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과 29일 양일간 고등학교 친구들과 창녕 우포늪 탐방 여행에 참가했습니다.
시댁이 우포늪 부근에 위치한 '남지'라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단 한 번도 가보진 못 했습니다.
서울과 남지는 거리가 워낙 멀어 애경사에 참여하는데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다른 일을 도모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름난 명절 땐 가는데 8시간씩 걸렸고 오는 데도 또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므로 운전하는 남편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 도착하는 즉시 자리 펴고 누워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내린 결단이 시부모님 제사를 둘째 며느리인 내가 모셔온 것입니다.
벌써 34년 전 일입니다.
말로만 듣던 우포늪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남부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이른 시각이었습니다.
부지런한 친구들은 반이나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일 년 동안은 친정어머니 간병으로 일체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기에 친구들 얼굴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친구 중 한 명의 고향집이 그곳이어서 친구 초대로 가는 것입니다.
물론 친구는 서울에 거주하지만 시동생 내외가 고향에 있어서 함께 가게 된 것입니다.
이상 기온으로 5월 날씨 답지 않은 뜨거운 햇살 아래 4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이 창녕입니다.
그곳 문화해설사인 서영숙 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창녕 5일 장날이라 떠들썩한 시골장 구경에 들어갔습니다.
규모가 커서 구경거리가 많았지만 꽉 짜인 스케줄에 맞추느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한 식당으로 가는 길목만 겨우 보았습니다.
얼기설기 기둥이 엮인 커다란 통안엔 귀여운 강아지들이 팔려가기 위해 옹기종기 누워 있었고, 어른 팔둑보다 더 큰 가물치와 붕어 잉어가 물통 안에서 조용히 오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옷, 신발, 각종 모종, 과일, 주방 그릇...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한데 모인 시장은 삶의 활력소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친구 두 명이 형광빛으로 번쩍이는 연두색 점퍼를 단 돈 5000원에 샀습니다.
시장 가운데 위치한 메밀소바 집에서 메밀소바를 먹었습니다.
식당 규모나 위생상태가 서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넓고 깔끔했습니다.
친구 손아래 동서가 마중 나와 저녁식사에 필요한 식자재를 사서 먼저 집으로 보내고, 우리는 우포늪을 향해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장보고 집으로 가는 그곳 사람들의 소박한 얼굴이 낯설지 않고 정겹습니다.
우포늪을 보러 서울에서 왔다는 말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터미널에서 미리 나눠준 스카프
우포늪 체험관에서 준 스카프
우포늪은 세계적인 명소가 된, 아주 소중하게 지키고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곳입니다.
영상관에서 우포늪의 동식물에 대해서, 우포늪의 사계에 대해 잘 만든 영상물을 보았습니다.
다음은 박사님이 일일이 전시된 사진과 박제 품을 보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동행한 문화해설사도 '지금은 현장에 나가면 너무 더워서...'라며 체험관에 머무는 시간을 좀 길게 잡는 바람에 현장 구경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현장 구경이 주목적이라 땀을 흘리면서도 드넓은 우포늪을 보았습니다.
서울 여의도의 몇 배, 축구장의 몇 십 배라는 크나큰 규모를 자랑하는 우포늪을 보는 순간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다음 스케줄은 우리가 직접 준비해서 먹어야 하는 식사 준비 때문에 택시 3대에 나누어 타고 친구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친구네 시동생 내외가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하는 편백나무 집은 넓고도 쾌적했습니다.
13명이 깔고 덮어도 남을 만큼 이부자리도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고, 꽃이 가득한 넓은 마당 작은 연못가엔 야외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시설까지 완벽했습니다.
여러 조로 나뉘어 가마솥에 밥 짓기 담당, 마당 텃밭에서 쌈 채소 뜯어 씻기, 고기 굽기, 설거지 담당까지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저녁상이 차려졌습니다.
주인인 친구 시동생 내외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했음은 물론입니다.
맛깔스럽게 담근 김치며 장아찌 종류, 쌈장에 멸치육수만으로 끓인 맛있는 된장찌개까지 준비해준 친구 동서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서글서글한 성품의 동서는 조금도 싫은 내색 없이 인정스럽게 대해줘 고마움이 더했습니다.
고기 굽는 드럼통 가까이 바짝 앉아 식사 끝나고 나니, 9년간 사용한 내 몸의 일부인양 여기던 디카가 뜨거운 불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명줄을 놓은 상태였습니다. 안타깝고 후회막급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때맞춰 배가 아프더니 화장실을 연달아 네 번씩이 들락거리며 속에 든 모든 것을 다 내놓았습니다.
수박 파티가 열리는 현장엔 가지 않고 혼자 방안에 누워있었습니다.
친구들의 근심 어린 염려를 받으며 이튿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잠자리가 바뀌고, 대장 상태가 정상이 아니고, 내일 일정에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로 잠은 거의 자지 못 했습니다.
새벽 4시 20분쯤, 우포늪 새벽 풍경을 보기 위해 간다는 다섯 명 친구들 틈에도 끼지 못 했습니다.
디카 없이 가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과 혹시나 또 화장실을 찾게 되는 불상사를 생각해서입니다.
비슷한 증세로 상비약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에게 약 한 알을 받아먹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어제 지은 가마솥에 눌었던 누룽지를 끓이고, 금방 해온 따끈따끈한 쑥 인절미로 아침 먹고, 점심시간까지 마당 정자에서 친구들과 노래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심은 규모나 인테리어나 음식 수준이 서울 못지않게 수준급인 식당에서 청국장 비빔밥으로 먹고 창녕 역사 탐방에 나섰습니다.
6가야가 있었던 그곳엔 봐야 할 문화유적이 많습니다만, 너무나 더운 날씨 탓에 문화해설사도 우리 나이를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창녕 박물관에서 사진을 보면서 상세한 설명을 듣고 현장은 몇 군데로 줄였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디카가 수명을 다한 탓에 사진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오후 3시 서울행 고속버스에 오를 때까지, 친구 시동생 내외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고속버스에까지 올라와서 가을에 또 오시라는 인사에 감동했습니다.
친구 덕분에 정이 넘치는 여행을 한 셈입니다.
과도하게 폐를 끼치게 된 친구 동서에겐 친구들의 정성을 모은 금 일봉과 내가 뜬 수세미 두 세트를 전달했습니다.
첫댓글 언니 좋은 분들 만나고 좋은 여행하셨네요!
그렇지요.
참 인정 많은 분들이었습니다.
디카문제만 아니라면 100% 만족여행이었을 텐데요.
옥덕님,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고향인 창녕 잘 다녀오셨군요. 우포늪 저녁무렵 새들이 돌아올 때가 특히 좋았습니다.
고향이시군요.
5월말은 참 어중간한 때라서 덥기만 하고, 백로 한 마리만 보았습니다.
새벽에 다시 나간 친구들은 일출이 멋졌다고 하더군요.
우포늪을 둘러보고 마음껏 사진을 찍지 못해 여행길이 <앙꼬 없는 찐빵이였겠다> 맞제. 메밀국수 먹은것이 탈이 났겠지만 디카가 가 벼렸으니 버틸 힘이 없어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도록....
우리는 디카에 중독되어 백 속에 카메라가 없으면 세상 재미가 없고 다리에 힘이 짝 빠지는
찍사가 아닌가...
몸에 복합증으로 났을거다
언니는 쪽집게 도사십니다.
디카가 고장나고부터 여행이 무의미해졌어요.
중독도 이렇게 중증일줄 몰랐습니다.
아깝다...가보지 못한 우포늪....선배님 덕분에 잘 감상 할수 있었는데.....디카 중독...
요즘은 참 어중간 때라서 사실 찍을만한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친구들이랑 가마솥에 불 때서 밥하고, 고기 굽고, 상추 씻어, 아귀아귀 맛나게 먹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사라졌으니...
이제 스마트폰으로도 디카보다 멋지게 찍을 수 있어요.
새디카보다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 하셔요.
야간에도 잘 찍혀요.
아직 스마트폰은 장만하지 않았어요.
큰 아들이 준 디카가 전부터 있어서 그 걸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