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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신비로운 도성 1권
- 아그레다의 예수의 마리아 수녀
138-151p
9장
요한 묵시록 12장 7-12절에 대한 해명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
하느님께서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들에게 비밀을 드러내시자 미카엘 대천사는 선한 천사들의 군대와 함께 하느님의 허락을 받고 용과 그를 따르는 무리와의 전쟁을 벌였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신비로운 전쟁이었습니다. 오직 이성과 의지만으로 벌이는 전쟁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열성으로 불타오른 미카엘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권능과 겸손으로 무장하고서 교만한 용과 맞서 싸웠습니다.
미카엘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모든 찬미와 경배와 영광은 홀로 지존하신 주 하느님께 드려야 마땅하다. 모든 피조물은 그분을 경외하고 사랑하고 순명으로 섬겨야 한다. 그분은 전능하시기에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능히 하실 수 있다. 그분은 조금이라도 정의롭지 않은 일은 결코 원하시지 않는다. 홀로 창조되지 않으시고 어떠한 것에도 의존함이 없으신 하느님이 지금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은혜로이 우리에게 주신 바로 그분이시다. 우리를 무로부터 창조해 내신 분이 그분이시다. 그분은 원하시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언제든지 다른 피조물을 만드실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분의 옥좌 앞에 엎드려 그분의 엄위하심과 영광을 경배하는 것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천사들이여, 나를 따르라! 우리 함께 하느님께 흠숭을 드리고 이 모든 신비를 친히 알려 주시고 이루신 모든 놀라운 업적들을 찬미하자. 그분은 지극히 높으신 주님이시며 만물의 임금이시다. 우리가 그분의 생각과 행위를 꿰뚫어보고 파헤칠 수 있다면 과연 그분이 지존하신 하느님이겠느냐? 그러나 그분의 지혜와 자비는 무한하며 그분께는 온갖 보화와 은총이 가득하다. 그분은 만물의 주인이시기에 그 어떠한 것도 필요하지 않다. 그분은 주고 싶은 이에게 당신의 보화들을 나누어 주실 수 있다. 그분의 결정에는 오류가 없다.
그분은 사랑하는 분이시며, 당신이 사랑하는 이에게는 마음을 터놓으신다. 그분은 당신이 사랑하고픈 이를 사랑하고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며, 귀하게 하시고, 원하는 대로 풍요롭게 하실 수 있다. 그분은 모든 것에서 지혜롭고 거룩하고 전능하시다. 몸소 사람이 되셔서 당신 백성들을 뽑으시고 마땅히 죽어야 했던 이들을 구하시는 신비에 우리 모두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께 조배를 드리자. 저 말씀이신 분을 그분의 신성과 인성 안에서 경외하고 흠숭하며, 우리의 머리이심을 고백하자. 영광과 은총의 근원이신 그분께 모든 영광과 찬미와 영예와 권세가 있도다!
다 함께 노래하자. 당신은 강하고 전능하신 분, 당신은 주 우리 하느님이십니다!”
이어서 미카엘과 그를 따르는 천사들은 용과 그 부하들에 대항하여 싸웠습니다. 이 찬미의 노래는 마치 강력한 번개와도 같았습니다. 반면에 용과 악한 천사들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로써 맞섰습니다. 하지만 루치펠은 저 거룩한 대천사 미카엘의 얼굴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루치펠은 분노로 타들어갔기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루치펠이 단지 벌만 받는 게 아니라 짓눌려서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진리를 뼛속 깊이 깨닫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루치펠은 끊임없이 하느님께 이런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한낱 인간의 본성을 천사들보다 높이 들어 올리다니, 당신이 그러고도 정의로운 하느님이란 말인가? 바로 내가 지극히 아름답고 고귀하며 가장 탁월한 존재다! 승리와 경배는 오로지 나에게 주어져야 마땅하다. 나는 나의 왕좌를 별들 위에 세워 전능한 신인 당신과 같아질 것이다!(이사 14, 13) 나보다 천한 본성의 족속들에게 나는 절대로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것이며, 나를 앞서가는 어느 누구도, 내 영예 위에 자리 잡는 어느 누구도 결코 용납하지 않으리라!”
저주받은 천사들도 루치펠의 이 말을 함께 따라 외쳤습니다.
이에 미카엘이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어느 누가 높은 곳에 홀로 계시는 우리 주 하느님과 같으랴? 너 원수야, 주님을 모독하는 그 입을 당장 닥쳐라! 악의 광기에 사로잡힌 가련한 천사야, 너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모임에 들지 못한다! 너의 눈먼 지력과 악의와 함께 이곳을 떠나 칠흑 같은 어둠과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내려가라! 주 하느님의 천사인 우리는 하느님께 조배와 흠숭을 드릴 것이다. 영원한 말씀에게 인성을 가져다줄 저 복된 여인을 우리는 우리의 여왕으로 모실 것이다.”
하늘 여왕의 거대한 표징은 선한 천사들이 악한 천사들에 맞서 벌이는 이 영적인 전쟁에서 사용하는 무기와 방패였습니다. 반면에 루치펠에게는 아무런 무기가 없었습니다. 루치펠은 당황하여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 표징의 진리는 명백하여 루치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이 표징을 차마 견뎌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권능으로 여인의 표징을 보여 주셨듯이 붉은 용의 표징도 명백하게 드러내셨습니다. 루치펠이 붉은 용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의 부하들은 끔찍한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고, 거룩한 선한 천사들은 크게 놀랐습니다. 붉은 용이 된 루치펠은 수치와 치욕감을 안고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 붉은 용의 표징을 통하여 하느님의 권능과 정의의 새로운 측면이 계시되었습니다.
저 무수히 많은 거룩한 천사들의 행동과 그에 관하여 우리 지성이 파악한 것 사이의 격차가 너무나도 큰 까닭에 이 전쟁의 경과를 인간의 언어로써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습니다. 악한 천사들은 승리할 수 없었습니다. 불의와 거짓과 어리석음과 악의는 정의와 진리와 빛과 선의를 당해낼 수 없으며 악습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한 복음사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당해 내지 못하여,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죄로 복을 잃어버린 악한 천사들은 하느님을 뵙는 것도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는 것도 영원히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들도 죄를 짓기 전에는 하느님의 영 안에 은총으로 아로새겨져 있었으나 이제 하느님께서는 당신 기억에서 그들을 영영 지워 버리셨습니다. 악한 천사들은 하느님께 순명할 때에 살았던 천상의 집을 잃어버렸습니다. 하늘 나라의 그 빈자리를 차지할 권리가 이제는 인간에게 넘겨졌습니다. 반항한 천사들의 자취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하늘 나라에서 깨끗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 끔찍한 죄악이여, 불행하도다! 너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비참이여, 네가 이러한 형벌을 받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다!
“그리하여 그 큰 용, 그 옛날의 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 온 세계를 속이던 그자가 떨어졌습니다. 그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부하들도 그와 함께 떨어졌습니다.”
거룩한 대천사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 하며 불행한 용으로 변모한 루치펠을 쫓아내었습니다. 저 거대한 교만의 화신과 그의 추종자들은 미카엘 대천사의 말에 완전히 압도당하여 꼼짝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수치와 치욕감을 안고 떨어져 땅 속 깊은 곳으로 내던져 졌습니다. 루치펠은 이제 자신의 불행과 형벌에 더하여 용, 뱀, 악마, 사탄이라는 새로운 이름들을 받았습니다. 이는 저 거룩한 대천사가 루치펠의 불법과 사악함을 드러내기 위해 그와의 전쟁에서 붙여 준 이름입니다. 루치펠은 한때는 온갖 영예로운 칭호들로 불리던 가장 복된 천사였으나 이제는 그 영광스러운 이름들을 모조리 상실하고 수치스러운 이름들로만 불리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루치펠이 다른 천사들을 선동하여 꾸민 음모가, 땅의 주민들을 혼란에 빠뜨려 악한 길로 인도하려는 음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모든 민족들을 말살시키려던 루치펠은 그렇게 지옥에 처박히고 말았습니다. 이 루치펠에 관하여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너는 저승으로, 구렁의 맨 밑바닥으로 떨어졌구나(이사 14, 15). 구더기가 네 밑에 요로 깔리고 벌레가 네 이불이 되었구나(이사 14, 11).” 이사야 예언자가 자신의 책 14장에서 예언하는 전부가 루치펠에게서 이루어집니다.
이리하여 악한 천사들은 모두 하늘에서 추방되었습니다. 반면에 하느님께 순종하는 선한 천사들에게는 하느님 신성의 휘장이 내려졌습니다. 저주받은 천사들은 벌을 받은 반면에 선한 천사들은 영광의 개선 행진을 하였습니다. 이를 요한 복음사가는 묵시록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그때에 나는 하늘에서 큰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우리 형제들을 고발하던 자, 하느님 앞에서 밤낮으로 그들을 고발하던 그자가 내쫓겼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이신 분의 목소리였습니다. 모든 천사들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소리는 너무나도 커서 지옥 깊은 곳까지 울려 퍼져 나갔습니다. 악마들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징벌과 고통 안에 있었기에 이 말씀에 담긴 신비를 완벽하게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알아들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이름으로 오실 아드님의 목소리였습니다. 성자께서 아버지께 이렇게 청하셨던 것입니다. 당신의 형제들인 인간들을 헐뜯던 그 악한 자가 쫓겨났으니 이제는 아버지의 구원과 권세와 나라와 전능하심을 드러내시고 기름 부어 세우신 이의 영광을 드러내 주시라고. 이는 지엄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옥좌 앞에서 그분이 드리는 간곡한 청이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고 권능과 영광을 드러내셔서 루치펠의 질투와 광기에 맞서 강생과 구원의 신비를 어서 승인하시고 완수하시기를 바라는 간청이었습니다.
루치펠이 “밤낮으로” 고발하던 인간을 하느님의 말씀이신 분은 마음속 깊은 사랑으로 기꺼이 “형제”라고 부르셨습니다. “낮에”, 즉 영원하신 아버지와 거룩하신 세 위격의 면전에서 루치펠은 인간들에게 불리한 온갖 증언을 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가 아직 은총으로 가득한 상태였을 때 이런 짓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밤에”, 이제는 자신을 사로잡은 죄의 밤중에 루치펠은 더욱 맹렬하게 인간을 비방하고 있습니다. 그의 어둠은 이미 우리 인간을 덮쳤고, 세상이 존속하는 한 그는 이 못된 짓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강생의 신비와 그리스도의 죽음은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라고 불리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셔야만 구원 사업이 실행될 수 있고 루치펠에 맞서는 그리스도의 권능이 참으로 명백하게 드러나는 까닭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신 분이 삼위일체의 옥좌 아래에서 인간의 이름으로 인간을 위하여 간곡하게 청을 드린 것은 바로 이때가 처음입니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면, 영원하신 아버지께서 이 간청을 두고 다른 두 위격과 상의하신 것입니다. 회의가 끝나자 하느님께서 천사들에게 당신의 뜻을 이렇게 조금 내비치셨습니다.
“루치펠은 교만과 죄악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는 악의와 증오로 가득 차서 인류 전체를 박해하고, 온갖 음흉한 계략과 술수로써 그들을 악으로 인도하여 서로 싸우고 죽이게끔 할 것이다. 사람들은 죄와 악습으로 눈이 멀고 그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모든 시대에 구원에 대하여 저항할 것이다. 교만과 거짓과 온갖 죄악들은 나의 존재와 의지와는 한없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성덕과 거룩함이 승리하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두 번째의 위격은 수난당하는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 그는 겸손과 순종을 비롯한 모든 거룩한 덕을 가르치고 그 영예를 회복할 것이다. 가장 비천하고 보잘것없는 자로 태어나면서도 그는 인간 구원을 성취할 것이다. 그는 의로운 사람이며 선한 스승이고 모든 거룩함의 본보기가 되며 자기 형제들의 구원을 위하여 죽을 것이다. 거룩한 덕에 상응하는 모든 은총은 우리 삼위일체가 심판관으로 있는 자리 앞에 놓아둔다. 그의 완덕은 모든 죄와 악습에 대항하여 반드시 승리한다.
우리는 겸손한 자는 들어 높이고 우쭐대는 자는 내칠 것이다. 성실하고 복된 수고와 수난은 우리의 뜻에 부합하며 진실로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박해받는 이들과 슬픔과 비탄에 잠긴 이들과 함께하여 그 친구들이 우리의 친교와 영광을 받기에 합당한 자가 되도록 환난과 역경으로 시험하기로 결정하였다. 인간은 구원의 은총이 자신 안에서 효력을 갖도록 덕을 쌓아야 한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과 슬퍼하는 사람들!(마태 5, 3-4) 행복하여라, 정의와 그리스도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사람들! 우리는 비천한 이들은 들어 높이고 마음이 온유한 사람들은 찬미의 노래로 기릴 것이다. 평화를 이루는 이들은 우리의 자녀가 될 것이다. 우리 마음에 가장 드는 이는, 박해를 받으면서도 원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은총과 복을 가득히 내리고, 하늘에 그들을 위한 영광스러운 보화를 마련해 둘 것이다. 우리 외아들이 사람들에게 바로 이에 관하여 가르침을 줄 것이다. 그를 따르는 사람은 부유하게 되고 생명을 얻으며 상을 받도록 뽑히게 될 것이다. 의인들의 선행은 모든 덕의 근원인 우리의 사유(思惟)로부터 생겨난다.
우리는 악인이 의인을 핍박하고 박해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악인은 그로 인해 벌을 받고 의인은 그것을 참고 견딤으로써 승리의 월계관을 받게 되는 까닭이다. 의인들은 모욕을 당하겠지만, 불행하여라, 의인에게 그러한 짓을 저지르는 이들. 하지만 행복하여라, 그 모욕을 참아 견디는 이들. 교만한 자들이 겸손한 이들을 억압하는 때가 오고, 권력을 가진 강한 자들이 힘없고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온갖 폭력을 행사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역경과 고난을 겪는 이들은 저주가 아니라 복을 받을 것이다(1코린 4, 12).
경건한 이들은 지상을 순례하는 동안 멸시와 조롱을 받아야만 하리라. 그 후에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자녀들과 복된 영혼의 무리에 들게 하여 머리에는 관을 씌우고, 저 불행한 천사들이 잃어버린 천상의 자리에 대신 앉힐 것이다. 목이 뻣뻣한 자와 거만한 자들은 영원한 죽음으로 단죄되어야 하며, 거기서 그들은 자신의 우둔함과 고집스러움을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하나의 참된 모범을 가지고 원하기만 한다면 차고 넘치는 은총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우리의 하나뿐인 아들은 수난당하고 고통 받는 구세주로서 세상에 내려갈 것이다. 루치펠이 인간을 그 지복에서 끌어내리겠지만, 성자는 자신의 무한한 공적으로써 인간을 구원하여 은총 지위를 회복시켜 주어야만 한다.
유일한 구세주이며 유일한 참된 스승인 존재가 나타나야만 한다는 구원 사업이 이미 우리의 뜻에 의해 계획되었다. 그는 보잘것없고 가난하게 태어나고 자라서 같은 형제인 인간으로부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형을 선고받고 온갖 경멸과 조롱 속에 죽음으로써 몸소 인간들에게 참된 가르침을 주고 공덕을 쌓게 될 것이다. 그는 무죄하지만 죄인으로 취급되어 벌을 받고, 인간의 죄악으로 인한 모든 상처들을 우리의 정의에 따라 보속해야 한다. 장차 그가 무한한 공적을 성취하게 되어 우리는 자비롭고 자애로운 하느님이 될 것이다.
모두가 깨닫게 되리라! 마음이 겸손한 이들과 참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 덕을 지닌 이들과 참고 견디는 이들, 그리고 용서하는 이들이 바로 기름부음 받은 이인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사실과 우리의 아들로 불리게 된다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스승이며 머리이신 분을 따르지 않는 자는 그 누구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우리의 왕국은 계명을 충실히 지키며 끝까지 굳건하게 싸운 완전한 이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기름을 부어 세운 이의 권세에서 각각 자기 몫을 받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것들이 우리 형제들을 헐뜯는 자가 하늘에서 추방된 다음 우리가 숙고하고 결정한 내용이다.
그리스도는 승리할 것이다. 그는 인간을 자신의 피로 씻어 들어 높일 것이다. 오직 그 혼자만이 은총의 법이 쓰인 두루마리를 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묵시 5, 9). 그는 길이요 빛이요 진리요 생명이 될 것이기에 인간은 그를 통하여 나에게로 올 수 있다(요한 14, 6). 그는 하늘의 문을 열어 인간과 나 사이에서 인간을 위한 중개자가 될 것이다(1티모 2, 5). 인간은 루치펠에게서 박해자와 비방꾼과 고발자를 갖는 반면에, 그리스도에게서는 아버지와 형제와 변호자(1요한 2, 1)를 갖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왕국을 수호하는 천사들은 우리의 아들로서 구원 사업의 조력자가 되어 항구히 덕을 닦고 승리의 관을 받아 영원토록 우리와 함께 빛날 것이다.”
세상의 한처음에는 감추어져 있었으나 한참 후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으로 드러날 신비들을 선포하는 이 목소리는 하느님의 옥좌에서 들려왔습니다. 그 말씀에는 사실 제 능력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더 많은 신비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천사들의 사명이 무엇인지도 말해 주었습니다. 거룩한 대천사 미카엘과 가브리엘은 사람이 되신 말씀과 그분의 거룩한 어머니를 위한 사자(使者)가 되어 강생과 구원의 신비 전부를 보호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대천사 미카엘과 가브리엘이 이 신성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도록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도와줄 수많은 천사들을 붙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천사들은 영혼들과 함께하면서 선을 권하고 거룩함을 가르쳐서 완덕을 닦고 기르려는 열정을 일으켜 루치펠이 퍼뜨리는 죄와 악습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 천사들이 바로 영혼들을 수호하는 천사로서, 영혼들이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원수들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도록 두 손으로 받쳐 줍니다(시편 91, 12).
그리스도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가 다가왔다고 요한 복음사가는 말합니다. 이 참으로 신비로운 사건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예정되고 선취된 공적을 위하여 하느님의 영원한 기억 속에 새겨진 복된 영혼들을 선별하여 그 수를 확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신비를 우리가 어찌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 복되어라, 하느님께 뽑혀 자기 몫을 받은 영혼이여! 이 신비에는 대체 어떤 거룩하고 심오한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입니까? 이는 하느님의 전능하심에 꼭 맞는 신비이고 그리스도에게 주어져야 마땅한 승리입니다!
복되어라, 영원토록 복되어라, 그분의 지체로서 머리이신 분과 하나 되는 영광을 받은 모든 영혼들이여! 저 거룩하고 굳건한 교회와 백성들이 이 같은 지도자와 스승을 갖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이렇게 놀라운 신비를 보는 것은 너무나도 황홀하여 그것을 묘사할 어떠한 언어도 찾을 수 없고 판단도 불가능해집니다. 저의 지성은 작동을 멈추고 제 혀는 할 말을 완전히 잃어버립니다.
거룩한 삼위일체의 세 위격께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리셨을 때 영원하신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요한 사도의 묵시록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저 그지없이 신비로운 두루마리를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에게 건네셨습니다. 요한 복음사가가 전하는 대로, 글이 적힌 그 두루마리는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어 그 두루마리를 뜯을 때까지 일곱 번 봉인된 채 있을 것입니다(묵시 5, 7). 성자께서는 하나씩 봉인을 뜯어 당신의 지상 탄생과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의 마지막 때에 이르기까지 일으킬 신비들을 차례로 열어 보이실 것입니다.
이 두루마리에는 삼위일체의 거룩한 하느님께서 천사의 타락 이후에 확정지으신 모든 결정과 계획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두루마리에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는 비밀, 은혜로운 계약, 십계명, 일곱 가지 성사, 모든 믿을 교리들, 그리고 지상에서 투쟁하는 교회에 필요한 일체의 것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면 영원한 대사제(히브 6, 20)이신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교회의 사제들과 일꾼들에게 당신의 힘과 은총을 나누어 주시는 권한도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복음의 계명과 정신의 신비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일종의 최고 심의기관인 거룩한 삼위일체의 세 위격께서는 다음과 같은 결정도 내렸습니다. 복음의 계명과 법을 준수하는 모든 영혼들은 생명의 책에 그 이름이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시작입니다. 모든 주교들과 교회의 감독자들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의, 그분의 신성한 임무를 위임받은 자로서의 권위와 권한을 영원하신 아버지에게서 받습니다.
온유한 이들과 마음이 가난한 이들, 겸손하고 정의를 갈망하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거룩하심 안에 근원이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거룩함은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께로 소급됩니다. 그래서 장상에게 순명하는 이는 하느님께 순명하는 사람이며, 장상을 경멸하는 이는 하느님을 깔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루카 10, 16).
하느님의 영 안에는 이 모든 내용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때가 왔을 때 그 봉인된 두루마리를 뜯을 수 있는 권한을 받았습니다. 그동안에 지존하신 분께서는 여러 가지 기적과 표징들을 통하여 당신의 계약과 거룩한 말씀의 증언을 자연법에 또는 당신 친히 쓰신 법령 안에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어떤 신비들은 예언자들과 교회의 지도자들을 통하여 선포하기도 하셨습니다.
요한 묵시록이 전하는 대로, 이런 방식으로 전해진 증언들과 어린양이 흘리신 피를 통하여 의인들은 저 극악무도한 용을 쳐 이겼습니다.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흘리신 피의 힘은 모든 인간이 자신의 원수인 용을 무찌를 수 있을 정도로, 아니 무찌르고도 남을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물론 선지자들의 참된 예언에도 구원에 유익한 많은 말씀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의인들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구원의 결실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자발적으로 이 신비에 동참하고 협력한 덕분입니다. 그 구원의 은총으로 인하여 의인들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사탄도 이겨냈습니다. 의인들은 하느님의 법과 계명을 준수함으로써 사탄과 싸워 승리할 것이며, 주님을 위하여, 주님을 증거하기 위하여, 영원한 월계관을 받기 위하여,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하여 자기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칠 것입니다(묵시 6, 9).
“그러므로 하늘(하늘은 전부 복수 “하늘들”로 쓰였다)과 그 안에 사는 이들아, 즐거워하여라!”
하늘아, 기뻐하여라! 이제 의인들과 의인들 가운데 가장 의로운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동정녀 어머니께서 거할 집이 너에게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아, 기뻐하여라! 영이 없이 오로지 물질로만 창조된 피조물 중 과연 그 어떤 것이 너와 같은 복을 받았느냐? 너희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 중에 가장 깨끗하고 거룩한 존재를 너희의 여왕으로 모시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아, 기뻐하여라! 영원하신 아버지의 아들이며 동정녀 어머니의 아들이신 분의 백성이며 친구가 되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몸의 신비로운 지체가 될 천사들과 성인들아, 기뻐하여라! 천사들이여, 복되도다! 너희는 성자와 그분의 거룩한 어머니를 가까이서 모시고 보호할 소명을 받았으니 참으로 복되다!
천사들은 자신들의 소명에 상응하는 속성적인 지복을 그리스도와 천상 여왕으로부터 받을 것입니다. 모든 천사들의 군대의 수장인 거룩한 대천사 미카엘이 그 누구보다도 가장 기뻐해 마지않을 것입니다. 미카엘 대천사는 지존하신 분의 엄위와 신비를 지키기 위하여 싸웠고, 사람이 되신 말씀을 특별히 더 가까이서 섬기면서 그분께서 행하신 모든 업적의 참된 증거자로 세상 마지막 날까지 투쟁하는 가장 고귀한 사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분의 거룩한 어머니의 도움으로 미카엘 대천사와 함께 싸운 다른 모든 천사들과 영혼들도 더불어 기뻐 용약할 것입니다. 이 기쁨 중에서도 그들은 본래 향유하고 있던 하늘의 영광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모든 하늘들아, 이 주님의 신비로 함께 기뻐하고 찬미와 찬송을 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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