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건(클리앙)
2023-08-24 21:59:34 수정일 : 2023-08-24 22:04:55
어제까지 휴가 함께 가서 즐겁게 웃고 떠들고 했는데,
갑자기 오늘 학교 다녀와서,
저녁먹고 얘기 나누다가 손목에 가위로 십여차례 자해한 것을 발견 했습니다.
본인은 별 것 아니라고 하다가
내가 심각하게 얘기하니까.
그냥 이것 저것 공부하는 것도 잘 안되고
학교에서도 조별학습 하다가 자신이 실수만 하는 것 같아
하는 것마다 안된다는 생각에 자해를 했답니다.
어제까지도 너무 행복해 보여, 뭐가 그리 좋냐고 했는데,
자해라니....손목에 깊게 한 것은 아니고
살짝 자국이 남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충격이 크네요.
지금 엄마랑 밖에서 얘기하자고 나가 있는데,
정신과 상담은 한번 받아보려고 생각중입니다.
14살인데, 이 또래 아이들이 종종 이런가요?
힘들면 학교 좀 쉬어도 되고, 학원 안다녀도 된다라고
딸에게 항상 얘기하거든요.....제가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민입니다.
댓글 중---
이금기굴소스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시는 걸 매우매우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그 정도까지 갔으면 가족이랑 있을 때는 하하호호 해도 속으로는 심각하게 썩어들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래에게 흔한 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기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낼 정도면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상황이에요.
쿠건
@이금기굴소스님 네, 알겠습니다.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워낙 경황이 없어서 어쩔줄 모르겠네요
이금기굴소스
@쿠건님 보통 그런 상황을 겪는 아이들은 굉장히 여리고 섬세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길 너무 싫어해서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짓을 했냐고 화내고 다그치지 마시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냐고 따뜻하게 다가가주세요. 적어도 가족만은 언제나 아이분 곁에 있어주신다는 확신을 주시고, 병원과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때도, 아이분이 잘못을 해서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분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전달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아이분을 병원에 데려가시고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게 해드리는 이유가, 아이분이 잘못을 해서 그렇다는 죄책감을 가지지 않게 해주시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조별과제에서 짐이 되는 거 같아서 자해를 할 정도면 이미 마음이 너무너무 여리신 거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는 질책보다는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이면 아이분이 상처입지 않고 잘 해결되길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4fifty5
아이가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데리고 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겁니다. 제 미국 주변에서도 중학생 아이를 심리 상담사에게 데리고 가는 것을 기겁하는 부모가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정신병?"이라는 반응이니까요. 본인도"이것이 정신병인줄 알아?"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이었고요.
하지만 심리 상담사(Psychotherapy)는 사실상 대화 상담사(talk therapy)라고 불릴 정도로, 그냥 상담사입니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 마음속 깊은곳에 여러 일이 연관되어 응어리진 것이 풀어지도록 편하게 이야기하는 일이거든요. 심지어 정신과 하면 연상되는 누워서 이야기하는 그런 안락의자도 없습니다.
대학교에 다니는 제 작은 딸도 저에게 말하지 않는 어떤 이유로 작년에 심리 상담사 치료를 받았습니다.
(심리 상담사는) 여러 사람이 이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 분은 지식이 많으니까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면 도움이 될거다 라고 밝은 분위기를 강조하시면 될 겁니다.
가나남
코로나로 원격 수업 듣던 아이들 세대에서 자해가 유행처럼 번지기는 했어요. 저희 지역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학급에 두세명은 손목에 상처가 있어서 더워도 긴팔을 입거나 팔토시를 하고 다닙니다ㅜ... 학생에게 물어보니 당장 아픈것보다 시원한 기분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풀렸고, 주변에서 걱정해주니 기분이 좋았다네요... 자세히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상담과 함께 더 심각하게 경과되지 않도록, 아이가 자해에 중독되지 않도록 가정에서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아요..
4fifty5
미국에서 제 큰딸도 중학교 시절 자기 방에서 커터칼을 들고 손목에 자해한다고 소동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자기를 친구집에 놀러가지도 못하게 하고 설명도 들어주지 않는다면서요. 그 나이때에는 손목을 그어서 벌겋게 긁힌 자국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는지 나중에 이야기하기를 좀 잘나가는 자기 친구도 여러개의 자국이 있는 사진을 휴대폰으로 올려서 돌렸다는군요.
제 경우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딸 앞에서 밤 10시부터 1시간도 넘게 그 푸념을 들어줬습니다. 저에게 이야기하면는 과정에서 스스로 화가 가라앉고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와 다퉈서 기분을 상한 이야기, 그런 상한 기분이라서 엄마에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는데 엄마는 대답하는 태도를 문제삼아 야단쳐서 저녁에 대판 싸웠다는 이야기 등 등등 여러가지 문제가 쌓여 있었더군요.
셋이산다
예전 제 학생의 경우에는 작은 상처로 시작 했다가 점점 커졌습니다.
그냥 두면 계속 확산 되더라구요.
원인을 찾아야 해결할 수 있겠지요.
원인 찾는 시작을 아이의 모든 것의 시작인 가정에서부터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변인들을 바로바로 제거할 수 있으니까요.)
자살(자해)시도는 학교가 발견 즉시 시도교육청 본청에 보고하고 교육부까지 보고하게 되어있는 중대사안입니다.
https://www.gne.go.kr/upload_data/board_data/workroom/162373897607384.pdf
학교에서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이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평화사랑
5년전 지인딸이 말안듣고 애먹이는 애인데 손목을 그었대서 깜짝 놀라 물으니 한 반에 몇명씩 되는 흔한 일이라는 거예요
부산에서 빡센 여중이었고 걔는 공부 못하고 집에서 엄마한테 욕하고 때리면서 스트레스 푸는 애인데
걔만 그런게 아니라 자해가 애들사이에 유행비슷하게 놀이처럼한데요
너무 놀라 아는 샘께 여쭈니까 씁쓸하게 인정하시대요;;;
넘 걱정마시고 애 이야기 듣고 다독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