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토요일, 강릉 단오장에 가려고 경기도 오산을 출발하여 영동 고속도로를 3시간 동안
달려 강릉 시내로 들어오니 강릉 남대천 주변은 단오 행사 준비로 포장치고 좌판을 깔고 있는
장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멀리 백두대간 준령인 대관령을 뒤로 하며 숙소인 경포대 콘도에 도착하니 날은 저물어 가고
있었고 강문 해수욕장 해변은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강릉 강문 해수욕장의 저녁 풍경
아직 해수욕철이 되지 않아서인지 해변에는 가족끼리, 또는 연인들끼리 어슬렁 거리는
커플들만 간혈적으로 눈에 들어올뿐 해수욕장 주변은 대체적으로 썰렁한 분의기였다
어둠이 내리고 있는 강릉 강문 해수욕장의 저녁 풍경
동해바다는 일출은 볼 수 있지만 일몰은 볼 수가 없기에 서해바다 처럼 끈끈한 정이 배여 있는
어머니 품 같은 찐덕한 맛은 없다. 하지만 새시대의 새 아침이 시작되는듯한 기운찬 옛 왕조의
시작과 새벽밥 해 먹고 돈 벌러 길을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 같은것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서해 바다의 붉은 저녁 노을을 보면 내 이제 돌아가야할 고향집이 그리워 지고,이곳
동해 바다의 새벽 일출을 보면 이제 새로이 일을 시작하는 기운찬 아버지의 모습이 연상이 된다
그러니까 서해바다의 붉은 저녁놀은 집을 지키는 고향집 어머니의 모습이요
이곳 동해바다의 새벽 일출은 돈벌러 길을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다
동해의 파도가 기암 절벽에 부딧치며 하얗게 부서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먼 옛적
이천년전에 "동예" 라는 나라를 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두런 두런 들려오는 듯 하다
그들도 이천년전에 이 곳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동예" 라는 나라를 세우고
새벽 일출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새시대의 새아침을 기원하며 단오제와
기우제를 정성스럽게 올렸을 것이다
지금은 피서객들과 관광객들이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아니면 연인끼리 쉬임없이
드나들고 있지만 이천년 당시에는 "동예" 사람들의 꿈과, 사랑과, 기쁨과, 절망과,
애환을 같이 하며 이 곳 동해 해변에 들락 날락 하던 일출과 파도소리 아니었던가 ?
어둠이 내리고 있는 강문 해수욕장의 저녁 풍경
강릉에서 근 10여일 동안 있었지만 새벽 일출을 한 번도 사진에 담지 못했다
새벽 1시쯤에 들어와 쐬주 몇 잔 마시고 그대로 거꾸러지면 아침 8시,
아침밥을 먹으며 해장술로 쐬주 한 병 마시면 아침 9시가 되고
곧바로 강릉 남대천 단오 행사장으로 가면 또 새벽 1시나 되어서야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퉁퉁 불어터진 눈을 부벼 뜨며 화들짝 놀라 일어나면 또 아침 8시...
더덕 더덕 뽄드마냥 들러 붙어버린 눈꼽을 떼어가며 아침과 해장술 몇 잔 퍼마시고
허겁지겁 단오 행사장으로 달려가면 아침 9시나 10가 되어 가고...
이러니 동해의 일출을 사진에 담는 다는것은 도저히 생각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아침밥을 먹으며 술 한병 퍼마시고, 점심때 한 병 퍼마시고, 저녁 시간에 한병,
그리고 잠들기 전에 한병, 하루 평균 쐬주 4~5병을 퍼 마셔가며 아침 8시부터 새벽 1시 까지
근 열흘정도 버팅겼으니 어떻게 지내다 왔나 지금 생각도 제대로 나지 않을 뿐이다
그저 장사고 뭐시고 다 집어 치우고, 벙거지 모자 하나 뒤집어 쓰고, 괴나리 봇짐 하나 들러매고,
쓰레빠짝 질질 끌면서 강릉 단오장 사물놀이, 각설이, 서커스, 오케스트라연주, 악단 밴드,
널뛰기, 씨름대회, 그네대회, 기우굿, 관노 가면극 같은 구경이나 실실 다니다 날 저물면
경포 앞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고 경포, 강문, 안목 해변에서 몇일 몇날
할 일없이 어슬렁 거리고 싶은 생각도 참 많이 들었다
스리랑카에서 온 아거들, 왼쪽은 시실, 오른쪽은 볏산
숙소인 경포 콘도로 가던중 강문 해수욕장 앞에 있는 회집에서 저녁밥과 술을 퍼 마시는데
시실은 쐬주 한 병 정도 마셨고 볏산은 쐬주 반 병 정도 마셨다
시실은 스물여섯살이라 하고 볏산은 스물 두살이라고 하는데 스리랑카 사람들은 술과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시실은 쐬주 몇 잔 하고 오징어 회를 몇첨 집어 먹었고 볏산은
스키다시로 나온 빈대떡과 야채죽, 그리고 쐬주 몇 잔에 매운탕을 조금 먹을 뿐 아예 회를 먹지
않았다
이 아거들이 좋아 하는것은 카레 라이스 같은 음식들인데 이 곳은 맨 횟집뿐인걸 어쩌랴 !
돈을 벌려고 이억만리 타국까지 목숨을 걸고 왔으면 닥치는대로 먹고 마셔야 목숨도 부지
할 수 있고 또 돈 도 벌어서 고국인 스리랑카로 돌아가 하고 싶었던 비지니스 사업이라도
할 수 있을것 아닌가 ?
이 아거들은 한국에 온지 약 1년정도 된다고 하는데 앞으로 2년 정도 더 돈을 벌은 다음
고국인 스리랑카로 돌아가 우리같은 비지니스 사업을 하는게 꿈이라고 한다
시실은 고국에 아버지 어머니와 형제가 둘 있다고 하니 삼형제고 볏산은 고향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남 동생이 하나 있다고 하니 이 형제인 것이다
시실은 어머니가 50살 이라고 하니 24살에 시실을 낳은 것이고 볏산은 어머니가 62살 이라고
하니 40살에 낳은 것이다. 그리고 둘 다 스리랑카 콜롬보에 산다고 한다
이 아거들은 송탄 우리 친구가 하는 이불공장에서 일을 하는 아거들인데 강릉 단오장에서
물건 상 하역 작업, 좌판 작업, 포장 작업 등등에 몇일 써 먹을려고 일부러 송탄 이불공장에서
빌려온 아거들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꾀 한 번 부리지 않고 일은 잘 하는 편인데
아침에 욕실에 한 번 들어갔다 하면 함흥차사인것이 문제였다
이눔아들은 아침에 욕실에 들어갔다 하면 30분 이상 있어야 나오니
두 놈이 번갈아 가며 욕실에 한 번씩 들어 갔다 하면 1시간을 기둘려야 한다
남대천 단오장을 펼친곳에 빨리 가기는 해야 하는데 욕실에 한 번 들어갔다 하면
아예 나올 생각을 안 하니 이거이 사람 미치고 환장할 일이 아닌가 ?
물 귀신이 붙었는지 물만 보면 정신 못 차리고 환장하니 나도 같이 환장하게 된다
그래서 한 번은 이눔아 들이 목욕을 하고 나오는데 불러서 점잖게 잔소리를 좀 했다
" 헤이 ! 시실 ! 볏산 ! "
이렇게 부르니 이눔아들은 또 무슨일을 시킬것이 있어서 부른줄 알고
귀를 쫑끗 세우고 실실 웃으면서 주의를 집중하여 치어다 본다
이눔아들 누가 부르기만 하면 늘 먼저 실실 웃는 버릇이 있는데,
그 이유는 " 나는 그대들에게 적대적이지 않고 항상 우호적이니 사이좋게 지내자 "
이런 뜻이 숨어 있는듯 했다
" 시실 ! 볏산 ! 컴 히어 ! . 홧 타임 이즈잇 ? "
" 엣 나인 어클라크 "
" 샤워타임 ? 피프틴 ! "
이렇게 손짓 발짓 오도 방정을 다 떨어가며 이야기를 했더니 시실이 또 실실 웃으면서
" 샤워시간 십오분 ? 오케이...오케이..."
"어쭈구리, 이눔아들 한국말 제법 잘 알아묵네"
우리나라가 일본 지배하에 36년간 끽 소리 한 번 못하고 푹 썩고 있을때 이눔아들 스리랑카도
영국 지배하에 더 오랜 세월동안 속수무책으로 놓여 있었기 때문에 영어는 좀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두 눔이 한 꺼번에 욕실로 들어가서 사이좋게 사워를 하고 나오더니
" 싸장님 ! 샤워, 15분 해써요오 "
" 잘했어 ! 오케이 때려 망치 ! 어서 가자 ! 레츠고우 ~ "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앞장서서 각설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걸쭉하게 한 곡 뽑았다
텔레비 넥타이를 목에 두루고
집신 시인~꼬 걸어가는 멋재이여
유리없는 앤경에다 사팔뜨기다
도야쥐 같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자
랄랄라 ~
마악껄리두 한잔, 쐬주도 한잔..."
이렇게 각설이 노래를 한 곡 쭈욱 뽑으며 앞장서 가고 있는데
뒤에서 시실과 볏산이 또 실실 웃으며 한 마디 한다
" 싸장님 쏭 ! 굿 굿 ! 베리굿 ! "
" 쏭은 뭔 노매 쏭이냐 ? 그지 색끼들이 다 떨어진 신발 신고 가면서 부르는 노랜디..."
이렇게 시큰둥하게 말을 하자 이눔아들이 뭔 이야긴지 감을 잡았는지
" 싸장님 쏭... 마니 마니 ... 재미 있어요오 "
" 웬 병 ! 재미 있기는... 그지 색끼들 부르는 노래 라니까..."
그렇게 시큰둥 하게 이야기를 해도 이눔아들은 그저 실실 웃기만 할 뿐이다
강문 해수욕장 부근에서 저녁밥을 다 먹고 실실 웃고 있는 시실과 볏산
스리랑카 사람들은 샤카모니(석가모니)를 절실하게 신봉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스리랑카 사람들은 술과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장사를 마치고 새벽 시간에 이눔아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좀 하다 보니 샤카모니(석가모니)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석가모니에 대하여 몇 마디 했더니, 시실과 볏산이 두 눈을 번쩍이며
매우 반가운 기색을 하면서 물어온다
" 쌰장님 ! 샤카모니...잘 알아요 ? "
" 샤카모니(석가모니) 잘 알제. 원래 샤카모니는 네팔 피이플 아닌가 ? 인디아...노우쓰...
네팔...샤카모니...우리 코리아 사람들은 부처님 이라고 하제 "
" 우리 스리랑카 싸람들...샤카모니 좋아해요 "
" 우리 코리아 쏴람들도 샤카모니...굿 굿...베리굿...허제...
스리랑카 출신의 월플라 라훌라 라고 하는 스님이 있는데 내가 굿... 굿 베리굿 하는 스님이여...
월풀라 라훌라 스님...굿...굿 베리굿..."
약 십오년 전에 스리랑카 출신의 월풀라 라훌라 스님이 저술한 " 붓다의 가르침 " 이란 책을
본적이 있었는데 반야심경에 나오는 "사성제" 와 12연기에 대하여 그렇게 적나라하고
체계적이고 간략하게 설명을 한 책은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것 같았다
십오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 책의 감동은 지금 현재까지 귓전에 생생하여 잊지 못하고 있다
사성제는 구마라습이 번역한 반야심경에 나오는 260몇자중 네 글자로 되어 있는데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과 12연기(十二緣起)와 함께
불교의 핵심적인 문구라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사성제는 고집멸도(苦集滅道) 이렇게 간략하게 네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월풀라 라훌라 스님은 고(苦)에 대하여 세가지로 분류하여 이야기 했다
그 세가지의 괴로움은 일상적인 괴로움이 있고, 변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괴로움이 있고,
조건 지워진 상태에서의 괴로움이 있다
일상적인 괴로움이란 고통으로 인정되는 모든 종류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 태어남, 늙음,
병듬, 죽음, 싫어하는 사람이나 상황과의 만남, 좋아 하는 사람이나 상황과의 이별,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 하는것, 슬픔, 비탄, 근심 걱정 등이다
두번째, 변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괴로움이란 삶에 있어서 행복한 느낌이나 조건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조만간에 변화 한다는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 하는 과정에서 고통, 고난,
불행등이 뒤따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 조건 지워진 상태에서의 괴로움이란, 존재, 개체, 혹은 자아라고 불려지는
이 우주의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질적, 정신적 힘이나 에너지의 결합체를
이야기 하는것인데 간략하게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것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오온(五蘊)의 색(色) 수(水) 상(想) 행(行) 식(識)에 대하여
설명을 들으면 쉽게 이해가 될것이다
하여간 스리랑카의 월풀라 라훌라 스님이 저술한 "붓다의 가르침" 이란 책은 부처님의 말씀을
가장 사실에 가깝게 전하고 있는 팔리어 경전을 바탕으로 해서 영어로 쓰여진 책인데 사성제,
12연기에 대하여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체계적으로 간략하게 설명을 한 책이다
번역은 진철승인가...하는 사람이 한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강릉 강문 해수욕장 앞의 횟집
어께집고 거나하게 취해 치어다 보고 계신분은 강릉 단오장에 함께 간 김사장 매형 되시는
분이고, 술 퍼먹고 헤롱 헤롱, 간당 간당 하고 있는 사람은 수원에서온 친구다
내가 샤카모니와 스리랑카 출신 월풀라 라훌라 스님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을때
시실이 눈을 반짝 빛내면서 물어본다
" 코리아 싸람들...샤카모니 좋아해요 ? "
" 구럼... 코리아...크레이지 도그 들도...샤카모니... 굿... 베리굿 허제 "
" 코리아 크레이지 도그 ? "
시실과 볏산이 의아하게 쳐다보며 반문을 하기에 같이 따라갔던 수원 사는 친구를 손 고락으로
가르키며 " 이 쏴람...크레이지 도그..." 이렇게 이야기 했더니 시실과 볏산도 황당한지
실실 웃던 그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멋적게 웃어 댄다
그러고는 수원 친구에게 " 이 쏴람...아이디...크레이지 도그...이 쏴람 네임...양아치..."
그 순간 스리랑카 이눔아들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더듬 더듬 따라서 이야기 한다
" 양...아...치 ? "
" 오우...이 쏴람...성은 양씨...네임은 아치...그래서 양아치..."
그러고는 손 고락으로 나 자신을 가르키며 나의 이름을 가르켜 주었다
" 마이...네임이즈...올드보이..."
시실과 볏산이 재미 있다는 듯이 수원 친구와 나를 멋적게 번갈아 바라보며
" 양...아...치 ? 올드 보이 ? "
" 오우케이...오우케이...이 솨람 양아치...마이...올드보이 "
순간 수원 친구가 술취해 헤롱 헤롱 하고 있다가 심사가 뒤틀리는지 눈을 뗑그랗게 치켜 뜨고
나를 가르키며 " 이 솨람...네임...꼴...통 ! "
스리랑카 친구들이 나를 멋 적게 쳐다보며 또 더듬 더듬 따라서 말을한다
" 꼴 통 ? "
" 오우... 노우...노우...에브리 바리 낫 씽...마이 네임... 올드 보이..."
이런 서투른 삼류 연극 같은 헤프닝을 바라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턱이 어긋날 정도로
한 바탕 웃어 제키고 영문을 모르는 시실과 볏산은 어리둥절 뒷 머리만 긁적이며
강릉의 강문 해수욕장 밤은 깊어만 갔다
강릉 강문 해수욕장 해변에서 찍은 사진인데 왼쪽부터 시실, 김사장, 볏산이다
가운데 김사장은 장 바닥에서 이십년 이상을 굴러 먹은 베테랑 장사꾼이다
옆에서 마이크 붙들고 확성기를 사용해 떠들어도 자신은 순전히 육성으로만 하루 웬종일 떠든다
그래도 마이크에게 절대로 꿀리지 않는 전설적인 장꾼인 동시에 의리와 인정으로 똘 똘 뭉쳐진
차돌같은 장꾼이기도 하다
" 골라아 ~ 골라아 ~ 신경질 나게 싼것. 너무 싸서 신경질나 !
다아 ~ 가져가 ! 싸그리 가져가 ! 여기 있는 물건 싸그리 가져 가라는데 왜 그냥 가는겨 ? "
하면서 소리를 냅다 지르면 지나가던 아즈매들이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로 훌라당 자빠질
정도다. 그럴 정도로 목소리 하나는 타고난 이 시대의 기라성 같은 장꾼이기도 하다
이제 강릉 단오장 이불 장사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이만 손고락을 놓을까 한다
첫댓글 나먹통아님....아주 재밌는 분이시더군요. 블로그 찾아가보니 정말 재미납니다. ㅋㅋ
어 ? 댁은 뉘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