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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막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야.
한국에서 중학교만 마치고 미국으로 왔고
로컬 고등학교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원하던 유명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어.
하지만 아무 연고도 없이 미국에서 산다는 건 쉽지 않았어.
고등학교 때는 특히 어눌한 영어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았고
동양인에 대한 차별도 분명 존재했어.
그래서 나는 이를 악물었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고 무시하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
그 결과로 보란 듯이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어.
확실히 대학교와 고등학교는 차이가 있어.
전 세계에서 수많은 학생이 모이고
국적과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
그런데 고등학교 때 마음의 상처로
스스로 벽을 두른 나라서
어느새 사람과 어울리는 게 서툴러 진거야.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기 힘들었던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선배가 있었어.
지금은 내 룸메이트가 된 아주 소중한 사람이야.
사실 우리는 같은 과도 아니야.
1학기 때 한 교양수업을 같이 듣게 되면서
서로를 처음 알게 됐어.
교양 수업인데도 불구하고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어.
저런 사람과 친해지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지만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선배 주위로 몰려드는 친구들이 많아
굳이 나랑 친해질 이유가 없겠구나 싶어
나는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했어.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책을 챙기는 내 앞에
"안녕?"
갑작스런 선배의 등장에 나는 당황했어.
가까이서 보니 하얀 피부와 화려한 이목구비가
더 와닿아.
내가 잠깐 멍해져 있는데
"같이 밥 먹을래?"
선배가 다시 싱그럽게 웃으며 물어.
나는 먼저 다가와준 선배가 고마워
망설임 없이 선배를 따라 나섰어.
함께 밥을 먹은 걸 계기로
우리는 가까워지기 시작했어.
선배는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야.
예쁜 외모도 그렇지만 털털하고 수수한 성격 때문에
늘 주위에 사람이 끊이질 않았어.
아직 이렇다할 친구가 없는 날 알고
자기 주위 좋은 사람들을 소개해 주곤 했어.
성적도 늘 상위권인 선배에게서
공부 노하우를 듣기도 하고
늘 긴장해서 발표 하는 게 쥐약인 나를 위해
밤새 함께 ppt를 만들고
"발표할 때, 누구 한 사람을 딱 정해놓고
그 사람만 보면서 하면
그 한사람한테만
얘기하는 기분이라 긴장이 훨씬 덜 돼.
넌 나만 보고 해."
다음날 선배는 공강인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내 수업을 같이 들어주고
내가 발표할 때는 맨 앞에 앉았어.
선배는 내가 긴장할까봐
나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환하게 웃어줘.
그런 선배를 보면서 처음으로 떨지 않고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었어.
또 선배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할 때면
한번도 허투루 듣는 법이 없어.
늘 나와 눈을 맞추고 손까지 가지런히 모은채
내 얘기에 집중해 듣는 선배가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문득 문득 해.
그런데 늘 차분하고 진지할 것만 같던
선배도 조금씩 더 가까워지면서
내게 또 다른 모습들을 보여.
하루는 전공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 날
몰래 뒤따라 와서는 뒤에서
나를 확 안아.
누군지 몰라 놀란 내가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렸더니
"글래머다?"
선배였어.
민망해서 얼굴이 붉어진 내가 재밌고 귀여워
선배는
웃음을 멈추질 못해.
나는 그런 선배의 장난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우리가 이렇게 많이 가까워졌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설레어.
그런데 내가 선배에게 더 매력을
느낀 결정적 계기는 바로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하는 모습 때문이었어.
알고 보니 선배는 이 이벤트 말고도
꾸준히 장애우들을 위한 자원봉사나 기타 행사에도
참여했었던 거야.
어쩜 마음씨까지 저렇게 고울까.
나는 선배가 점점 더 좋아져.
그런데 선배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는 한가지 의구심이 생겨.
이상하리만큼 전교생들 모두가
선배와 다 아는 사이인 것만 같아.
처음엔 친절하고 예쁜 선배에게 친구가 많은 게
당연하다 싶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일 수가 있나 생각이 들어.
또 나와 선배가 함께 지나갈 때
흘끗 쳐다보는 시선들이 꽤 많은 걸 느낀 것도 그래.
그런데 같은 과 동기가 내게 물어와.
"같이 다닐만 해?
여배우라고 좀 까탈스럽고 그렇지 않아?"
나는 동기의 말을 듣고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져.
여배우라니.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나는 얼른 핸드폰으로 선배의 이름을 검색해.
그리고 정말 선배의 프로필이 떠 있어.
직업란에 배우라고 쓰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와.
선배는 어려서부터 연기를 해왔는데
작년 하이틴 영화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특히 젊은층들에게 인기가 높아졌어.
광고도 여러 편 찍어 얼굴이 많이 알려졌지만
학교에서 스스로 배우라고 티를 내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조용히 학업에 충실했어.
물론 촬영이나 기타 인터뷰 등등은
최대한 방학 때 몰아서 찍는 편이라
학기 중에는 일반 학생들과 전혀 다를 게 없었던 거야.
진짜구나.
사실 나는 막 미국에 넘어와서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 티비 뉴스나 드라마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그 이후로는 접한 적이 거의 없었어.
그럴 여유가 없었다는 게 더 맞는 것 같아.
꼭 필요한 정보만 인터넷으로 얻을 뿐
특히 연예계 쪽은 더욱 관심 밖이었어.
그래서 나만 선배를 몰라봤었구나.
이제야 이해가 가.
나는 바로 선배를 찾아가.
"유명한 배우라면서요?"
눈이 동그래져 다급하게 묻는 내가 선배는 귀여워.
선배는 웃음이 나.
"너도 못 알아보는데,
나 유명한 거 맞아?"
선배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아.
나는 아직도 눈앞의 선배가 배우라는 게
상상이 안 돼.
그런데 선배가 배우라고 생각을 하고 보니
갑자기 뭔가 거리감이 생긴 것만 같아.
선배는 그런 내 표정을 알아채.
선배가 나를 따뜻하게 봐.
"복잡할 거 없어,
달라질 건 더더욱 없고.
지금처럼 니 옆에 있을 거야."
나는 사실 불안했어.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이제 선배를 전처럼 편하게 대하기 힘들 것 같았거든.
하지만,
선배는 보란 듯이 자기가 한 말을 지켜나갔어.
배우라는 직업을 낯설어할 날 위해서
촬영장으로 나를 자주 불렀어.
주위 사람들이 보든 말든
촬영 중간에 내가 있나 확인하고
애교 섞인 제스쳐로 기다리는 내게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어.
그렇게 자꾸 선배의 촬영 현장에 함께 하다 보니
나도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했어.
촬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한결같이 나를 옆에 두고 세심하게 신경 쓰는
선배 덕분에 점점 선배의 직업 때문에 느끼는
거리감은 사라졌고
나는 오히려 선배 몰래
스텝들 간식을 간단히 사서 촬영장을
찾아갈 정도까지 됐어.
선배는 그런 나 때문에 행복하고 기뻐.
며칠 전에는
평소 선배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PR 영상을 찍는데
내가 선배를 도와 카메라를 들었어.
그런데 선배가 자꾸 연기를 하다 말고
웃으며 NG를 내.
내가 카메라를 내리고 장난스레 말해.
"배우가 이래도 되는 거야?"
선배는 내 말에 민망한지 크게 웃더니
"아무래도 너랑은 못하겠어.
니가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까,
카메라를 보는게 아니라
자꾸 널 보게 되잖아.
떨려서 집중이 안되."
선배가 부끄러운 듯 딴청을 피우며 말해.
그런 선배의 모습에 오히려 내 마음이
두근거리고 떨려와.
며칠이 더 지나고
선배가 한달 정도 촬영차 집을 비울 거라고 말해.
선배와 함께 하고 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오래 떨어지는 거라
섭섭하지만 그 마음을 애써 숨겨.
떠나는 전날도 생방송 스케쥴이 있어
끝나자마자 공항으로 가야 해서
나는 선배를 볼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대신 선배가 이번 인터뷰는 꼭 봐야 한다고
당부를 했기 때문에 나는 집 거실에 앉아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고 봐.
방송이 거의 끝나갈 때까지 나는
이 전 선배의 인터뷰와 특별히 다른 게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왜 굳이 보라고 했나 싶어지는데.
"요즘 얼굴이 보기 좋은데,
연애 중 인 건가요?"
사회자가 짓궂게 질문해.
늘 그랬던 것처럼 노코멘트를 하겠지
나는 생각해.
그런데
"곧 할 것 같네요."
나는 선배의 말에 집중해.
사회자는 흥미로워하며 다시 물어.
"그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네요?"
나는 설마 하는데.
"네, 그것도 아주 많이요."
나는 선배의 대담한 고백에 가슴이 두근거려.
한 번도 직접 말한 적은 없었는데
나는 마음이 벅차면서도
한편으론 공인인 선배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사적인 얘기를 해도 되는 건지 조금 걱정이 돼.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가 없어.
선배의 인터뷰를 다 보고
나는 거실을 치우기 시작해.
선배한테 전화를 해보고 싶지만
이제 막 스케줄 끝내고 정신없이 공항으로
갈 텐데 나까지 방해하면 안 되겠다 싶어 꾹 참아.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려.
선배의 목소리야.
나는 얼른 달려가 문을 여는데
선배가 나를 와락 안아.
나는 갑작스런 선배의 등장에 멍해져
그대로 안긴 채 물어.
"어떻게 왔어요?
지금 공항에-"
"너 못 보고 가면
보고 싶을 거 같아서."
선배의 대답에 내 마음이 먹먹해져.
선배가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봐.
그리고
"나 갔다 오면,
우리 진짜 연애하자."
날 위해 없는 시간을 내서 달려와
마음을 전하는 선배가 감동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렇게 선배가 떠나고
나는 평소처럼 학교를 나갔어.
선배 하나가 없을 뿐인데 온 학교가
텅 빈 것만 같은 기분이야.
그래도 오늘 중요한 전공 수업의
과제 발표가 있어 나는 발표를 준비하느라
선배가 없는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열심히 발표를 하는데
평소 친분이 없는 동기 하나가
발표 내내 나를 뚫어져라 쳐다봐.
보통 처음엔 집중해서 듣다가
몇 분 지나면 딴짓을 하기 마련인데
여자 동기는 한 번도 내게 시선을 떼지 않아.
나는 그러려니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수업을 마치고 나는 잠시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담배 피울래?"
고개를 들어보니 아까 그 여자 동기야.
"아니, 난 됐어."
나는 조금 차갑게 말을 하고 돌아서.
그런데
"애인 안 보이네?
뭐 영화라도 찍으러 갔나?"
동기가 비아냥거리듯 말해.
그냥 무시하고 싶지만
그것보다 안 좋은 소문이 날까 봐
나는 다시 뒤돌아 동기를 봐.
"나랑 선배 그런 사이 아니야."
내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답해.
그런 내 대답에 동기가 씩 웃어.
그리고
"니가 분명 아니라고 했다?
그럼 이제 나 너 좋아할게.
내일 보자."
동기가 가볍게 윙크를 하고는 나가.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황당해 헛웃음이 나.
나는 화장실을 나오면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친구에게 방금 나간
여자 동기에 관해 물어.
"너 걔 모르는구나?
유명하잖아, 집이 엄청 부자라서
기부 입학으로 들어왔는데
하는 짓이 완전..."
"저번에는 수업시간에 자기 지적했다고
밖에 사람들 다 보는 데서
교수한테 욕해서 난리 났었잖아.
결국 또 돈으로 해결 보긴 했다더라고.
뭐 마약 한다는 소문도 있고
하여튼 절대 가까이할 인물은 아니야."
나는 친구의 말에 기겁해.
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 못 했거든.
나는 가까이하지 말아야지 속으로 생각해.
다음날,
1교시에 수업이 있어 부랴부랴 학교로 들어서는데
한 남학생이 나를 불러 세워.
"혹시 수업 끝나고 바빠?
아니면 나랑 영화 보러 갈래?"
"아, 그게."
나는 조금 당황해서 어떻게
돌려 거절해야 하나 곤란한데
"걔 바빠."
어제 그 여자 동기가 나와 남학생 쪽으로 걸어와.
남학생 앞을 가로막으며
"얘한테 관심 있는 건 좋은데
순서는 지켜야지.
내가 먼저거든.
미안."
동기가 내 팔목을 붙잡고 뒤 돌아가.
내가 뿌리치려 하자
"도대체 적이 몇 명인지 모르겠네.
나 미치는 거 보고 싶은 거 아니면,
이렇게 교실까지만 좀 가자."
나는 어쩔 수 없이 동기의 손에 붙들려
교실로 향해.
나는 곤란한 상황에 나타나 준 동기가 고마우면서도
어제 친구가 말해 준 게 생각나 마음이 불편해.
그렇게 수업이 끝난 후
오늘은 1교시 빼곤 공강이라 일찍 집에 가려고
건물을 나서.
그런데
"타,
오늘 내 생일이야."
무작정 타라는 말이
불친절하게 들려 함께 가고 싶지 않지만
생일이라는 말에 내 마음이 흔들려.
"너랑 단둘이는 안가."
나는 동기의 말을 들어주기로 하지만
둘만 가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어.
단호하게 선을 그어.
그런 내 모습을 예상한 듯 동기가 살짝 웃어.
"반갑진 않지만,
자리 꽉 채워서 가보지 뭐."
당연히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동기는 오히려 정말 다른 친구들을 모아서
태우고 출발해.
나는 뭔가 말리는 기분이야.
그래도 다행히
아는 친구들이라 어색하지 않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가는데
선배에게 전화가 왔어.
오랜만이라 너무 반갑게 전화를 받고
선배와 안부를 주고받아.
동기는 그런 내가 신경 쓰여.
우린 클럽에 도착했어.
평소 동기가 자주 가는 클럽이라고 해.
나는 평소 클럽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낯설어.
자리에 앉아 맥주만 몇 모금 마시는데
동기는 벌써 흥이 났는지 잔을 들고
스테이지로 나가.
혼자서도 신나게 춤을 추며 즐기는
동기의 모습이
솔직히 말하면 자유롭고 편안해 보여.
나는 클럽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즐길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거든.
한국에서 힘들게 벌어서 뒷바라지하시는
부모님 때문이라도
나는 스스로 절제하며 지금까지 버텨 왔어.
그런데 별걱정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동기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새로워.
그렇게 두어 시간이 흘렀을까.
같이 온 친구 모두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어.
더 편해져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나를 보며
"왜 나가서 안 놀아?
원래 동양 애들이 클럽 좋아하지 않아?
이런 데 와서 돈 많은 남자애 하나 물고
인생 바꾸는 게 꿈이라던데."
하며 기분 나쁘게 웃어.
평소에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있던 친구라
나는 차라리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냥 못 들은 척 하려는데
"좋게 말할 때, 입 다물어."
동기가 무섭게 방금 말 한 친구를 노려봐.
친구는 금방 기가 죽어 자리를 피해.
그러고는 내가 기분이 나빴을까 살피며
미안한 표정을 지어.
나는 내가 듣고 생각한 것보다
동기가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동기의 생일파티가 다 끝나고
유일하게 취하지 않은 내가 운전대를 잡고
친구들을 집에 데려다줘.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기의 집에 도착해.
그런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는 동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동기를 부축해서 집 안으로 들어가.
동기를 방에다 눕혀만 놓고 나가.
그때
"잠깐만 같이 있어 줘."
잠든 줄 알았던 동기의 말에 나는 조금 놀라 돌아보는데
동기의 붉어진 눈시울이 눈에 들어와.
나는 차마 갈 수가 없어 잠시 있기로 해.
그리고 동기는 자기에 대해 얘기를 해.
동기의 친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새어머니와 재혼을 하고 동기와는 따로 살아.
가진 게 돈뿐인 아버지라
물질적인 지원은 충분했지만
그래서 동기는 외로웠어.
남들처럼 평범한 가족을 가지지 못했고
거의 모든 시간을 혼자 보내면서
채워지지 않은 외로움을 잊기 위해
술로 담배로 또 더 심하면 마약으로 버텼던 거야.
그 결과 지금 동기는 심장에 문제가 있어.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에 통증이 심해.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동기의
어둡고 슬픈 과거에 놀라면서도
마음이 아파.
이날 이후
동기에게 갖고 있던 선입견이 조금씩 깨지면서
처음보다는 한결 동기를 대하는 게 편해졌어.
동기는 더이상 차로 등하교 하지 않고
나를 따라 버스를 타기 시작해.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향해 애정표현을 한다는 거야.
버스에 대부분 같은 학교 학생들이 타는데
나와 동기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나는 아무래도 내 마음을
확실하게 해야겠다 마음먹어.
"나한테 잘해주는 거,
너무 고마운데.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내 얘기에 동기의 표정이 잠시 굳어.
하지만 이내 다시 밝은 표정으로
"오케이,
너는 너대로 계속 그 사람 좋아해.
내가 당장 뭘 어쩌겠어.
그냥 이대로 니가 싫어질 때까지
기다려야지 뭐.
각자 마음은 알아서 하자고."
거절하는 내 말에도
오히려 동기는 너무나 담담해.
나는 동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잘 모르겠어.
하지만 몸이 좋지 않은 사실을 알고 나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어.
나는 담배를 끊으라고 한번 얘기했을 뿐인데
"나 담배 안 핀지 23시간째야."
이렇게 오래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게 처음이라며
입이 심심해 젤리라도 먹을 거라는 동기야.
내 한마디에 담배를 주저 없이 끊은 거야.
그런데 며칠 후
교양 수업을 듣고 있는데 동기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단 얘길 전해 들어.
나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어.
그런데 벌써 링거를 다 맞은 동기가
병원 입구에 앉아 있는 걸 발견해.
"괜찮은 거야?"
내가 놀라고 걱정돼서 묻는데
"쓰러질 만하네,
이렇게 니가 날 찾아도 오고."
조금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웃는 동기가
안쓰럽고 왠지 미안해져.
그런데 일주일 후
한국에서 급하게 연락이 와.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위급하다는 거야.
최근에 회사 사정이 어려워
혼자 어떻게든 막아보려다가 결국 회사가 최종 부도처리 됐고
그 충격에 버티지 못하게 됐던 거였어.
나한테 내색하지 못하고 부모님 두분이서
끙끙 앓기만 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나는 무섭고 떨리는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히려 노력해.
우선 급행으로 비행기를 예약하고
선배에게는 급한 일로 한국에 다녀오겠다고 말해.
예약한 비행기 표를 받아서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는데
"선배?!"
선배가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
전화로 들은 내 목소리가 좋지 않았고
갑자기 떠나겠다는 내가 마음에 걸렸던 거야.
아직 끝나지 않은 촬영 일정까지 미루고
날 위해 달려온 선배를 보고
나는 힘든 마음에 눈물이 쏟아져.
아버지가 걱정되는 마음이 제일 크지만
이렇게 돌아가면 당분간 미국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더 속상해져.
선배는 눈물이 범벅된 나를 따뜻하게 달래.
그러고는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너 이렇게 울면 부모님 마음 아파하셔."
나를 위로하는 선배의 말에
나는 더 서러워 눈물이 나.
그런 날 보며 내가 힘들까 봐
선배는 눈물을 애써 참아.
그리고
"같이 가지 못해서 미안해.
내 걱정 말고 다녀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세상 사람들 다 알아.
어떤 일이 생겨서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기다릴게, 올 때까지."
선배가 나를 꼭 안아.
나는 제발 무사히 아무 일 없이
선배에게 돌아올 수 있기를 속으로 빌어.
길게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선배는 내게 조심히 가서 연락하라며
몇 번을 당부하고 다시 촬영지로 떠나.
그리고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겨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
그런데
누군가 뒤에서 다급하게 달려와 나를 붙잡아.
"같이 갈래."
1.엠마 스톤
2.카야 스코델라리오
111
둘단안되니?
11111ㅜㅠ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5.13 01:49
크ㅠㅠㅠㅠㅠㅠㅠㅠ카야이즈뭔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카야ㅠㅠㅠㅠㅠㅠ카야ㅠㅠㅠㅠㅠㅠㅠ222222ㅠㅠㅠㅠㅠ
22222ㅠㅠㅠㅠ
올려주는거 다 찾아봤어요ㅜㅜ 나중에 쎈캐 치타 제시한번 해주실 생각은..ㅜㅜ
3333333333333333333
아오늘도힘들다 근데 그러면안되는데 좋아하는건엠마수톤인데 뭔가카야한테마음이감 ㅠㅠㅠ
"너도 못 알아보는데,나 유명한 거 맞아?"
이부분 심쿵...................................................
언제와.?
존나 카야.....ㅠㅠ
뭔가..엠마스톤 서론부분 성격 진짜 저럴거 같은 ㅋㅋㅋㅋㅋㅋ
난..........글쓴이를 택하겠어!!!!!!!!!!!어어엉ㅇ유ㅠㅠㅠ글너무잘쓴당 한편한편 심쿵..
아 못고르겠어ㅠㅠ 넘 좋다
글쓴아,, 잘 지내고 있니 2021 년에 너가 쓴 글들 생각나서 왔어 네시간동안 정주행 했다,, 고마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5.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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