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경기는 결승전이나 개막전이 아닌 바로 이 경기가 아닐 까 싶다. D조의 객관적인 전력상 이 경기의 승자가 조2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이번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나 자국민들의 관심이 다른 경기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경기는 D조의 개막 경기이다. 선수들과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갖게 하는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경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 내적인 전력 비교
두 팀의 전력은 폴란드가 다소 앞서거나 또는 엇비슷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회가 다가 올수록 한국팀의 전력이 급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폴란드의 상승 폭은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두 팀 모두 쓰리 백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세계적인 GK인 두데크가 지키는 골문이 매우 안정적이고 수비라인 역시 체력이 좋고 몸싸움이 강해 한국의 공격진들로서는 다소 힘든 경기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양 센터백의 스피드가 떨어지고 발 놀림이 둔하기에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양 사이드 공격수들이 집중적으로 측면을 노린다면 의외로 쉽게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홍명보가 이끄는 한국의 수비라인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 주곤 있으나 세계 수준에 미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특히 최진철을 제외하고는 공중 볼에 강한 모습을 보여 주는 수비수가 없어 폴란드의 고공 공격에 대한 특별한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다. GK위치에는 주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김병지와 이운재 중 어느 누가 주전으로 낙점 되던 경기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나 순발력과 경험에서 앞서 있는 김병지가 다소 유리하지 않을까 보여진다.
두테크가 버티는 폴란드의 골문이 한국에 비해 강하나 그 차이라는 것이 그다지 크지 않으며 쓰리백의 경우에는 두 팀의 전력이 엇비슷하다. 결국 두 팀의 수비력은 폴란드의 근소한 우세 혹은 백중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폴란드의 미들 라인은 동유럽 축구의 강호답게 시종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준다. 그러나 움직이는 횟수나 활동량에 비해 그 효과는 크지 않아 비효율적인 움직임이 많고 미드필더 들의 둔한 몸놀림이나 허술한 조직력 등도 자주 노출되는 약점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미들 라인은 대회가 임박할수록 그 위력이 배가 되어 가고있다. 강한 압박에 필요한 빠른 스피드는 예전부터 갖추어져 있었고 여기에 체력마저 가미 되면서 수준급의 압박 축구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공수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이 아쉬운데 유상철의 경우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고 윤정환은 그 반대이다. 윤정환이 체력적인 문제를 조금 더 보완한다면 한국팀으로서는 무척 큰 힘이 될 것이다.
두 팀의 미드필드 경쟁력에서는 한국이 다소 앞서 있다. 절대 약세로 분류된 체력에서 이제는 해볼만한 수준까지 올라왔기에 스피드와 조직력등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한국이 폴란드의 미들 라인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폴란드의 체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황선홍이 버티는 한국의 공격라인과 올리사데베가 버티는 폴란드의 공격라인은 이번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폴란드의 경우 뛰어난 골 결정력을 갖춘 올리사데베가 공격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대표팀 감독과 대통령까지 나서 올리사데베의 귀화를 종용할 정도로 그에 대한 의존도가 무척 크고 기량 역시 세계 톱 클래스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를 도와 줄 다른 공격수들의 기량이 그다지 좋지 못하고 미들에서의 도움 역시 좋지 못하기에 종종 상대 진영에서 고립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한국 팀으로서도 이점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공격에서 한국 팀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황선홍을 축으로 최용수,안정환등 비슷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많이 포진해 가용 인원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또한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스피드 역시 좋은 편이기에 폴란드의 수비라인에게 고통을 안겨 주기에 충분한 전력이다. 다만 스트라이커로서 갖추어야 할 골 결정력이 떨어지는 점이 대표팀이 안고 있는 과제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이들이 마무리를 짓지 못한다면 경기는 다소 어려워 질 수도 있을 것이다. 두 팀의 공격력은 올리사데베가 버티는 폴란드가 다소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종종 고립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하더라도 그의 골 결정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그 위협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수비수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경기 외적인 전력 비교
주최 국인 한국의 홈 어드밴티지와 열광적인 관중에 맞서 싸워야 하는 폴란드는 일단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많은 불리함을 안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들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에 비하면 위의 것들은 아주 사소하다는 데 있다.
엥겔 감독의 대표 선수 선발에 대표팀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드러내면서 폴란드 팀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감독의 절대 권위와 선수들의 실력행사 간의 충돌은 조직력이 우선시 되는 축구 특성상 무척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팀 내분이 팀 전력에 아주 나쁜 영향을, 그것도 아주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폴란드 팀의 내분이 표현화 된 후 폴란드는 평가전에서 매우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분명 현재의 폴란드는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팀 전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하향세는 우리 대표팀으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최근 평가전에서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친 한국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세계 강호와의 대등한 경기를 통해 좋은 경험을 쌓았고 홈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자연스레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히딩크의 선수 장악력도 완벽하고 시차적응 문제 등은 애초부터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전체 전력 비교
한국 팀은 경기 내적인 전력은 물론 외적인 요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비록 전력 상 폴란드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나 그 차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줄어 들었고 그 현상은 현재도 급속도로 진행중인 상태에 있다. 또한 경기 외적인 요인인 팀 분위기와 자신감등을 감안한다면 두 팀간의 전력은 거의 대등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 팀으로서는 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홈 어드밴티지를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고 경기에서는 폴란드의 약점은 양 사이드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무너뜨린다면 쉽게 승리를 가져 갈 수 있을 것이나 폴란드와의 체력 싸움에서 밀린다면 힘겨운 한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며 특히 올리사데베를 막아 내지 못한다면 경기에 대한 희망도 버려야 할 것이다.
두 팀의 이번 경기는 D조의 16강 진출 팀을 가리는 결정적인 경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두 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칠 것이고 그와 비례해 경기의 흥미와 수준 역시 무척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