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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어떤것] 02
#1. 학교상담실
형준 : 이재인씨는 이규철 회장님의 직계 장손이십니다. 김다현 선생님과 결혼하시게...
다현, 재인 동시에.
재인 : 어림없는 얘기야.
다현 : 말도 안돼요.
두 사람 얼굴 마주보고 다시 외면하며.
다현 : 다행이군요. 적어도 한가지는 의견이 같아서.
재인 : 어쩔 생각이냐고 묻지 않소. 우리 할아버지를 꼬실때 결혼 문제도 확실히 했어야지.
다현 : 난 당신 할아버지를 진짜 모른다니까요.
재인 : 우리 할아버지가 생판 모르는 남한테 손자까지 맡길 분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천만의 말씀이야.
우리집 대장은 아주 말짱하신 분이라구.
다현 : 이재인씨한테는 유감이겠지만 난 진짜 그분을 본적도 없어요. 하지만 당신 할아버지는 진짜 말짱하신 모양이네요.
(다현 갑자기 방긋 웃고 재인은 그 웃음이 의심스러운데) 나라도 당신한테는 상속 안했어요. 한.푼.도.
다현 다시 생긋 웃고, 약오른 재인과 다시 눈 마주치고.
다현 : 이래서는 결론이 날 것 같지가 않네요. 제게 뭘 원하는지 모르지만.... (다현이 재인과 형준 바라보면 두 사람 눈 마주치고,
다시 재인과 다현 눈 마주치는) 결혼 같은 끔찍한 얘기만 빼고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 용의가 있어요.
뭐 다행스럽게도 그분이 건강하게 생존해 계시다니까 유언같은게 집행될 것 같지도 않지만.. 아무튼 유언이고 주식이고
다 여러분 마음대로들 하세요.
다현 고개돌려 시계 바라보고, 수업 종소리 들리고.
다현 : 미안하지만 더 얘길 할 수가 없네요. 이제 그만 교실로 들어가봐야 해요.
#2. 학교 운동장
차 향하는. 재인 얼굴 굳어져서 성큼 먼저 걸어나가는.
형준 : 저 선생님. 어째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재인 : (그제야 형준 바라보며) 혹시 너까지 저 맹랑한 여자 말에 혹한 거냐. 저 여우가 한 얘기를 전부 믿는단 얘기는 아니지.
형준 : 전부까지는 몰라도 말하는 거 대충 들어보면 아무래도 모르는 눈치야.
재인 : 너 그 여자 얘기할 때 어디 딴데 갔다왔냐. 아주 말똥말똥 말만 잘 하잖아.
형준 : 눈도 말똥말똥해. 눈빛은 진실이었어.
재인 : 진실? 개뿔이나. 그 여자 눈빛 봤어. 한번도 안 지더라.
형준 : 정말 모르니까, 그러니까 그런 눈빛이 나오지.
재인 : 사기꾼이 더 진실되게 보이는 법이야. 할아버지만 없었으면 이대로 물러나진 않겠지만
그 수작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 참았어. (차문 열며 잠시 멈춰서서)
형준 : 수작? 아니야. 아무래도 이번엔 니가 틀렸어. 내 경험으로 볼 때 그 선생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재인 : (순진한 친구 약간 측은하게 바라보고) 그래서 네가 변호사가 된 거야, 판사가 아니라.
형준 글쎄하는 얼굴, 재인은 여전히 씩씩거리고.
#3. 차안
형준 : 회장님한테 오늘 갈거니.?
재인 : 가야지. 기다리고 계실테니까. 그래도 그냥은 안돼. 우선 대책을 세워야 하니까 일단 호텔로 가자.
형준 : 야. 나 바빠. 사무실 들어가야한단 말이야. 오늘도 하루종일 너 쫓아다녔잖아.
재인 : (쫙 째려보며) 시끄러 임마. 넌 성현그룹 고문변호사야. 이 괴상망측한 일에는 너도 책임이 있어.
형준 : (닥달하는 재인 얼굴 한번 바라보고) 그래. 니가 변호사와 함께 다녀야 하는 이유를 이제 나도 알겠다.
넌 그 고약한 말버릇 때문에 항상 문제야.
[당신이 변호사와 함께 다니는 이유 말이에요. 그 고약한 말버릇 때문에 항상 문제가 되겠어요. 당신은.]
같은 생각에 서로 얼굴 보고 픽 웃으며....
#4. 호텔
둘이 호텔로 향하다.
재인 : (형준 말 듣다말고, 눈빛 달라지고 얼굴 굳어지며) 이런 젠장할. 저 녀석은 여길 왜 나타난 거야?
형준 재인의 시선 따라 돌리면 태하 손님과 함께 로비 걸어오는.
재인 태하에게 다가서는. 두 사람 눈빛 부딪히고.
#5. 호텔로비
태하랑 재인 두 사람 팽팽히 맞서고 있는.
재인 : 니가 여기 왠일이지.
태하 : 나도 손님이야. (재인 주먹진 손 한번 바라보고) 잘하면 한대 치겠군. 이 호텔 서비스 수준은 이정도야.
(아주 엉망이군 하는표정)
재인 : 백화점보다는 훨씬 나아. (당장 눈에 핏대세우고)
태하 : 무슨 근거로?
재인 : 주인 있는 남의 집 살림 제대로 하는 사람 본 적 없어. (빈정거리는 어조, 주인쪽에 뉘앙스 강한)
태하 : 백화점은 내가 운영해. (재인의 말 알아듣고 그래서 열받는)
재인 : 그래 아직까지는 말이야. (뚝뚝 떨어지는 어조)
태하 노려 보면서 멱살이라도 잡을 듯한 표정. 재인 역시 끄덕없이 노려보고.
사람들 주위에서 한번씩 흘긋 거리고.
형준 : 그만해. 둘다. 정 붙고 싶으면 운동장을 가던지 체육관을 가. 신문 사회면장식 할 생각들 없으면.
재인 태하 노려보다 먼저 엘리베이터으로 걸어가는.
태하 : (흥. 하고 코웃음 치며 재인의 뒷모습 노려보고 형준에게 시선 돌리는) 너도 줄 잘 서.
우리 사촌이 지금은 그럴듯해 보여도 속빈강정이니까.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
형준 : (역시 차가운 어조) 내 걱정말고 너나 잘 해. 난 줄같은 거 없어도 내 밥벌이 정도는 할 능력 되니까.
두사람 눈 마주치고 태하 뒤돌아서는.
#6. 집에 오는 길
현진 전철역에서 내리면 다현 저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
현진 픽하고 웃으며 따라가는데 앞에 간판 있고 곰곰히 생각하느라 보지 않고 걷던 다현 부딪히기 직전이고.
현진 기겁해서 다현 옆으로, 얼른 몸 돌려 놓는.
현진 : 너 또 눈뜨고 졸았지. 3초만 늦었어도 간판하고 충돌했을 거야. 좀 보고 다녀. 큰일날 뻔했단 말이야.
현진 발견하고 얼굴 환해진 다현.
다현 : 어. 현진아. 안다쳤으면 됐지. (얼른 팔짱끼는) 오늘 오프야.
현진 : (좀 흘겨보며) 반나절 자유다. 아훔. (입가리며 하품하며) 이틀동안 한숨도 못잤어.
다현 : 그러게 너 얼굴이 말이 아니다.
현진 : 우리 치프가 요새 나 잡아먹고 있거든.
다현 : 넌 살도 없어서 맛도 없을텐데. 왜 하필 너니?
현진 : 내가 우리 의국 공주거든. 머슴이 시기하는 거지 뭐.
다현 : (픽하고 비웃으며) 공주암 말기다. 병인거야. 그거. 틀림없어.
현진 : 그래서 내가 의사가 됐잖니.
#7. 재인이네 거실
형준 먼저 거실 들어서면 재영 2층에서 내려오다가 형준 발견하고...
형준 : 왠일이냐. 우리 날나리 대학원생이 벌써 와있고.
재영 : 오빠는... (형준 뒤로 재인 나타나는) 오빠! (눈 휘둥그래져서 얼른 재인에게 안기듯 달려들고) 엄마, 오빠 왔어.
재인 : 어이구. 시끄러운건 여전하구나. 어머니 저왔어요.
선희 : (선희 주방에서 나오다 재인 발견하고 눈 커진) 니가 왠일이야. 무슨 일 있어? (선희 역시 놀란 표정이고)
재영 : 정말 왠일이야 오빠? 오늘 해가 서쪽에서 뜬거야. 나보고 싶어 왔어. 응? (빠르게 한꺼번에 묻는)
선희 : 몸은 괜찮구?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혹시...) 할머니 제사는 낼모레야.
재인 : 알아요. 그래서 온 거 아니에요. 할아버지 뵈러 왔어요. 안에 계시지요.
#8. 서재
규철 : (슬쩍 문 한번 바라보며 다시 사진 바라보며) 약아빠진 녀석. 아주 시간 맞춰 왔구만.
여보, 당신 좋아하는 재인이 녀석 온 것 같아. 거기서 내가 손주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잘 보라구.
문 벌컥 열리고 재인과 형준 들어오지만 규철 의자에서 일어서지 않고, 바라보지도 않고.
재인이랑 규철. 할아버지 불손한 얼굴로 빤히 바라보고 불튀듯이 하지만 서로 시선 피하지 않자.
형준 약간 헛기침.
형준 : 회장님 저희 왔어요. 편안하시지요? 어제 저녁보다 좋아보이십니다.
(장난스럽게 그러나 고개 숙여 인사하고 뻣뻣한 재인 쿡 찌르지만)
재인 : (인사 안하고 여전히 노려만 보고 있다)
규철 : 오냐. 밤새 안녕이라구 별일없다. 넌 이 핼애비한테 인사도 없냐. 니 에미랑 핼미가 널 그렇게 키웠든.
나갔다 와서 어른보고 인사도 하지 말고 으른 빤히 노려만 보라고.
재인 : (할 수 없이 고개 숙이며) 저 왔습니다. 저 안녕치 못합니다.
규철 : (혀 끌끌 차며 한심스러운 어조로) 이 녀석아. 안부는 나한테 묻는거지. 네 심사 말하는게 아니야.
도대체 뭘 보고 배웠는지. (형준 보며 손짓) 앉거라.
#9. 재인이네 앞거리
재영 : (동석이네 나오면서 핸드폰 드는)
#10. 차안
동석 : 지금 가는 길이다. 그래... (핸드폰 닫는. 푹하고 한숨 내쉬 는)
#11. 다시 할아버지 서재
재인 : 저한테 이러시는 거 처음 아니에요. 아무리 이러셔도 전 처음이랑 똑같다구요.
규철 : 나도 너와 똑같다. 하지만 색싯감은 바뀌었잖아.
재인 : 그냥 회사 들어오라고 하세요. 그럼 들어갈테니까.
규철 : 그건 저번 계약이었지. 니가 차버린. 이번엔 이 여자랑 같이 들어와. (툭툭하고 책상위에 서류 치는) 그게 조건이야.
느릿느릿하게 일어나 한쪽벽에서 포도주 병 꺼내어 들자 형준 얼른 일어나 테이블한쪽의 잔 들고 옴.
재인 : (뒷통수에다 소리치듯 이야기하고) 이건 조건이 아니라 협박이에요.
규철 : (형준 잔에 포도주 따르고, 재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에 앉으며) 말조심 해라. 협박이라니.
그게 할애비한테 할 소리냐?
재인 : 제게 아주 어려서부터 그러셨어요. 할아버지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회사 넘볼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주식에 여자까지 얹어주면서 회사로 오라는 이유가 뭐예요?
규철 : 재산에 여자까지 얹어주면 됐지 이유까지 일일이 일러줘야 알아 듣냐. 그 정도는 니 혼자힘으로 해결해.
느긋하게 타이르는 어조에 재인 더 불붙고 단숨에 형준 잔 뺏어 와인 들이키는.
규철 : (그 꼴 빤히 바라보고 혀 끌끌 차는) 하는 꼴 하고는. 다현이는 예의 바른 아이야. 그렇게 버릇없이 막행동 하면
그 애가 할애비를 어떻게 보겠냐.
재인 : (성질 못이겨) 그렇게 맘에 드시면 할아버지가 결혼하시면 되잖아요.
규철 : (얼굴표정 싸늘하게 책상위 사진 바라보면) 넌 네 할미가 보는 앞에서 용케 그런 소릴 하는구나.
재인 할아버지의 시선을 따라 할머니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흠칫.
벌떡 일어나 책상으로 다가가 여전히 딱딱한 얼굴로 책상 위의 할머니 사진을 살짝 돌려놓고.
재인 : (그대로 서서) 좋아요. 할아버지(가) 용케 제 약점을 찾으셨고 그렇다고 제가 순순히 할아버지 하라는데로
덥석 달려들 만큼 착한 놈도 아니에요. 그러니 이쯤에서 협상하지요.
규철 : (씩하니 웃으면) 난 너랑 사업하자는 게 아니야.
재인 : 제가 보기엔 지금 할아버지 하시는 일은 틀림없이 사업이에요. (할 수 없이 자리에 앉고)
무슨 속셈으로 그 선생한테 투자하시는 거에요?
규철 : 그 아이는 특별하다. 다현이한테는 너나 나한테 없는 게 있어.
재인 : 그여자는 물론이고 그여자 사돈의 팔촌까지 다 뒤졌어요. 사놓은 땅은 좀 있지만 집한칸 지을 자리도 안되요.
그것도 시골 구석자리에. 작은아버진가 하는 사람이 사법부 쪽에 있긴 하지만 정치권 하구 다른 연결은 없는게
확실합니다. 거기다 우리회사 비슷한 이름은 물론이고 주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빠르게 노려보듯이 털어놓는... 그리고 조금 숨 돌리고) 이번엔 할아버지가 잘못 찍었어요.
규철 : 잘못찍는다!, 나 아직 노망 안났다. 설마 네가 날 무시하고 있는 게냐? 지금.
재인 : 할아버지도 지금 절 무시하고 계십니다.
규철 : 말버릇하고는. 무시라니. (언성 높이지 않지만 날카롭게) 그게 할애비한테 할 소리야.
형준 : (두사람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다 작은 한숨 쉬고) 회장님 진정하세요. (재인 바라보고 인상쓰는) 너도 제발 좀 그만해.
재인과 규철 형준 바라보면.
형준 : 꼭 재인이어야 하는 겁니까?
규철 : (딱 잘라 말한다) 아니. 태하라도 상관없어. 저 인정머리 없는 녀석이 그래도 사업은 한수위다 생각해
일단 먼저 정해 놓은 거야. 고마운 줄은 모르고....
재인 : 무지하게 고맙습니다. 하지만 태하랑 나란히 세워둔 것부터 전 맘에 들지 않습니다.
형준 : 너 좀 가만히 있어. (빈정거리는 재인 제동 걸며 조용한 소리로) 그럼, 태하가 이 결혼 승낙하면
유언장은 바뀌는 겁니까. 회장님.
규철 : 변호사라는 녀석이 뭘 그렇게 물어. 당연하지. (재인이 향해) 너 싫다 하고 태하가 그러마 하면 내 후계자는 태하야.
내것 뿐만아니라 니 애비껏까지 다 그 녀석 몫이니까 그런 줄 알아. (으름장 놓는 목소리. 해봐라 하는)
재인 : 아무리 할아버지라도 그렇게는 못하십니다. (발끈해서 소리 지르는)
규철 : 그럼 결정을 해. 나도 태하쪽보다 니가 더 나아.
재인 : 왜지요?
규철 : 너도 알텐데.
재인 : 결국 작년 일 잊지 않으셨군요.
규철 : 넌 잊었을지 모르지만 원래 한방 먹은 사람은 잘 잊지 못하는 법이다.
#12. 태하사무실
비서 기다리고 있고, 혁주 소파에 앉으면 태하 다가오고,
혁주 : 그러게 왜 하필 그 호텔을 가. 서울시내 좋은데 다 놔두고.
태하 : (발끈해서) 제가 왜 피해 다닙니까. 밥 먹으로도 마음대로 못다닙니까.
혁주 : (혀 끌끌차며) 눈치를 봐야지. 그래야 먹고사는 거야.
태하 : 눈치요? 아버지는 그렇게 사셨는지 모르지만 전 그렇게는 못삽니다. 아니 안살아요.
혁주 : 바보녀석. 괜히 그래봤자 니 할아버지 성질만 거드리는 거야. 할아부지 안무서워?
재인이도 할아버지한테 찍혀서 나간거 아니야. 이럴 때 괜히 소문내지 말고 잠자코 백화점이나 잘 운영해.
태하 : 백화점도 우리게 아니에요. 아버지. (답답하다는 듯이)
혁주 : 누구건게 뭐가 중요해. 지금 잘먹고 잘살면 됐지. (배 툭툭 두드리며 만족한 얼굴로)
재인이처럼 조그만 호텔에 머리밖고 있는 것보다 이게 얼마나 좋아. 그냥 대충 살아. 재인이 뭐라든 신경쓰지 말구.
태하 : 아니요. 아버지. 어차피 재인이랑 난 같이 갈 팔자가 아니에요. 그 녀석이 죽던가 내가 죽어야 승부가 나요.
(눈빛 무서워지고 얼굴 굳어지는)
혁주 : 쯧쯧쯧,
#13. 서재
재인 : 좋아요. 이번엔 할아버지가 이기셨어요. 제가 한발 물러나지요. 하지만 결혼은 보류에요.
어차피 결혼도 연분이라고 하는데 그 여자가 나 쳐다보기도 싫다고 하면 저도 어쩔 수 없잖아요.
규철 : 보류? 어째 거래가 잘 이루어질 것 같지 않구나. 내가 널 강제로 결혼시킬 생각이었다면 작년에 그렇게 했어.
재인 : (재인이 결혼이라는 말에 눈 번득이며 할아버지 노려보고)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리 할아버지라도
절 강제로 결혼시킬 수는 없어요. 제 인생입니다.
형준 : (재인의 귓가에 낮게 경고하는) 흥분하지 말고. 제발.
재인 : 전 그렇게 효자 아닙니다. 거기다 저 싫다는 여자랑 결혼할 생각은 꿈에도 없어요.
규철 : (그런 재인 보고 혀 끌끌차는) 그 모양이니 당연히 다현이가 널 싫다고 하겠지. 그래서 태하를 생각해 놓은 거야.
재인 : 태하랑 저 둘 놓고 저울질 하시는 겁니까?
규철 : 너나 다현이가 죽어도 아니라고 하면 차선이라도 건져야지. 싫으면 지금이라도 손 들어.
재인 : (할아버지 노려보다가 할 수 없이 항복하는 목소리로) 진지하게 만나겠어요. 그래서 적당하다고 생각하면 결혼하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아니면 할 수 없어요. 할아버지도 저랑 사귀던 여자가 다른 손주랑 결혼하면 불편하실 텐데요.
규철 : 꽤나 머리를 많이 굴린 모양인데 다현이가 상관없다면 나도 별루 문제 되지 않아. 아마 태하도 그럴게다.
재인 입술 깨물고 그런 재인 바라보며 규철은 느긋하게 포도주 잔 비우는.
#14. 다현이네 방
다현과 현진 옷갈아 입으며.
다현 : 참, 나 오늘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 있었다.
현진 : 뭔 일? 또 니네반 애가 결혼하재든. 기다리래. (같이 웃으며)
다현 : 반은 맞았어. 이번엔 다 큰 남자가 돈까지 얹어주며 결혼하 잰다.
현진 : (웃옷 입다말고) 뭔 말이야. 그게. 너 그새 남자 생겼니. 또 선봤어.
다현 : (뻐기듯이) 너 성현그룹 이규철회장 알지.
현진 : (놀라서 소리 엄청 지르는) 성현그룹... 진짜? (그러다... 잠깐) 가만... 그 사람 늙었잖아.
다현 : 당연하지. 그 할아부지 말구. 그 손자.
현진 : 손자? 니네 학교에 그 회장네 손자나 뭐 그런 학생 다니니.
다현 : 아니. 그 사람은 중학교 다니기엔 너무 늙었어.
현진 : 그럼 너 진짜야?
다현 : (어깨 으쓱하며 현진 표정 바라보며 키득거리고 미소) 몰라. 진짠지 아닌지... 아무튼 지가 성현그룹 회장 손자래.
현진 : 뭐야.... 그게...
밖에서 미정의 목소리.
미정 : (E) 누가 온거야. 다현이 왔니?
다현 : 엄마 왔나보다. (다현 일어나며 문쪽으로) 응. 나 왔어요. 있다 얘기하자. (나가며) 너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알았다가는 진짜든 가짜든 나 시집갈지 몰라.
현진 키득거리고 문닫히고.
#15. 재인이네 거실
재영 서재에 귀 갖다대고 있지만 아무 얘기도 안들리고.
재영 : 하나도 안들려. 궁금해 죽겠어.
선희 : 무슨 이야기길래.... 꽤 얘기가 길어지네. (초조해서. 약한 한숨 새어나오고)
그때 동석 들어오고.
재영 : 아저씨. (반갑다)
동석 : 아직 안에 있지요.
선희 : 네.
동석 고개 끄덕이고. 급히 서재쪽으로 향하는.
선희랑 재영 두 사람 얼굴 바라보고.
#16. 규철네 서재
동석 들어가면 세사람 동석 향하고 포도주 잔 비어있고 회장은 미소짓고 있는.
동석 : 이야기 다 끝나셨습니까?
규철 : 아직 진행 중이네. (앉으라는 듯 손으로 가리키고)
동석 : (자리에 앉으며. 두사람 얼굴 바라보면, 재인 옅은 한숨쉬고)
재인 : 지금 승부가 궁금하신 거지요. 1:0입니다. 할아버지의 매치 포인트에요.
규철 : 1:1이지. 작년에는 내가 졌으니까.
동석 : (빙긋이 미소지으며) 그럼 결혼 하는 거니?.
재인 : (결혼 소리에 눈에 쌍심지 키며 할아버지 한번 바라보고 어림없는 얼굴로) 저 그렇게 착한 녀석 아니라니까요.
형준 : (형준 대신 나서서) 진지하게 만나는 걸로 타협봤습니다. 이제 만나는 기간만 남았어요.
재인 : 6개월이에요. 6개월 동안 진지하게 해보고 안되면 그건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고 포기하세요.
규철 : 1년.
재인 : 8개월이요.
규철 : 10개월. 다현일 설득시키려면 10개월 가지고도 어림없어.
형준 : 지금도 재인일 썩 좋아하진 않아요.
규철 : 당연히 싫다고 했겠지. 그래서 1년도 부족하다는 게야. 다현이가 질색을 할텐데.
네가 갤 설득하려면 시간 좀 필요할 게다.
재인 : (발끈해서) 저도 싫어요.
규철 : 앞으로는 아마 그렇지 않을 게다. (의미심장한 얼굴, 어조. 재인이 그래서 더 약오르는)
형준 : 그럼 10개월에 합의 하시는 겁니까.
재인과 규철 눈 마주치고 재인 할 수 없이 고개 끄떡이고 규철도 미소 지으며 고개 끄덕.
형준 : 그럼 이번 계약은 이렇게 성사됐습니다.
재인 : 축하해요. 할아버지. (심술궂게 얼굴 구기며 일어서며) 이번엔 할아버지가 이기셨어요.
(조금 숨돌리고 천천히) 아직까지는요.
규철 : (눈 마주치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게다.
재인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 꾹 참고 일어서 나가는데
규철 그 뒷통수에 대고.
규철 : 날 속일 생각은 마라. 행여라도 엉뚱한 짓 하면서 세월 보낼 생각을 말란 얘기야. 그애는 정말 특별한 애니까.
놓친다면 틀림없이 후회한다. 죽어도 아니면 지금 손들어.
재인 흘끗 돌아다보면서 문닫히는 그 순간 눈 마주치는 세사람.
#17. 재인이네 거실
재인 씩씩거리고 나오면 서재 앞에 있다가 재영 깜짝 놀라고.
재영 재인 손 잡아 거실로 가는. 재영 때문에 억지로 자리에 앉고 재인 넥타이 느슨하게 푸는,
선희는 자리에 앉아있고.
재영 : 무슨 일이야. 오빠 무슨 사고쳤어?
재인 : 사고는 무슨. 너 내가 사고치는 거 봤어? 아무일도 아니야.
재영 : 일년만에 집에 들어와서 한다는 이야기가 아무일도 아니라구. 지금 그걸 믿으라는 거야?
선희 : 진짜 별일 없는 거지?
형준 : (나오며) 그럼요. 작년에 그 난리를 쳤으면 됐지 또 사고 치겠어요. 지도 양심이 있지.
재인 : 야. 내가 무슨 사고를 쳐? 아무 일 없어요.
선희 : 저녁은, 저녁 먹고 갈거지? (두사람 얼굴보고 아무래도 그건 아니고)
재인 : 호텔 들어가봐야 해요. 할아버지 시키신 일 때문에 오늘 하루종일 바빴어요. (일어서며)
재영 : (재영, 선희 따라 나가며) 할아버지가 오빠한테 뭐 일 시킨 거야. 무슨일인데.. 응?
재인 : 궁금한것도 많아. 신경끄고 넌 공부나 잘해. (선희 향해) 낼 모레 올게요.
선희랑 재인 얼굴 마주보고, 재영 형준 눈치 살피지만 형준은 웃기만 하고.
#18. 다현이네 주방
진만. 다현, 준현 앉아있고, 현진은 미정 시중드는.
진만 : 자. 먹자. 오랜만에 식구들 다 모여서 밥먹으니까 좋구나.
국퍼주면 현진 진만 앞에 놓고, 자기자리에 앉는.
미정도 자리에 앉고.
미정 : 그러게요. 하나는 의사라 바쁘고 하나는 고3이라 바쁘니.
다현 : 둘다 별루 안바빠요. 겉으로만 바쁜 척 하는 거지.
현진 : 난 진짜 바빠. 준현이 너 고3이 이렇게 한가해도 돼니. 야자 안해?
준현 : 나두 진짜 바빠. 의사도 한가한가봐. 대기없어? (장난거는 현진에게 맞대꾸 하며)
미정 : 아무튼 입만 살아서. (두사람 살짝 흘겨보며 미소짓는)
준현 : 누나 말하는거지. 엄마?
현진 : 너 말하는거야. 그렇지요. 어머니?
다현 : 둘다 똑같아. 그치요. 아빠?
진만 : 그래. 둘다 똑같이 똑똑해서 걱정안해도 되겠다.
준현 : 그럼요. 다다 누나만 문제지.
미정 : 맞아요. 어리버리한 다다가 문제에요.
다현 : 아니 결론이 왜 그렇게 나는 거야?
가족들 투덜대는 다현 때문에 미소 짓고.
#19. 다현이네 방
다현이랑 현진 잠옷 비슷하게 갈아입고 침대에 반쯤 앉아있는데.
현진 : 사기꾼 아니야? 혹시.
다현 : 내가 보기에도 좀 그래. 뜬금없이 회장아저씨가 나한테 유언했대. 자기랑 결혼하라고. 그럼 그 회사 주식 나 다 준대.
현진 : 말도 안돼. 너 맨날 책만 들고 있더니 소설 쓰는 거 아니야.
다현 : 아니라니까. 승질승질 부려가며 소리 지르는데. 진짜 장난아니었어. 너도 봤어야 했어.
현진 : 약간 맛이 간거 아니면 사기꾼 같다.
다현 : 내 생각도 그래.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겼는데. 옷도 부티나고. (아니라는 듯 고개 흔들며)
현진 : 어느쪽이? 결혼할쪽이, 결혼하라는 쪽이.
다현 : 결혼은 무슨. 실은 둘다 겉으로는 괜찬은데 (빙긋 웃으며 배게들고 몸 일으키고)
결혼하라는 쪽은 끔찍하대. 나같은 타입. (혼자 킥킥거리는)
현진 : 그래서 넌 뭐라고 그랬어? (현진도 몸일으켜 같이 바라 보고)
다현 : 피장파장이라고 그랬지. 진짜 한성깔 하더라. 입이 얼마나 험한지. 날 완전히 날나리 요부 취급하더라.
현진 : 야. 불꺼. 자자. 니 얼굴에 어디에 날나리랑 요부가 숨어 있다냐. 어설픈 사기꾼이다.
#20. 호텔 정경
호텔 보여지고.
#21. 기획조정실
부장 : 우씨. 배고파 죽겠네. 왜 밥도 안먹고 저러구 있는 거야.
창수 : 그러게요. 고문 변호사라는 사람 들어가구 별써 두시간째에요.
인규 : 우리실장 뭐 좀 멕여야 하는 거 아니야. 안그래도 성질사나운데.
부장 : 때 됐으면 알아서 나가서 얘길 하든지. 아무튼 승질도 이상해.
유경 : 우리라도 먹지요. 부장님. 다같이 굶어죽을 필요는 없잖아요.
부장 : (기다렸다는 듯이) 당연하지. 난 자장면 곱배기...
창수 : 난 잠뽕.
인규 : 그럼 난 볶음밥.
창수 : 뭐해 한유경...씨. 안시켜.... 요. (동기라 반말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그건 눈치보이고)
유경 : 머리나빠서 다 못외웠어요. 다시 불러요. (전화번호 누르며, 혼자말) 지들이 좀 시켜주면 안되나...
#22. 호텔로비
호텔 안에 모자 깊이 쓰고 선글라스 낀 남자, 주위 살피며 슬며시 세탁실 쪽으로. 가고.
#23. 실장실
형준 : 인천 안내려 가? 10개월 채우려면 하루라도 먼저 시작해야 할 걸.
재인 : 왜 할아버지가 물으시니?
형준 : (아무 말 않하고 그냥 웃음. 긍정이다.)
재인 : 약아빠졌다고 하면 어른한테 할 말은 아니지?.
형준 : (엄숙하게) 당연히 할말이 아니지. 어머니가 너 그렇게 안 키웠잖아.
(재인 얼굴 바라보며 키득거리며) 왜 하고 싶냐? 내귀에 대고 해라. 비밀은 지켜줄테니.
재인 : 내가 임금님 귀냐. 도대체 (할아버지가) 왜 이러시지? (형준에게 아니라 혼잣말 하듯) 뭘까.
뭔데 회사라면 벌벌떠는 우리 대장이 주식에 나까지 얹어서 접시째 받치는 걸까. 도대체 그 여우가 뭘로 꼬신거지?
형준 : 뒤질만큼 뒤졌는데 나온게 없었어.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말고 얼른 가.
재인 : 갈거야. 낼이라도. 니말대로 이왕 맞을 매 얼른 맞아야지.
형준 : 그럼 다됐지. (형준 일어서며) 이제 밥 먹어도 되지. 배고파 죽겠다.
#24. 기획조정실
문벌컥 열리면 직원들 자장면 먹고 있는.
이부장 : (입에 젓가락 가져다가다 말고 여기저기 눈치보다가 할 수 없이) 자... 장면 드시겠습니까. 제거라두...
재인 : 됐어요. 얼른 먹고 이따 로비슨 미팅건이나 한번 더 보세요. (재인과 형준 나가고 나면)
이부장 : 아무튼 타이밍도 되게 못맞춰요. 꼭 먹을 때 왔다갔다 하드라. 정신 사납게. (자장면 열심히 먹는)
#25. 규철네 주방
재영이 전 붙이고 있고, 선희 나물같은 거 무치고, 불러온 아줌마도 바쁘고.
재영 : 엄마. 오빠한테 전화 안해도 될까?
선희 : 니 오빠가 누군데 오늘 같은 날을 잊어.
재영 : 누가 알아. 바빠서 깜빡할지.
선희 : 오빠가 너같은 줄 알어. 쓸데없는 이야기 말구 전이나 잘 붙여. 탈라.
#26. 엘리베이터
앞에서.
형준 : 아참. 너 오늘 일찍 올거지? 태하는 지금쯤 진치고 있을거야.
재인 : 건수가 없어서 못드나드는 녀석이니까 아주 살판 났겠지.
형준 : 야, 말 좀 곱게 해라. 미우나 고우나 가족인데. 할머니 제사 오면서 살판 나서 오는 사람이 어딨냐.
재인 : 피 섞였다고 다 가족이야. 난 한번도 그녀석이 마음에 든 적이 없었어. (땡소리 나면 엘리베이터 서고)
형준 : 걱정마. 태하도 널 무지하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니들은 날때부터 라이벌인 것 같아.
재인 : 라이벌? 웃기지마. 난 아직 한번도 그 녀석한테 진적 없어.
형준 : 그래. 너 잘났다. 그러니까 늦지나 마라. 회장님 작정하고 벼르고 계시던데.
재인 : 안돼... (안되라는 말에 형준의 얼굴 굳어지면 한숨쉬듯) 오후에 중요한 손님이랑 약속 있어. 내가 알아서 늦지 않게 갈게.
#27. 태하사무실
수영 : (태하 바라보며) 너 지금 몇신데 아직도 여기서 이러구 있어.
태하 : 제가 간다고 뭐 달라집니까. (태하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할머니 제삿날 절한번 해서 달라진다면
수백번, 수천번이라도 했을 거에요.
수영 : 그러니까 그럴수록 더 잘해야지. 너도 이규철 회장 손자야.
태하 : 그거야 그렇지요. 하지만 피는 재인이 녀석이랑 똑같이 섞였는데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재인이가 우선이었어요. 언제나.
(그 사실이 불만스럽다.)
수영 : 지금은 틀려. 할머니도 없고 네 할아버지랑 재인이도 예전과 달라. 너두 알잖아. 지금 회사는 비어 있어.
혁주 : (문열고 들어오며) 여보 늦겠어, 김비서 차 대기시켰지?
수영E : 아 얼른 일어나.
#28. 학교 복도
다현 표정 딱딱하게 굳어서 화가 나서 앞서나가면... 그 뒤로 경은 고개 숙이고 따라가는.
#29. 학교
경은이 입술 살짝 깨물고 다현이 눈치보며 서있고 다현이 인상쓰면서.
다현 : 또 한번 코골고 잠들기만 해봐. 그땐 정말 가만안둬.
경은 : 그럼 코 안골고 조는 건 괜찮아요. (나름대로 진지하고)
다현 : 것도 안돼. (웃음 나올 것 같지만 꾹 참는) 어떡할 거야.
경은 : 앞으로는 안그럴게요.
다현 : 좋아. 한번만 더 믿어본다. 가봐. 졸지마.
경은 : (고개 꾸뻑 숙이고 돌아가면 앞자리 남자선생님 경은이 나가는 거 바라보며)
선우 : 쟤지요. 맨날 졸고 시험보면서도 자는 녀석이 수학성적만은 항상 톱인 아이가.
다현 : 네. 아마 보나마나 과학도 톱일거에요. 국어 빼놓고는 완벽한 아이에요. (미소지으며 경은이 나간 자리 바라보는데,
선우는 그런 다현 바라 보고) 왜요? 왜 쳐다봐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선우 :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30. 재인이네 거실
선희 앞치마 두르고 이것저것 음식 준비 하느라 바쁜데.
인터폰 울리고.
아줌마 : 수영관장님 오시네요.
선희 : 벌써? 아직 멀었는데. (얼른 들어가서)
#31. 선희네 안방
선희 화장대에서 루즈 골라 입술에만 바르고.
선희 : 이만하면 됐나. 또 뭐라 그럴텐데.
#32. 거실
수영 들어와서 집안 훑어보고 안방에서 나오는 선희 또 훑어보는.
수영 : 집에는 여자가 잘 들어와야 해요. 이게 뭐에요? (탁자에 놓여있는 거 저쪽으로 치면서) 엄마 있었을때는 안그랬어요.
선희 찔금해서 아무 말 못하고.
수영 : (더 기세 등등해서) 그리구 옷차림 좀 신경 쓰고 있으면 안돼요. 그게 뭐에요. 구질구질하게.
선희 : (가만 당하고 있다가 조금 뒤늦게) 어머님 기일이에요. 형님은 좀 요란하신거 아니에요.
두 여자 눈 부딪히고 불나는. 니가 감히 나한테 덤벼 하는 눈빛으로 수영 노려보는데.
서재 문 열리며 규철 나오는.
수영은 한번 노려보고, 선희는 안도의 한숨.
#33. 실장실
재인 소매 걷어 부치고 서류 검토하는데 전화벨 울리고.
재인 : 알아. 안늦어, 임마. 칼같이 맞춰 나갈테니까 걱정마. 너 내 마누라냐? 낮에 보고 또 전화하게. 끊어.
(승질 내고 전화 딱 끊는데 문 벌컥 열리는)
이부장 : 실장님... 크큰일 났습니다.
재인 : 또 뭡니까.
이부장 : (침 꿀꺽 삼치고...) 포포....
재인 : 말해요. 또 뭡니까. 회의자료 왕창 잊어버렸습니까. 혹시... (무슨 생각들어 쫙하고 노려보며 벌떡 일어나 책상 집고)
로빈슨한테 오늘 일정 연락하는거 잊었어요?
이부장 : .. 그게, 그게.....
#34. 기획조정실
뭐라 하기도 전에 실장 뛰어 나가는.
유경과 창수 얼굴 마주보는. 그러다 같이 뛰어가는.
#35. 재인네 주방
전붙이고 국간보고 나물무치는... 선희와 재영 앞치마 두르고 바쁘고, 형준 들어오는.
형준 : 어머님.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 (소매 단추같은거 풀며)
선희 : (빙긋 웃으며) 됐어. 재영이도 있고 아줌마도 있는데. 있다 상이나 좀 움직여.
형준 : 힘쓰는 거야 걱정 마세요.
재영 : 오빠, 근데 왜 혼자와. 울 오빠는. (같이 안온거야) (선희도 그게 궁금하고)
형준 : 중요한 미팅있답니다. 끝나면 바람같이 날아오기로 했어요. 걱정마세요.
#36. 중앙감시실
재인 : 어떤 미친놈이야. 진짜 협박이야. 아님 장난이야. 맙소사. 폭발물이라니.
이부장 : 모르지요. (긴장해서 고개 흔드는)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그건 경찰이 알아야지요.
재인 : 호텔앞마당에 폭탄이 있다는데 부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소리가 나와요. (이부장 한심스럽고) 경찰에선 뭐라구 그래.
인규 : 이미 폐쇄회로 분석작업에 들어갔으니 곧 진위여부가 드러날 겁니다. 일단은 장난 같다라고 ...
재인 : 장난 같다? 진짜면 어떡할 건가. 꽝하고 왕창 무너져 내리면 그때는 어쩔거야. 어쩔거냐구. (쾅하고 책상 치는)
이부장과 인규 뒤로 넘어질 것 처럼 찔끔하는.
창수 : 진짜, 진짜 폭탄이면 어쩌지요?
재인 : 손님들 대피시켜야지. 방법이 없잖아. 숙박객 상대로 모험 할 생각이야. 빌어먹을.
인규 : 그럼 호텔의 타격이...
재인 : (흘겨보며) 타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미 타격은 시작됐어. 해볼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안되면 비상시스템 가동시켜서 모두 대피 시켜.
인규 : 네. 미스터 로빈슨은 어떡할까요. 지금 기다리고 있는데.... 회의 취소할까요?
재인 : 젠장할. 그냥 진행해. 확인도 되지 않은 사실을 우리입으로 크게 만들 필요는 없어. 대신 간단히 끝냅시다.
바로 식사장소로 이동할거요. (인규 바라보며 지시하고) 식사장소도 우리 호텔에서 벗어나는쪽으로 다시 조정해요.
(창수 바라보며 지시) 한시간안에 해결 안되면 숙박객도 무조건 대피 시키는 거야. 갑시다. 이부장.
(재인 성큼성큼 쾅소리내고 문닫는)
부장 : 최과장, 당신이 따라가. (겁나서 못 따라가고)
인규 : 안돼요. 나두 오더받았잖아요. 부장님이 가요.
부장 : 이 사람아. 난 딸린 식구가 있는.... (몸이란 말이야.) (문소리 쾅하고 다시 열리며)
재인 : 이부장! 뭐해요. (하고 소리 지르는)
부장 : 아우씨...
#37. 거실
쇼파는 없고 작은 탁자. 가족들 앉아 있고. 분위기 음울하고...
수영 내외만 기분 좋은,
혁주 : 오랜만에 한가하시지요.
규철 : 자네는 여전히 한가한가.
혁주 : 예. 그럼 저야 늘 한가...(합니다 이러려구 하는데) (수영 그런 남편 쿡 찌르고)
수영 : 이이도 바빠요. 아버지. 근데 재인이는 뭐하고 안와요? (차 나르는 선희 바라보며, 들으라는 듯)
혁주 : 뭐 아직 시간있는데, 우리가 일찍 온거지... (하는데 이번에도 수영 그런 남편 쿡 찌르고)
수영 : 아직도 사고나 치고 다니나 보지요. 어쩜 그런 것까지 오빠랑 똑같은지.
선희 : 형님.
혁주 : 여..여보. (얼른 선희 눈치 보며 아내에게 인상 긋지만)
수영 : 왜요. 내가 못할 말 했어요. 사실이잖아요. 누가 알아요. 재인이도 오빠처럼 여자한테 홀려서
저혼자 나가 애 데리고 들어올지.
가족들 조용하고 한순간 숨멈추고, 재영 딱딱하게 굳어져서 수영 노려보고 그런 재영 수영 무시하는데
아무 말 않고 차마시던 형준, 재영 얼굴 한번 바라보고 심각하지 않은 목소리로.
형준 :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실력있는 녀석이니까 혼자 힘으로 해결할겁니다. 누구처럼 남의 몫 넘보지 않고.
태하 : 누구처럼?
태하 발끈하고 노려보고, 분위기 심각한데 규철 탁하고 몸일으키면, 태하랑 형준 찔금하고,
규철은 두 사람 한참 바라보다 무시하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고.
규철 : (재영 바라보며) 서재있는 종이랑 붓 좀 챙겨와. 에미야. 슬슬 준비하자. (방으로 들어가면)
선희 주방으로 들어가고 형준도 일어나는데 태하 같이 일어나서.
태하 : 나 역시 실력으로 올라왔어. 내 몫이 아닌건 넘보지 않아.
형준 : 글쎄.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38. 실장실
미팅 잘 끝나고 로빈슨 호텔 어떤 인사랑 악수하고, 재인에게 다가서는.
재인 : (급하지만 애써 표정관리하고 자기도 모르게 시계 바라보는, 재인 악수하고.) 그럼 다음장소로 이동하시지요...
하고 앞서 나가는데 갑자기 쿵하고 로빈슨 쓰러지는.
재인 : 미스터 로빈슨! (넥타이랑 벨트 풀어주며) 이부장 빨리 앰블런스 불러. 어서.
(낮은 목소리로) 젠장할 갈수록 태산이군. (재인 다시 손목 시계 바라보고...)
#39. 호텔 현관
앰블런스 오고... 이부장 자동차 출발하는...
2층에서 누군가 뛰어 내려오는. 팔걷어 부친 재인에게 뭐라 중얼거리면 재인 얼른 뒤돌아 급하게 뛰어가고.
#40. 중앙감시실
직원들 긴장한 표정으로 모니터 체크하고. 한쪽에서는 숙박객 리스트 다시 뒤지는.
직원1 : 잠깐 저기, 다시 7번 화면 다시 돌려봐. (모니터에 무언가 나타나는) 잡은 것 같아. 어디야 저기.
직원하나 문열고 뛰어나가는.
#41. 호텔 세탁실
인규 : (쇼핑백에서 뚜껑열면 꽝이라고 쓰여진 스프링 튀어나오는) 장난감입니다. (주위 사람들 안도의 한숨 쉬며)
재인 : 도대체 어떤 미친 자식이야. 그럼 이걸로 완전히 끝인거야.
창수 : 네. 일단은 그런 것 같습니다. 협박전화도 더 없구요.
재인 : 젠장할. (재인 머리 벅벅거리고 긁는, 답답한, 허탈한)
그때 핸드폰 울리고.
#42. 병원 응급실 + 회사복도
걸어가며 재인이 전화받는.
재인 : 알았어요. 그럼 남아서 미스터 로빈슨 상태 놓치지말고 체크하세요.
부장 : 제가 말입니까?
재인 : 그럼 내가 합니까.
부장 : 아니 그게 전 집에 마누라도 있고 토끼같은 애들도... (하는데 뚝하고 소리나는)
이부장 시무룩한, 그리고 불만스러운 얼굴로 핸드폰 닫으며.
이부장 : 그럼 내가 합니까. (재인이 목소리 흉내내며) 아니 말이야. 의사랑 간호사가 멀쩡히 다 있는데 왜 나보고 그런 걸 하래.
(투덜대는 이부장 핸드폰 들고) 여보 난데요... 아, 아니예요. 지금 회사, 아니 병원이예요.
(갑자기 소리지르는) 회사일이예요. 오늘 나 못들어가요. 우이씨...
#43. 회사복도
재인 핸드폰 닫으며 빠르게 지시하는.
재인 : 보안경비 강화시켜요. 혹시라도 모르니까 언론 입막고. 하나라도 새나갔다는 장사 다 해먹는 줄 알아.
창수 : 네. 비상시스템은 이미 가동되고 있습니다.
재인 : 오늘밤부터 경계 놓치지 말아. 지금이야 장난이지만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어.
다시 삐빅하고 문자 오는 소리에 재인 그때야 시계 바라보며 눈빛 달라지고.
재인 : 이런 젠장할.
따라오는 직원들 긴장해서 같이 멈춰서는데 재인은 마구 뛰어가는, 직원 영문몰라 같이 뛰는데.
#43. 기획조정실
헉헉거리고 사무실 도착하면 재인 사무실 안으로 쑥 들어가고.
재인 우당탕 문소리 나며 다시 튀어나오면 웃옷 손에 들고 있고.
재인 : 있다 새벽에 봅시다. 나 잠깐 나갔다 옵니다.
인규 : 새벽... 그럼 오늘 퇴근 물건너 간거야.
창수 : 그런 것 같은데요. 우리도 저녁이나 먹지요. 배고파 돌아가시겠습니다.
유경 : 나 짬뽕. (창수 그런 유경 노려보는)
인규 : 그럼 난 볶음밥.
유경 : 얼른 시켜... 요.
창수 할수 없이 전화기 드는.
#45. 엘리베이터
향하면. 답답한 재인 웃옷 손에 들고 기다리다 말고 계단 마구 뛰어내려가는.
#46. 주차장
급히 달려온 재인 차빼내고.
#47. 거실
상차려 있고 병풍 쳐진. 음식 나르는.
#48. 차안 + 재인네 마당
재인 운전하고 오는데 차 막히고. 경찰 앰브런스.
재인 비상등 키고 차안의 시계. 10시 넘어가고. 마음 급한데... 전화벨 소리.
형준 : (형준 나와서 핸드폰 하는) 너 어디야.
재인 : 길이 꽉 막혔어.
형준 : 기다려. 지금 갈테니까.
재인 : (단호하게) 너 온다고 해결 안돼. 길 어지럽히지말고 가만있어. 지금 가. 가 틀림없이.
형준 : 그래, 알았어. 와라. (핸드폰 닫고 혼자 중얼거리는데) 너무 늦지 않게.
전화끊은 재인 무언가 생각하고 어디론가 전화.
#49. 거리
차들 빼곡히 있고.
재인 헬멧 쓰고 퀵서비스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50. 규철네 거실
제사상 다 준비되고 규철 옷입고 나오는.
형준 현관쪽 계속 바라보고. 수영, 득의의 미소.
규철 지방쓴거 올려놓고. 촛불 올릴 때.
현관문소리 쾅하고 나며 재인 들어오고 사람들 재인 향하면,
규철과 재인 두 사람 눈 마주치고. 곧 형준 안도의 한숨.
재인 : 늦었습니다.
규철 : 늦었다.
규철 흘긋 재인이 얼굴이랑 옷차림 살펴보면,
재인이도 따라 보고 넥타이 약간 느슨해져있고 정장 구김있는. 접혀진 소매 서둘러 내리고 옷 정리하고,
규철 그 모습 보고 혀 끌끌 차고, 선희는 죄송하고.
태하 약간 비웃듯 바라보고. 두 사람 눈 마주치고.
#51. 다현방
불꺼진 방으로 현진 조용히 들어오면, 다현 누워있고.
다현 : 현진이? (일어나며)
현진 : 깼어?
다현 : 아니 안잤어. (스탠드에 불키면) 어떻게 왔어. 못들어온다며?
현진 : 인천 병원에 우리 과장님 심부름 갈 일 있어서. 넌 왜 안자구 있어. 무슨 걱정있어?
다현 : 아니. 그냥 우리반 애 생각하느라...
현진 : (옷갈아 입고 다현 바라보며) 왜 누가 사고 쳤어. 딤비든?
다현 : 아니. 그런건 아니구... 그냥 너무 똑똑해서 적응도 못하고, 친구도 없고. 집안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겉돌기만 해.
침대에 든 현진, 물끄러미 다현 바라보면.
다현 : 갈수록 심해지는데 방법이 없어. (고개 한번 흔들고 빙긋 웃으며, 쑥하고 이불속에 들어가며) 자자.
안그래도 잠 부족한 너 붙잡아놓고 할 얘기가 아니다. 해결될 것도 아닌데. (스탠트 불끄며, 방 껌껌해지고.)
현진 : 참, 그 남자들 연락 왔어.
다현 : 누구?
현진 : 왜, 무슨 회장아들인가 하는 사람들.
다현 : 아. 자칭 이규철 손자. 연락 안왔어. 역시나 사기꾼이야.
현진 : 할 일 없는 사람들 무지 많다. 어디 하고 많은 사람 중에서 학교선생님 등을 치려고 하니?
다현 : 진짜 성현그룹 손자라서 우리 경은이 후원해 준다고 하면 좋은데.
현진 : (픽하고 웃으며) 사기꾼한테 바라는 것도 많아. 자자. 그만.
#52. 규철네 거실
상 치워져있고 재영 쟁반 나르고, 선희 차 나르는.
규철 : 앉거라. (재인이랑 태하 가리키며) 수영이 너도. 에미야. 너도 이따 하고 와 앉아.
선희는 앞치마에 손닦고 자리에 앉고 재영은 나가라는 눈짓.
규철 : (태하 바라보며) 그래 백화점은 요즘 어떠냐?
혁주 : 이번분기 매출액이 최고입니다.
규철 : (못마땅한 표정) 자네한테 물은게 아니야. 백화점 경영상무 한테 물은거지.
태하 : (천천히 찻잔 내려놓으며) 아버님 말씀대로입니다. 아직 지방 백화점 매출액이 보고가 안됐지만
매출순위 최고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곧 보고 올리겠습니다.
규철 : 매출액이 늘어도 수익률이 낮으면 하나 소용없어. (고개 살짝 끄덕이고 이번엔 재인 바라보며) 호텔쪽은?
재인 : (눈 안마주치고 찬잔 들어 마시며) 회사기밀입니다. 할아버지한테 저희 호텔 매출액을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데요.
재인 고개들어 두사람 눈 노려보고 불꽃 튀는.
규철 : 오너가 묻고 있는거다.
재인 : (찻잔 내려놓고 도전적인 눈으로) 지난달에 퇴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게다가 가족이라도 회사기밀은 보안입니다.
규철 : 퇴직은 했어도 난 아직 거기 주주야.
재인 : (지지않고) 소액이시지요. 다행히 말입니다. 그리고 주주총회도 아닌데 일일이 회사사정을 보고하는 짓은 안합니다.
적어도 저희 호텔에서는요.
재인 태하 비웃듯 바라보고. 태하는 아차싶은.
규철 별로 할말 없고. 괘씸한 표정.
규철 : 너희 둘. (재인과 태하 바라보며) 내가 사람좋아 그저 내 핏줄이라고 회사에 남겨뒀다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이야.
일 못하면 옷벗고 나가는 거고. 능력있으면 지나가는 거렁뱅이한테도 맞겨.
태하 : 누구라도 말입니까?
규철 : 누구라도. (재인 바라보고. 경각심 일으켜 주는.) 너희 둘다 기회는 있어.
수영 환한 얼굴로 회심의 미소 짓고, 선희는 조금은 불안하고, 수영과 선희 눈 마주치고.
#53. 달리는 차안
태하 앞에 타고, 뒷자리에 수영과 혁주. 혁주는 술먹고 잠들어 있는.
수영 : (기쁜 듯) 할아버지 말씀 들었지. 네게도 기회는 있어.
태하 : (재인이 한말 떠올리며....회사 기밀 사항입니다. 젠장. 어쩌면 시험일 수도 있었는데, 내가 서툴렀어.
당연히 그렇게 대답을 했어야 했다구,)
수영 : 태하야.
태하 : (정신 차리며) 네.
수영 : 백화점이 문제가 아니야. 다 너하기 달렸어.
태하 : (뒷자석 바라보지 않고) 오늘은 제가 졌어요.
수영 : (이해 할 수 없음) 뭐?
태하 : 아니에요. 그다지 별 욕심없다가도 재인이 그 녀석 얼굴을 보고 있으면 지고 싶지 않아요.
수영 : 그래, 절대 져서는 안되.
#54. 재인이네 마당
차로 향하는데.
형준 : (기겁한 얼굴) 뭐, 폭발물?
재인 : 응. 일이 꼬이려니까 폭탄은 터진다는데, 돈들여 겨우 꼬셔 논 파트너는 심장마비야. 하루종일 아슬아슬했다.
형준 : 그래. 아슬아슬했다. 너 안오는데 피가 마르더라.
재인 : (그런 형준 바라보며 픽하고 웃음 던지며) 누구는 나 올까 봐 피가 말랐을텐데.
형준 : 그랬겠지. (어깨 으쓱이며. 재인 빤히 바라보며, 조금은 측은하고, 한편으로 농담처럼) 그나저나 너 참 바쁘다.
회사일에 집안일에 여자까지. 회장님 저러구 공표하고 나서는 거 보면 너보고 움직이라는 경고 같은데.
재인 : 저게 할아버지 진심이야. 그리고 나도 이제 피할 생각없어. 그 녀석한테 절대 밀리지 않아.
형준 : 그래. 나도 네가 지는 거 원치 않는다.
두 사람 얼굴에 눈마주치고. 재인 차에 오르고.
재인 : (창문 너머 바라보는 형준 바라보며, 혼잣말하듯) 두고봐라. 태하한테도 그 여자한테도 절대 안져.
#53. 교무실
다현 책상 정리하고.
선우 옆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목소리 가다듬고.
선우 : 김선생님. 댁이 동인천쪽이시지요?
다현 : 네? 네.
선우 : 저 오늘 그쪽으로 가는데 ... 같이 가시지요. 모처럼 차 가지고 왔어요.
다현 : 오늘은 서울 올라가야하는데...아깝네요. 평상시 좀 그쪽으로 가시지 그러셨어요.
다현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모처럼 용기낸 선우는 웃음 안나오고.
선우 : 그럼 역까지 타구 가세요. 모셔다 드릴게요. (적극적으로 말하지만 다현은 얼굴 안보고 책상 정리하는 데 바쁘고)
다현 : 됐어요. 거까지 가시려면 돌아가야 하잖아요.
반쯤 열린 책상 서랍안에 지갑 보이는데 다현 탕하고 서랍닫고.
다현 : (책상 서랍 잠그는데. 가방들고 일어서는)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56. 학교운동장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 인사하고.
#57. 학교 현관
재인 차 큰문으로 들어오면 다현 작은문으로 학교 나서는.
#58. 교무실
교무실에 사람 몇 명 없고.
선우 : 방금 전에 퇴근하셨는데요.
저번에도 왔던 남자들인데... 누굴까 하는 표정으로.
선우 : 누구시라고, 혹시 학부형이십니까.
재인 : 아닙니다. 제가 나중에 다시 찾아뵙지요. (재인 뒤돌아서 가고, 선우 그런 재인 뒷모습 바라보는)
#59. 학교 앞 거리
버스 정류장. 보이고.
다현 걷다 말고 가방 뒤적뒤적.
다현 : 지갑. 아 미쳐. 내가. (또 두고 왔어.) 한번에 가질 못해요. (뒤돌아서 빠르게 걸어가는.)
#60. 학교 운동장
재인 차에 올라 교문쪽으로 나가는데 다현 교문안으로 들어오고.
재인차 스쳐지나가다 혹시 하는 마음에 백밀러 바라보는. 재인 휙하고 차돌아 다현앞에 끽하고 서는.
다현 자신의 앞에 선 차에서 내리는 재인과 눈 마주치는.
#61. 전통찻집
가야금 소리 조용하게 들리고 사람 거의 없는. 한적한 분위기.
재인 : 우리 할아버지는 우리가 결혼하길 원해요.
다현 : (음료수 마시다 캑캑거리는) 결혼이요. 거 참. 전 정말로 당신 할아버지를 몰라요.
재인 : 별루 믿을 수는 없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할 아버지가 당신을 선택했으니까.
다현 : 별루 믿을 수는 없지만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네요. 지금은 왕비 간택하는 세상이 아닌데요.
재인 : 우리 할아버지 세상은 안그래요. 그 양반이 법이지.
다현 : 그럼 당신 할아버지는 당신이 알아서 해결해야지요. 집안 일로 다른 사람 신세질게 아니라.
재인 다현의 말에 열받아서 두사람 눈 마주치며.
재인 : 나라고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그리고 그쪽도 나몰라라 할 상황이 아니라고.
할아버지가 결혼하라는 사람은 나랑 당신이야. 우리 둘. 우리가 결혼하는 거야.
재인 자기랑 다현 손가락으로 지명하면, 다현 눈 커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