘수화(수어)’라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나름대로의 문화를 지닌 집단을 뜻하지만, 청각 장애인은 듣지 못하는 ‘장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농인들의 삶이 세상의 여러 문화 가운데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수화가 여러 언어들 중 하나로 인정받는 사회. 베로니크의 부모님과 외삼촌은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 수화 학교에서 수화를 가르치고, 수화 사전을 펴내고, 농인을 위한 연극 협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농인을 위한 작은 혁명들이 일어났고, 농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었다. 거리를 두고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베로니크는 결국 부모님을 지지하게 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마침내 온 마음으로 그들의 활동에 함께한 것이다.
책에서 스크린으로 옮겨 간 베로니크 풀랭의 이야기, 영화 <미라클 벨리에>
출간과 동시에 프랑스 언론의 주목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베로니크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쟁쟁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제치고 프랑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700만이 넘는 관객이 동원되는 등 흥행에 성공한 <미라클 벨리에>가 그 주인공이다. 2015년 8월 27일, <미라클 벨리에>의 국내 개봉일과 동시에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이야기, 《수화, 소리, 사랑해!》가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더 영화 같은 뒷이야기가 있다. 베로니크는 프랑스의 무대 연출가이자 배우인 기 베도스의 비서로 15년 동안 일했는데, 마침 그의 딸이 베로니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시나리오로 각색한 것. 이것이 바로 <미라클 벨리에>의 시작이다. 게다가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베로니크가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수화, 소리, 사랑해!》에는 영화에 미처 담지 못한 더 많은 뒷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에 한 발씩 담그고 서로의 세계와 소통하는 코다의 삶, 그리고 들리지 않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이자 하나의 문화라는 농인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농밀하게 녹아들어 있다. 농인과 코다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아직 생경하고 조금은 불편하다고? 책으로 그리고 영화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그 속에는 낯설거나 불편한 세계가 아닌, 서로의 눈과 얼굴을 바라보며 소통하는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져 있다. 이제 조금씩 사람들의 삶 속에 파고드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만나고 이해할 때가 아닐까?
>> 추천평
베로니크와 나는 하나의 데칼코마니일까? 나의 이야기 같은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는 나라는 달라도 같은 CODA로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순식간에 옮겨 갔다.”
두 개의 언어와 세계를 순식간에 옮겨 갈 수 있는 CODA의 삶은 그만큼이나 넓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_이현화(나사렛대학교 수화통역학과 외래교수)
요즘 농인들이 사용하는 수화(수어)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수화를 배우러 온 분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농인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요?”
그 물음에 난, 그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다고 대답했다. 다만 소리가 없는 세상, 그것이 다를 뿐이라고…….
《수화, 소리, 사랑해!》는 청각 장애가 있는 부모와 소리를 듣는 청인 자녀의 성장 이야기이다. 이젠 그들의 아픔도 헤아려야 할 시기가 되었음을, 이 책은 이 세상에 이야기하고 있다.
_허노중(국립서울농학교 교사, E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강연)
독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책. 감동 그 자체다!
_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Libération)>
오랫동안 어쩔 수 없이 함께한 '침묵'과 친구가 된 작가의 첫 번째 이야기!
_프랑스 독서 주간지 <리브르 엡도(Livres Heb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