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오리건 주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재배가 승인된 바 없는 유전자조작(GM) 밀이 발견돼 소비자들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밀의 국내 수입이 재개된다.
한국제분협회(회장 이희상)는 5일 “미국 오리건 주의 한 농가에서 발견된 미승인 유전자재조합(GMO) 밀과 관련해 지난 5월 31일 이후 중단했던 미국산 밀(백맥)의 구매를 재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국산 밀과 밀가루 총 160건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GM밀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2일 밝힌 최종 검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협회는 “그동안 제분업계는 매년 미국을 비롯한 밀 수출국 정부로부터 GM 밀이 상업적 목적으로 생산·판매되지 않고 있다는 확인서를 받고 제분용 밀을 수입해왔다”며 “앞으로도 모든 수입 밀에 대해 철저히 식약처의 안전성 검사를 마친 후 수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분업계의 이 같은 수입 재개 결정이 성급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는 7일 “미국은 아직 조사 중인데, 우리나라는 미국산 밀 수입을 재개하고 있다”며 “식약처가 205건(5/30 이전 기수입량 113건, 5/30 이후 수입 통관단계 47건, 6/5발표 45건)의 조사를 하고 유전자조작 밀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지만, 이 같은 식약처의 발표가 미국밀 수입재개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 농무부의 발표는 상업적 판매 및 자연방출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가 핵심인데, 증거를 찾지 못했을 뿐이며 과거 몬산토사가 유전자조작 밀 실험을 했던 16개 주로부터의 자연 방출 우려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제분협회 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8일 박정섭 한국제분협회 부장은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로 식약처의 조사결과를 기다려왔고, 식약처 발표로 유전자 조작밀 혼입 우려가 해소됐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수입 재개를 결정했다”며 “문제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수입 재개는 국내 제분 기업들의 밀 재고량 고갈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박 부장은 “보통 각 기업에서 40~50일 분의 밀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5월 31일 전면 중단 후 더 이상 버티기에는 한계인 상황”이라며 “더 늦추면 국제곡물기업들이 밀을 매점해 비싸게 살 수 밖에 상황이 우려되는 등 앞으로의 재고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미국산 밀 수입을 굳이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남게 됐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미국산 밀 이외에도 캐나다, 호주산 밀도 가격경쟁력에서는 뒤지지 않아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이에 대해 “국가별 품질에 대한 각 기업의 선호도”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국제분협회의 회원사로는 대한제분(곰표 밀가루), 동아원, 대선제분, 삼양밀맥스, 한국제분, CJ제일제당, 삼화제분, 영남제분 등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와 함께 미국산 밀 수입 비중이 높은 대만과 일본은 각각 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은 유전자조작 밀이 발견됐다는 발표에도 미국산 밀을 이전과 같이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일본은 미국산 밀의 수입 재개는 보류입장을 취하고 있다.
5일 일본 농림수산성 발표에 따르면 기존 미국산 밀 수입 물량의 유전자조작 밀 혼입여부는 음성으로 나타남에 따라 기존 수입량은 유통을 시키는 한편, 미국산 밀 수입 재개는 유전자 조작밀에 대한 체계적인 검사체계를 확립한 후에 하겠다고 밝혔다.
<유정상 기자> < 저작권자 © 식량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