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환생을 인정하는 마지막 의식을 베푸는 달라이 라마
환생한 아이를 찾아 히말라야를 헤매는 제자 텐진 조파
-환생한 스승과 함께하는 텐진 조파-
2009.9. 26일 저녁 열린 제6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폐막식에서 '환생을 찾아서'로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 대상을 받은 나티 바라츠 감독. ⓒEBS 환생을 찾아서 네팔의 역사 깊은 코판 사원. 존경받던 고승 라마 콘촉이 84세로 선종했다. 전통에 따라 화장탑 안에 시체를 넣고 태우는 다비식이 진행되었다. 7살 때부터 21년간 그를 스승으로 모셨던 제자 텐진 조파는 슬픔을 감추었다.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진 자리에는 까맣게 탄 유골 사이에서 맑게 빛나는 사리 몇 개를 볼 수 있었다. 두개골을 제치자 그 안에 쌓인 재 위에는 발자국 형태가 보이고, 이것이 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텐진 조파는 화장의 결과를 린포체( 카토릭으로 치면 추기경 같은 존재 )에게 이를 보고하고, 이를 전해들은 달라이 라마는 콘촉이 다시 태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그의 환생을 찾을 것을 허락한다.
제자 텐진 조파는 2001년 이 때부터 스승의 환생을 찾아 나선다. 우선 환생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기 위하여, 다비식에서 나타난 여러 현상을 그림으로 그리어 이를 대만에 있는 점성술 담당 고승에게로 보낸다. 이를 받은 고승은 화상 통신을 통하여 그림을 분석하여, 콘촉이 환생할 곳은 “츠”로 시작되는 마을이며 그의 아버지 이름은 “아”로 시작될 것이라고 알려준다.
텐진 조파는 이후, 스승의 환생을 찾아 티벳 구석구석을 누빈다. 현대 문명의 발달로 자동차와 헬리콥터를 이용하기도 하고, 몇 날씩 걷기도 하면서, 마을과 마을을 찾아들어 그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한 살에서 한 살 반 먹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과자도 주고 풍선을 불어주며 아이들을 살핀다. 가장 중요한 테스트는 스승이 평생 지녔던 염주를 보여주면서 반응을 살피는 것. 모든 아이들이 염주를 본체만체 심드렁해 한다.
환생을 찾아 나선지 한참, 2003 년 츰(Tsum) 계곡에 들어섰다. 이곳은 스승이 수도를 한 곳이자 텐진 조파가 태어난 곳. 한 젊은 부부가 사는 집으로 들어서서 사내 형제를 만난다. 그 중 똘똘하게 생긴 아이가 염주를 보여주자 달라고 조른다. “이게 너꺼냐, 내꺼냐 ?” 물으니까, 자기 것이라고 울면서 달라고 조른다. 어린 아이는 염주를 목에 걸고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장난감과 바꾸자고 하여도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는다. 마을 이름은 “초에강”, 아이의 아버지는 “아페”라고 한다. 아이 이름은 “텐진 용오드룹”. 여러 가지로 미루어 보아 스승이 환생한 아이가 틀림이 없어 보인다.
텐진 조파는 아이를 데리고 스승이 계시던 코판 사원으로 돌아왔다. 두 명의 린포체는 아이를 앞에 놓고 시험에 들어갔다. 상위에 염주를 몇 개 놓고 아이에게 고르라고 하였다. 아이가 골랐다. 다음, 작은 북 몇 개를 놓고 집게 하였다. 그 다음은 작은 종 몇 개를 놓고 집어라 하였다. 이렇게 차례로 다섯 가지를 시험하였다. 놀랍게도 아이는 스승이 쓰던 유품 다섯 개를 모두 집은 것이다. 린포체는 이 아이가 라마 콘촉의 환생임을 확인하였다. 아이에 대한 추천서를 작성, 텐진 조파에게 주었다. 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스승이 머물면서 수도하던 외딴 은둔처로 데리고 올라갔다. 감기가 걸려 코피를 흘리면서도 은둔처를 달려 가더니, 마치 자기가 살던 곳인 양 이곳 저곳을 알아보았다.
텐진 조파는 린포체가 써준 추천서와 아이를 데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절차를 위하여, 달라이 라마가 있는 인도 남부로 향하였다. 2004 년, 달라이 라마는 아이를 접견하였다. 그리고 아이가 환생한 콘촉이라고 선포하였다. 이 아이는 다음 차례의 달라이 라마가 될 자격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제 이 아이는 티벳 사원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후, 그가 17 살이 되면, 달라이 라마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 갈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한다. 아이의 부모는,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의 아이가 되지 않고 사원에서 살아가야 하는 데 이를 받아들이고 동의하겠느냐는 텐진 조파의 질문에, 많은 사람을 위한 일이라면 아이를 내어 놓겠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아이와 이별하는 얼굴에는 한없는 표정이 교감한다. 이들의 표정이 누구보다도 깨끗하고 숭고하게 보이는 것은, 그들의 높고 깊은 정신이 우러나온 것으로 보였다. 말을 타고 길을 떠나는 아이에게 몰려든 마을 주민들의 존경의 마음, 이들 목에 흰 머플러를 자연스레 걸어주는 아이. 코판 사원으로 돌아와 신년을 맞아, 구름처럼 찾아 든 사람들에게 이마에 손을 얹어주고 머플러를 걸어주는 아이. 인류학을 하는 사람이 낯선 현지에 가서 마주하는 상황은 다큐영화 감독이 현장을 카메라로 담아낼 때 마주하게 되는 경험과 흡사하다. 스승을 잃은 텐진 조파는 슬퍼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의 표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카메라와 배우 사이에 완벽한 라포르(rapport)가 형성되어 있었다. 카메라가 담아내고 있는 텐진 조파의 일상에 티벳 수도승들의 삶이 녹아나 있었다. 감독은 텐진 조파의 삶을 몇년 동안 쫓아다녔을 것이다. 그런 현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 아닐 수 없다.
텐진 조파는 화장 후 남은 라마 콘축의 '뼈'가 보인 증후들, 그리고 점성술을 통해 라마 콘축의 환생이 태어난 곳에 대한 정보를 막연하게 얻어서 여행을 떠난다. 텐진 조파는 지금까지 한번도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본 적이 없었다. 무엇이든 스승이 시키는 일이라면, "네!" 라고 대답하는 것이 그의 삶이었다. 그리고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상황은 텐진 조파에게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텐진 조파의 얼굴에 긴장이 가득했다. 저런 표정을 담아낼 수 있다니. 정말 부러운 감독이다.
텐진 조파가 스승의 환생을 찾아 나서는 여행길은 가난한 구도자의 수행길이 아니었다. 그는 다니는 곳 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과자를 나눠주었고, 풍선 따위의 장난감을 나눠주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티벳은 재정일치의 사회다. 승려는 곧 사회 지도자이기도 하다. 텐진 조파의 스승 라마 콘축은, 티벳 모든 사람의 스승이기도 했다. 그는 예언자가 알려준 방향의 모든 마을을 ?고 지나가며, 1~1.5세의 어린 아이들과 만났다. 환생한 자식은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았다. 모든 티벳인의 스승인 라마 콘축이 바로 '내 아들일지도 모른다.' 텐진 조파는 길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아들이 '달라이 라마'일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에서 감히 자식에게 함부러 할 수 있겠는가? '스승'은 우리들 근처에 있다. 가난한 농가든, 부유한 귀족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텐진 조파는 결국 그의 스승이 환생한 아이를 찾아낸다. 그 아이는 몇 차례에 거친 심사와, 달라이 라마의 직관에 의해 라마 콘축의 환생으로 확인 받았다. 그리고 그는 라마 푼촉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는다.
라마 푼촉이 마을을 떠날 때, 노인들이 그에게서 종교적 의례를 받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후 라마 푼촉은 거대한 비행기를 타고 마을을 떠나간다. 그것은 네팔의 가난한 마을에서 일어나기에, 너무 큰 사건이었다.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윤회'라는 종교적 가르침을 믿는다. 환생을 찾아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구도자의 모습은, 그 티벳 사람들에게 '종교'를 통한 통치 방식을 깊게 내면화 시키는 기재였을 것이다. '종교를 통한 사회통치'라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것을 바라본 건 분명 신선하고도 기분좋은 충격이었다.
Unmistaken |
출처: 인어리자방 원문보기 글쓴이: 인어리자
첫댓글 재방 못 구하나.....
감사합니다^^()**
예고편 말고 영화전체는 못 보나요? 전체를 보고싶네요
이거 EBS에서 방영할때 봤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존재함은 믿음에서 시작하니,무엇이든 망상을 잡지말고 현실에서 참되게 소중함을 일구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