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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미국과 외교적 갈등
◦ 러시아, 하마스를 비난하는 미국 주도 UN 결의안에 거부권 행사
- 2023년 10월 25일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UN Security Council, 이하 UN 안보리)에서 미국이 제출한 이스라엘-하마스(Hamas) 전쟁 관련 결의안에 상임이사국 자격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 미국은 수정된 결의안을 통해 가자(Gaza) 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 악화를 방지하고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쌍방 간 일시적 정전(ceasefire)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해당 결의안 초안은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을 자위권(self-defense right) 행사의 차원에서 옹호하고, 하마스에 대한 이란의 군사적 지원은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등 이스라엘 측 입장에 편향되어 있다는 비난에 직면하였다.
- 바실리 네벤쟈(Vasily Nebenzya) UN 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국의 결의안 초안이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천 명의 죽음을 방관하면서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 러시아와 미국, UN 안보리 결의안을 두고 이견 충돌
- 2023년 10월 7일 개전 이후 UN 안보리는 러시아와 미국의 대결 구도 속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결의안 채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은 지난 10월 16일과 10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였으며,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10월 25일의 미국 주도 결의안을 거부하였다.
- 결의안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 속에 10월 18일 제3국이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브라질이 제출했던 결의안마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이 무산되었다. 미국은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본 결의안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 정전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미국과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한 평가와 UN의 개입 정도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변호하며 당사자 간 외교적 해결책을 강조하는 반면, 러시아는 이스라엘을 포함한 교전 당사자 모두의 적대행위를 비판하며 즉각적인 UN 차원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 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갈등에 중립적인 입장 고수
◦ 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에 대한 균형적 접근 선호
- 러시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갈등 국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양측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내 러시아계 유대인의 존재와 더불어, 아랍 사회주의에 대한 러시아(소련)의 오랜 유대관계가 그 역사적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 러시아(소련)는 이스라엘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 직후 이스라엘과 단교하였으나, 러시아(소련) 해체 직전이던 1991년 10월의 외교관계 복원 이후 많은 러시아 내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이주하며 양국 간 외교적, 경제적 교류가 점진적으로 발전하였다. 우호적인 양국 관계는 2015년 러시아군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 이후에도 유지된 바 있다.
- 러시아(소련)는 1940년대부터 아랍 지역 식민지 해방 운동을 적극 지지하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본격적으로 지역 내 사회주의 성향 국가(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들을 군사적, 경제적으로 지원해 왔다. 지난 2018년 2월 12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접견한 자리에서 예루살렘(Jerusalem)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당시 미국 행정부의 발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러시아-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도 우호 관계 유지
-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이스라엘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였으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거부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줄곧 이스라엘의 ‘친(親)러시아적’인 입장이 양국 관계를 경색시킨다며 비판하였다.
- 우크라이나 독립 언론인 키이우 인디펜던트(Kyiv Independent)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국무총리가 “이스라엘은 러시아, 시리아, 그리고 이란 사이에 놓인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폴란드,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과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 이스라엘은 러시아 외무부가 2022년 5월 이후 ‘자국에 대한 적대행위(우크라이나 지원)’를 이유로 지정한 ‘비우호국 목록(unfriendly countries list)’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 러시아,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점진적 입장 변화 노출
◦ 러시아 정부, 이스라엘군의 무력 대응에 대한 비판 수위 높여
- 러시아 정부는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반격과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적 개입, 그리고 지상전 가능성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3년 10월 23일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개입과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으며, 다음 날인 24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튀르키예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민간 시설 공습과 지상전 추진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 같은 날, UN 주재 러시아 차석 대사 드미트리 폴랸스키(Dmitry Polyanskiy)는 UN 내 화상회의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선제공격을 비난하면서도 이러한 갈등의 근원에는 팔레스타인을 겨냥해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이스라엘의 불법적 행위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 2023년 11월 1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기 위한 UN 특별 총회에서 네벤쟈 대사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미국의 방관자적 태도를 비판하던 도중 이스라엘을 점령국(occupying state)으로 지칭하고 그 자위권을 부정하였다. 또한 그는 최근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내 민간 시설 공격을 강도 높게 비난하였다.
◦ 러시아 정부, 하마스와 교섭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 내 자국 영향력 확장 노려
- 러시아 정부는 개전 이래 요르단강 서안 및 동예루살렘을 경계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두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 분쟁 종식의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2023년 10월 12일 푸틴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쉬켁(Bishkek)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에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을 옹호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양자 갈등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에 의한 ‘두 국가 해법’으로 종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 미하일 보그다노프(Mikhail Bogdanov)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023년 10월 26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하마스 고위 대표단과 가자지구 내 인질 석방과 정전 문제를 논의하였다. 러시아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과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에 즉각 반발, 러시아 당국이 ‘테러리스트들’과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러시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에도 하마스에 대한 테러리스트 지정을 거부하고 있으며,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과 외국 시민 납치 및 구금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비난을 회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은 러시아 정부가 하마스와 밀접한 교섭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중동과 나아가 저개발국·개발도상국(‘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사이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감수 :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Moscow Times, Israel Has No Right to Self-Defense as ‘Occupier’, Russia Says, 2023. 11. 02.
Ведомости, Полянский: Россия осуждает действия «Хамаса» против Израиля, 2023. 10. 26.
Reuters, Russia, China veto US push for UN action on Israel, Gaza, 2023. 10. 26.
The Guardian, Hamas delegation travels to Moscow for talks on foreign hostages in Gaza, 2023. 10. 26.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Why Russia and Hamas Are Growing Closer, 2023. 10. 25.
The Moscow Times, Putin Raises Concerns of ‘Catastrophic Deterioration’ in Gaza with Erdogan, 2023. 10. 24.
Al Jazeera, US vetoes UN resolution calling for humanitarian pause in Israel-Hamas war, 2023. 10. 18.
Associated Press, Why Russia is engaged in a delicate balancing act in the Israel-Hamas war, 2023. 10. 13.
The Kyiv Independent, Israel’s reluctance to choose sides strains relations with Ukraine, 2023. 09. 13.
Associated Press, Putin meets Palestinian leader, conveys greetings from Trump, 2018. 02. 13.
[관련 정보]
1. 러시아-중국-미국, UN 안보리 결의안 두고 경쟁 (2023. 10. 27)
2. 러시아 대통령,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 중 가자 지구 상황 악화에 우려 표명 (2023. 10 .26)
3. 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열전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경고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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