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발달 문제 - 나르시즘, 경계성 인격 장애
윌버(Wilber), 파울러(Fowler) 등 여러 학자들은 최근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을 확장했는데, 특히 인지 발달과 정신병과의 관계를 논의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의 이론 가운데, 초기 단계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보았다.
1. 감각운동-미분화 단계 (생후 몇 개월 이내의 아기)
아기는 감각, 운동, 인간,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의 몸이 세계와 분리되어 있고, 인간과 사물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
그리고 믿음이나 욕망이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해, 자신을 물리적인 대상과 분리하지 못하거나
사람들이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신병, 정신분열증, 또는 자폐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자신을 물리적인 대상과 완전히 분리하지 못하는 경우, 다공성 정체성(porous identity)이 발달하고, 외부의 자극에 정신을 못 차린다. 외부의 자극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자폐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증상이 심하면, 감금하거나 진정제를 놓거나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부모와 아동의 관계
자기-세계 분리는 아이 혼자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부모는 지속적으로 보살피면서, 아이가 최적의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단, 지나치게 춥거나 더운 환경을 피하고, 가능하면 배고프거나, 피로해지는 상황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단계의 핵심은 부모와 아이의 관계다. 무엇보다 부모와 아기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하는데,
궁합이 좋으면, 유대감이 형성될 것이고, 아기의 기본적인 자기 통제력도 좋아질 것이다.
우선, 아이를 잘 달래주고 수유하고, 적절한 자극을 주면, 아이는 기본적인 수준의 통제력과 신뢰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부모와 아동의 관계가 끊어지거나, 제대로 보살펴주지 않으면, 빛이나 소리에 민감해지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며, 자극을 처리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는 성인이 되어서 감정 통제를 못하고 자기를 비난하는 염세적인 인간으로 진행할 수 있다.
만일 어른인데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소리에 매우 민감하거나, 사람 관계에서 쉽게 피로를 느끼고, 두통을 호소하면, 이 단계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척을 통해 어릴 때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2. 감정적-관계적 단계 (생후 6~24개월)
이 단계는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분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도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내가 이렇게 해도 될까?’하는 생각을 못한다.
특히, 이 단계에도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따뜻하게 보살피면, 아이는 점점 자신의 감정과 부모의 감정을 분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부모가 무심하고 아이를 피하면, 아이는 감정을 걸러내지 못해 항상 감정에 휘말리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런 아동은 나중에 자기도취성 인격 장애, 경계성 인격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안정적인 대인 관계가 어렵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람들이 종교 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단계에서 부모와 아동의 관계가 종교 신자가 되는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자기도취성 인격 장애 (NPD)
자신의 감정 밖에 모르고, 방어 시스템이 강한 성격을 말한다. 자신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남의 감정을 알지 못하므로, 자신의 언행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다보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뿐 만 아니라, 자기가 조금이라도 상처받을 관계는 아예 피해버린다.

자신에 도취해 사람들을 무시하면, 결국 사람들도 자신을 무시하게 되고, 결국 비참하게 몰락한다.
이런 자기도취자들은 ‘한심한 소리하네’, ‘그런 것도 몰라?’, ‘왜 나한테 그런 걸 바래?’는 식의 말을 잘한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같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은 혼자 독백을 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말을 거의 듣지도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을 무슨 물건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일반 사람들도 이런 모습을 약간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자기도취적인 사람은 매우 뚜렷하게 보인다.
경계성 인격 장애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완전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인데, 자아가 매우 연약하고,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지도 못한다.
타인의 감정에 부분적으로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인 관계 문제를 간단하게 판단하고, 사람들을 천사와 악마로 구분한다.
타인에 대한 평가도 갑자기 바뀐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친절과 협박으로 양분한다. 약속 시간에 늦은 정도의 변화에도 갑자기 폭발하거나 침울해지고, 자기의 기대를 조금이라도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당장 나쁜 놈으로 몰아 부친다.
대책
따뜻하게 대해주었는데도 항상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숨기고 냉정한 사람이 있다면, 계속 도와주어도 관계가 계속 나빠진다면, 이렇게 매우 어릴 때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그런 태도가 거의 본능적인지 확인하고, 어릴 때의 가족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만일 어릴 때 심각한 문제가 있고 장애가 분명하다면, 대결을 피하고, 일단 인정을 하고 공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어서 자신을 믿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 조심스럽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좋다.
마술적-충동적 단계 (2~4세)
상징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하고, 정신적 자아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제,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어쨌든 자신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새긴다. 아이가 보기에, 곰은 힘을 상징하고, 인형은 연약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정신적 자아가 완전하지는 못하다. 이 때문에, 세계를 환상적으로 바라보고, 인과관계를 알지 못한다. 사람을 그려놓고 칼로 찌르면, 아이는 진짜 사람에게 칼을 찌른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는 상징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아이의 눈에는 그저 만화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다.
이 단계의 또 다른 특징은 충동적이고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규칙을 지키고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충동을 통제하는 방법은 이 단계에서 학습한다.
그러나 충동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며, 호기심을 발동시키고 모험을 하면서, 사람들과 사물을 적극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이렇게 해야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다.
문제
아이의 충동성과 마술적 사고가 사라지지 않고, 어른이 되어도 지나치게 많이 남아 있으면, 성인이 되어도 합리적인 행동을 못하고, 항상 기도에 의지하면서 기적, 점술, 초능력을 믿고, 이런 것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자기 발전을 못하게 된다.


마술적 사고가 지나치게 강하면, 광신도(왼쪽)가 되거나, 다단계(오른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충동성, 마술적 사고가 지나치게 적게 남으면, 매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뻣뻣한 인간이 된다.
자신의 충동이나 욕구를 수치스러워하고 불편해한다.
어릴 때, 지나치게 억압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 정서적인 에너지가 정상적으로 분출되지 못하고,
나중에 이상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결과가 불안증, 우울증, 공포증, 히스테리, 건강 염려증이다.
충동 통제 문제는 행동 치료, 마술적 사고는 인지 치료가 효과적이며,
역할극, 미술 치료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충동을 제대로 억압하지 못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경우, 누군가 대리 부모 역할을 하면서 통제를 가해야 한다. 약속 시간을 어기면 벌칙을 내리거나, 행동을 잘하면 상을 주는 방법 등이 있겠다.
참조: Mark D. Forman - a guide to integral psychothera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