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방재~피재 능선은 태백시를 동에서 북으로 감싸안으며 뻗어나간 산줄기로 다른 어느 구간보다 백두대간의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구간이다. 특히 1,573m의 함백산에 서면 사방팔방이 그야말로 장대함 그 자체다.
동쪽으로 뻗다가 피재에서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두타산과 청옥산을 향해 뻗은 능선은 마치 산줄기가 사라질 듯하다 다시 솟구치면서 백두대간의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남으로 태백산과 구룡산을 거쳐 소백산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는 수많은 고봉준령 가운데서도 한반도의 등줄기로서 백두대간의 당당함을 잘 느끼게 한다.
또한 함백산에서 피재로 이어지는 해발 1,000m가 넘는 매봉산 등줄기 곳곳에 고랭지 채소밭이 형성되어 대간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도 잘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꽃의 천국' 화방재(꽃방석고개)는 31번 국도를 동서로 연결하는 중요한 고개다. 해발 950m의 화방재에는 주유소와 민가 3채가 있고 경찰초소 건물이 신축중이다. '영월, 고한, 사북' 방면 교통안내 표지판이 있는 민가가 들머리가 된다. 들머리 왼쪽에 보이는 포장도로는 만항재를 넘어 고한, 사북으로 가는 414번 지방도이다.
전봇대 굵기의 잎깔나무가 빼곡이 들어 차 있는 민가 뒤로 올라서면 서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414번 지방도가 만항재로 구불구불 오르고, 영월 방면으로 시원스럽게 뻗은 31번 국도가 바라뵌다. 계곡 건너에는 M자 모양을 닮은 장산(1,408.8m)이 버티고 서 있다.
목장초지와 잎깔나무 경계선을 따라 10분쯤 가면 목장 끝머리에 닿는다. 시멘트 표석 옆에 묘 1기가 있다. 이곳부터 수리봉까지 된비알이다. 잎까나무 사이로 7~8분 지나면 잎깔나무군락이 끝나고 경사를 더한다. 참나무 사이 사이 물푸레나무가 유난히 많은 구간이다. 등허리가 축축해 올 즈음 수리봉(1,214m)에 닿은다(화방재에서 35분거리).
수리봉은 참나무가 하늘을 가려 조망이 좋지 않고, 듬성듬성 바위가 있는 나뭇가지에 팬더산우회, 로얄산우회, 대우전자, 일봉산악회, 시나브로산아가회, 명승산악회, 운악산악회 등의 표지기가 한 곳에 소복이 매달려 있다.
이후부터 만항재까지는 비교적 수월한 능선길이다. 수리봉을 뒤로 하면 잠시 내려서는 듯하다가 산죽이 나타난다. 산죽밭이 끝나고 약간 고도를 높여가면서 정북 방향을 가르키던 지침이 방위각 340도가 되며 1,238m봉이다(수리봉에서 15분거리).
1,238m봉 숲에는 대간 종주꾼들이 버린 술병, 캔 음료, 과자 봉지들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1,238m봉에서 정북 방향으로 진행하면 쇠뜨기풀과 산죽이 뒤엉켜 자라고 있다.
늪지인 듯한 평탄한 길과 철쭉나무가 자라는 작은 봉을 지나면 방위각 320도로 변하고, 밋밋한 능선길을 걸으며 참나무 사이로 함백산이 보인다. 여기서 방향이 340도로 틀어지면서 물푸레나무와 미역줄나무가 얼굴을 때리는 숲터널을 통과한다.
참나무 군락이 끝나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잎깔나무군락이 나타난다. 잎깔나무 군락도 잠시 후 끝나고 산죽숲 사이로 올라서면 시야가 트이는 곳에 이른다. 묘 2기가 있다. 여기서 뒤를 돌아 남쪽을 보면 황소등 같은 태백산이 동서로 길게 누워 있다. 1,238m봉에서 35분 걸린다.
묘를 뒤로 하면 길이 점점 좋아지고 약 10분에 국가시설물 울타리가 앞을 막아선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아 정문 앞으로 나서면 큰 길이 나온다. 414번 지방도가 지나는 만항재(1,330m)다.
KBS 라디오 홍보 팻말, 도로확포장공사 현황비, 도로표지판, 송전탑 등이 어지럽게 서 있고 음료, 주류, 먹거리를 판매하는 휴게소(주인 장헌기.문선전화 011-376-2540)도 있다.
화방재에서 만항재까지는 1시간 40분, 반대로 하산하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의 물은 대부분 폐갱구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된 물이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따라서 아영하기에는 좋으나 식수를 구하려면 멀리 만항초등학교까지 가야 하는 것이 흠이다.
고갯마루에서는 북동 방향으로 함백산(1,572.9m)이 뻔히 올려다 보인다. 함백산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송전탑을 따라 주릉을 고집하면 광산 도로를 두 번 건너야 한다. 이후부터는 잡목 사이로 서서히 오르면 너덜이 나타나고 철조망이 있는 정상에 올라 선다. 철조망 왼쪽을 끼고 돌아 내리면 국가 시설물이 있는 정문의 도로에 닿는다. 국가 시설물 정문에는 사나운 '견공'이 언제 튀어 나올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이곳에 도움을 청한다.
또 다른 코스는 414번 지방도로를 따라 내려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시멘트 포장길을 따르는 것이다. 고사목을 지나 한참 오르다 보면 길이 크게 휘어지는 지점 왼쪽으로 주릉 표지기가 보인다. 만항재에서 1시간 걸린다.
함백산 정상에 서면 앞으로 가야 할 때간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펼쳐진다. 중함백이 코앞에 있고 전망대가 보이는 금대봉(1,418m)에서 오른쪽으로 급히 꺾여나간 매봉산과, 멀리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도 눈에 들어온다. 머리에 무엇인가 이고 있는 듯이 보이는 산이 매봉산의 천의봉이다.
정상에서 주목군락으로 들어 바위가 섞여 있는 길로 15분 정도 걸으면 바위와 철쭉, 고사목이 뒤섞인 중함백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서의 전망도 일품이다. 간간이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길도 양호한 편이다.
중함백에서 20분쯤 더 가면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숲이 가려 전망은 없으나 아늑하고 오른쪽 심적골 가가운 곳에 식수를 구할 수 있어 아영하기에 적합하다.
잠시 오르는 듯하다 내려선 다음 은대봉(1,442.3m)를 향하면서 경사가 더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터널 중에 가장 긴 정암터널(길이 4,505m)이 발 밑을 지난다고 생각하면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는 구간이다. 사거리 안부를 떠난 지 30분 후면 헬기장이 있는 은대봉 정상에 이른다.
은대봉을 뒤로 하면 참나무 터널 길이다. 이것도 잠시뿐, 곧 벌목지대라 나타난다. 벌목 경계선을 따라 내려서면 임도를 만나고, 임도를 곧바로 건너면 다시 임도가 나타난다.
두번째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이미도를 따르다가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면 태백과 고한을 이어주는 38번 국도가 지나는 두문동재(일명 싸리재)에 닿게 된다. 은대봉에서 이곳까지 20분 거리다.
'고원 관광도시 태백'을 알리는 대형 간판이 있고 38번 국도 건너에는 '금대봉, 대덕산 자연생태보전 지역'이라는 푯말이 있다. 간판 앞이 금대봉~매봉산~피재 구간의 들머리이다. 휴게소와 곱게 쌓은 돌탑이 있는데 돌탑은 '마고할미탑께'라 부른다.
백두대간 길은 38번 국도를 건너 '대덕산, 금대봉 자연생태보전지역' 안내판 앞의 바리케이드를 통과하면 '불바래기'라는 방화선을 따른다.
잠시 후 헬기장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다시 헬기장이 나온다. 이 헬기장 끝에서 방화선을 버리고 표지기가 보이는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 다음 키작은 참나무 군락 사이로 올라서면 삼각점과 산불감시초소, 양강발원봉 푯말이 있는 금대봉(1,418.1m)이다. 두문동재에서 30분 걸린다.
여기서 북동쪽으로 들어서면 계속 내리막이다. 완만한 능선을 타고 자그마한 봉우리를 서너 개 지나면 40분쯤 후에 아름드리 물푸레나무가 있는 쑤아밭령에 닿는다.
쑤아밭령을 지나 작은 봉을 넘어서면 비단봉 안부. 이후부터 숨이 턱에 닿는 오르막이다. 마지막 바위 턱을 올라서면 태백시가지와 금대봉, 함백산, 태백산이 한눈에 보이는 비단봉(1,279m) 정상이다. 쑤아밭령에서 50분 걸린다.
비단봉을 지나 10분쯤 후에 능선을 버리고 오른쪽 숲속으로 10여 분 내려서면 시야가 트이면서 광할한 매봉산 고랭지채소재배단지로 나온다. 이제부터는 남동쪽으로 서서히 배추밭을 따르다가 숲으로 들어가서 주릉을 타게 되고, 숲과 밭의 경계선을 따라도 된다. 40분쯤 간 다음 1,274m봉을 지나면 매봉산 직전의 안부에 닿는다.
여기서 참나무숲으로 들어서서 희미한 길을 찾아 25분쯤 올라서면 매봉산(일명 천의봉. 1,303.1m) 정상이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산불감시초소와 유선방송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도 대단히 좋은 곳이다.
정상을 내려서면 잠시 후 참호를 만난 다음 오른쪽으로 10분쯤 가면 밭으로 내려서게 된다. 밭 오른쪽 끝으로 내려서면 경운기 길을 만난다.
여기서 피재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경운기 길, 두번째는 주릉을 타는 것이다. 예수원 목장 철망이 나타나면 왼쪽으로 내려선 다음 경운기 길을 지나면 태백과 하장을 이어주는 35번 국도가 지나는 피재에 이른다. 매봉산에서 50분 거리다. 피재에는 92년 11월에 태백시에서 세운 삼수령비가 있다. 겨울철을 제외하곤 포장마차가 있다.
두문동재에서 피재까지 8.6km에 4시간15분에서 5시간50분쯤 걸린다. 구간중 식수는 매봉산 민가에서 구할 수 있으며 피재에서는 태백 방향 남쪽 도로를 따라 100m쯤 가면 도로변 오른쪽 민가에서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